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의 돈 벌기

선비의 돈 벌기

분류 문학 > 현실적인물형 > 해학(諧謔)형

• 갈래 : 민담
• 시대 : 시대미상
• 신분 : 일반
• 지역 : 기타
• 출처 : 편집부 ()
• 내용 :
옛날 몹시 가난한 한 선비가 살고 있었다. 그 선비는 아내도 있었는데 너무 가난해서 밥을 굶기 일쑤였다. 어느 날, 아내는 어려운 살림을 견디다 못해 친정에 가서 장사 밑천으로 열 냥과 노잣돈 닷 돈을 얻어왔다. 그리고는 남편에게 “이제 굶기도 지긋지긋 합니다. 우리도 무슨 벌이를 하든지 합시다.” 하였다. 그러자 변변치 못한 선비는 “아니, 그래서 어쩌잔 말이오” 하고 물을 뿐이었다. 아내는 “제가 친정에 가서 밑천을 조금 얻어왔습니다. 우리 이 돈을 가지고 장사를 해봅시다.” 했다. 선비는 무슨 장사를 해야 할지 막막했지만, 그렇다고 계속 굶을 수만도 없어 일단 그 돈을 가지고 길을 나섰다. 무작정 장삿길을 떠나기는 했으나 그동안 글만 보던 선비가 장사에 대해 계획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렇게 한참을 길을 가다가 너무 배가 고파 홍제원에서 엽전 한 푼을 주고 인절미 한 개를 사 먹었다. 그리고 또 한참을 걸어 임진 나루턱에 왔는데 이곳에서는 엽전 한 푼에 인절미를 두 개씩 주자 엽전 한 푼어치의 인절미를 사 먹고 다시 길을 떠났다. 그렇게 또 한참을 가서 벽란도 나루를 건넜는데 이제 한 푼에 세 개의 인절미를 주었다. 그러더니 배천 한 다리에 오니 한 푼에 네 개씩 파는 것이었다. 그렇게 인절미 값이 차이가 나는 것을 본 선비는 무릎을 치며 “옳지, 장사란 싼 곳에서 사서 비싼 곳에 가서 팔면 이윤이 남는 법이다. 여기서 인절미를 사서 홍제원에 가서 팔면 네 배의 값을 받을 수 있겠구나.” 했다. 그리고는 떡 장사 할머니에게 부탁해서 한 푼에 다섯 개씩 받기로 하고, 한 몫 열 냥 어치를 샀다. 한 푼에 다섯 개니까 한 돈에는 50개요, 한 냥에는 500개, 열 냥에는 자그마치 5,000개다. 그렇게 5,000개의 인절미를 사들고 선비는 다시 홍제원을 향해 길을 떠났다.

마침 때는 늦은 봄이었다. 무거운 인절미를 들고 며칠을 걷고 또 걸었다. 마침내 사흘 째 되는 날 임진 나룻배에 올랐다. 아직 갈 길이 멀었지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선비는 발걸음이 가볍기만 했다. 그런데 마침 배에서 옛 친구를 만났다. 선비와 친구가 서로의 근황을 물으며 오랜만에 담소를 나누었다. 그러다 친구가 물었다. “아니, 그런데 자네 지금 어디에 가는 길인가” “음.. 장사를 한번 해보려는 참일세.” “아니, 자네가 무슨 장사란 말인가” “아닐세. 첫 장사지만, 아무래도 큰 이문이 남을 듯하네.” “정말인가 그럼, 한턱 크게 쏘게나.” “물론이지. 나와 홍제원까지 함께 가세나. 내가 크게 한턱 쏘겠네.” 이렇게 이야기하고 크게 웃던 선비는 자신의 장사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한참을 듣고 있던 친구는 이야기가 다 끝나기가 무섭게 큰 소리로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니, 이 사람. 그동안 글공부 헛것 했구만. 그렇게 세상 물정을 몰라서야...” “아니, 그게 무슨 소린가” 하고 선비는 의아해서 물었다. 그러자 친구는, “아니, 이보게. 떡은 이미 다 썩었을 것이네. 이 사람아.” 그 말을 들은 선비는 그제서야 가슴을 치며 “아이고, 그렇겠구먼. 떡이 다 썩었겠군.” 하면서 허둥지둥 짐을 풀었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한 짐 속에 있던 많은 떡이 모두 썩어 있었다. 선비는 가슴을 치면서 떡을 강에 모두 버릴 수밖에 없었다.

연관목차

1201/1461
선비의 돈 벌기 지금 읽는 중
재치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