아버지의 유산

아버지의 유산

분류 문학 > 현실적인물형 > 해학(諧謔)형

• 갈래 : 민담
• 시대 : 시대미상
• 신분 : 일반
• 지역 : 기타
• 출처 : 한국구전 (12, 185)
• 내용 :
혼자서 짚신장사를 해서 아들 삼형제를 먹여 살리던 할아버지가 있었다. 하루는 장에 다녀오는 길에 무언가 사다 놓고 벽장에 감춰 놓으며 “내가 죽거든 열어봐라.”라고 하며 자식들이 물어봐도 대답해 주지 않았다. 마침내 할아버지가 죽을 때가 되어 “내가 죽거든 장사지내지 말고 샘에 넣어다오.”라고 말을 하고는 죽었다. 아버지의 유언대로 하고 나서 아들들이 벽장을 열어보니 그 안에는 보잘 것 없는 지게 하나와 맷돌 하나, 그리고 나팔 하나가 들어 있었다. 큰 아들은 지게를, 둘째 아들은 맷돌을, 막내는 나팔을 제각각 지고 “돈을 벌어서 이곳에 자리를 잡고 돌아와 같이 살자.”고 약속하고는 각자의 길을 갔다. 큰 아들이 지게를 지고 길을 가는데 하루는 산속에서 해가 저물어 한 외딴 집에서 하루저녁 신세를 지고자 하였다. 그런데 그 집에서 한 규수가 나와 말하길, 이 집에는 귀신이 있으니 다른 곳으로 가라고 했다 큰 아들은 갈 곳도 없었으므로 “죽어도 자겠다.”고 하여 하루를 묵게 되었다.

큰 아들은 저녁을 내온 규수에게 귀신에 대해 물었다. 규수는 귀신이 머리가 셋이며 귀신이 풍장을 치면 기절하고 죽게 된다며, 자기 가족이 그 귀신에게 모두 죽임을 당한 것과, 오늘은 자기가 죽을 차례라고 말했다. 큰 아들은 이야기를 듣고 창호지와 초를 준비해 달라고 한 다음, 마루에 촛불을 켜고 창호지로 고깔을 접어 지게 꼭대기와 양쪽 무릎, 자신의 머리에 쓰고는 귀신을 기다렸다. 귀신이 나타나자 큰아들은 고함을 지르며 호통을 쳤다. 귀신은 큰아들의 고깔을 보고 자신의 머리보다 너 많은 개수의 머리를 보고는 겁을 먹고 엎드려 빌면서 “난 저 안에 묻혀있는 금은보화인데 나를 환생시켜 달라하면 모두 겁을 집어 먹고 죽어버렸습니다.”라고 말했다. 큰 아들은 “내가 너를 환생시켜주마.”고 약속을 하고는 기절해 있는 처녀를 깨워 돈을 얻어 인부를 구해 귀신이 말한 자리를 파게 하였다.

과연 귀신의 말대로 금은보화가 산더미 같이 쌓여있었고 큰 아들은 그를 내다 팔았다. 그리고 동생들과 약속한 곳의 땅을 사서는 규수와 함께 집을 짓고 살았다. 둘째아들은 맷돌을 짊어지고 길을 떠났는데, 하루는 가다가 대승상의 집에서 음식을 조금 얻어먹고 잘 데가 없어 나무둥치 밑에서 잠을 청했다. 잠이 들려는데 도둑들이 몰려와 겁을 먹고 기대자고 있던 나무 위로 올라가 숨었다. 도둑들이 훔친 물건을 나무 둥치에 내려놓고 있는데 둘째아들은 갑자기 오줌이 마려웠다. 참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이쪽저쪽으로 찔끔찔끔 오줌을 누었다. 도둑들은 비가 오는 줄 알고 얼른 옮기는 일을 끝마치려고 하였다. 또 둘째가 오줌을 참으려고 맷돌을 가랑이 사이에 놓고 두르르 돌리는 소리에 도둑들은 천둥소리인 줄 알고 더욱 서둘렀다. 둘째가 실수로 맷돌을 놓쳐 그것이 나무 둥치에 떨어져 엄청난 소리와 함께 불똥이 튀었다.

도둑들은 혼비백산하여 도망을 갔고, 둘째는 도둑들이 갖다놓은 재화들을 가지고 약속장소로 돌아와 형의 집 옆에 집을 짓고 살았다. 막내아들은 나팔을 들고 길을 떠났다. 하루는 대승상 댁에 가서 요기를 청하였는데 집안의 규수가 막내아들의 청은 들어주지 않고 어디론가 음식을 잔뜩 가져다 나르는 것이었다. 막내아들은 ‘내 날이 저물면 저 곳에 가보리라.’ 생각하고는 날이 저물길 기다려 그 곳으로 가 보았다. 창문을 통해 방안을 살펴보니 그 규수가 상을 차려놓고 앉아있는데 한 중이 들어와 서로 내통하는 것이었다. 이를 보고 막내아들은 창문의 구멍에 대고 힘껏 나팔을 불었다. 이 소리에 놀라 중이 달아나고, 막내아들은 방에 들어가 규수에게 호통을 쳤다. 규수는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애걸했고 막내아들은 그 대가로 땅문서를 받아 형들과 약속한 장소에 돌아와 집을 짓고 잘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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