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반에게 풀 먹이기

서울 양반에게 풀 먹이기

분류 문학 > 현실적인물형 > 해학(諧謔)형

• 갈래 : 민담
• 시대 : 조선
• 신분 : 관료
• 지역 : 기타
• 출처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 ()
• 내용 :
시골에만 살다가 난생 처음 한양에 올라온 총각이 있었다. 이 총각이 한양 거리를 다니면서 한참 구경을 다니다보니 배가 출출해서 주막거리를 찾아갔다. 그런데 가게에 차려놓은 음식이 모두 처음 보는 것이라 이름이 뭔지, 어떻게 먹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값은 또 엄청나게 비싸서 고픈 배를 움켜잡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돌고 돌다가 풀을 파는 가게 앞에 갔다. 짐승에게 먹일 풀을 잔뜩 쌓아놓고 파는데 죄다 눈에 익은 것이었다. 메밀 풀은 소가 먹는 풀이지만 연한 것은 된장에 무쳐서 반찬으로 먹기도 해서 주인을 불러 메밀 풀 두 그릇을 사 훌훌 말아 먹었다. 주인은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저럴까 싶어서 메밀 풀 한 그릇을 덤으로 갖다 줬더니 총각은 그것마저 맛나게 먹었다. 그때 서울 사는 양반이 그곳을 지나가다가 총각을 보았다.

서울에서만 살아서 풀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이 양반이 허리를 잡고 웃어댔다. “하하하, 저 바보 천치 같은 시골뜨기가 풀을 다 먹네. 세상에 풀을 사 먹는 놈은 머리털 나고 처음 봤다. 아이고, 우스워라. 너무 웃었더니 신경통이 도지는구나.” 총각은 메밀 풀을 먹다 말고 눈물이 다 나오려고 했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풀이 있다는 것도 모르는 서울 양반에게 놀림을 받고 보니 부끄럽기도 하고 분하기도 했다. 입을 앙다물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럴 게 아니라 서울 양반을 되레 한 번 놀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시치미를 뚝 떼고 “거 서울 양반께서는 제가 아무 것도 모르고 풀을 사 먹는 줄 아시는가 본데, 천만의 말씀이오. 여기 있는 풀은 모두 약이 되거든요.” 하고 메밀 풀을 마저 다 먹고 나서 옆에 있는 질경이를 가리키면서 “주인장, 저 귀한 풀을 몽땅 싸 주시오. 남이 사 가기 전에 얼른 사야지.” 했다.

서울양반은 긴가 민가 하면서도 질경이가 신경통에 그만이라는 총각의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서울 양반은 시골 총각에게 사정사정해서 질경이풀을 자기가 사기로 하고, 풀 값을 치른 다음 풀을 한 줌 입에 넣고 우물우물 먹었다. 떫고 쓰고 아려서 죽을 맛이지만 신경통에 약이 된다니까 억지로 먹었다. 그제야 시골 총각이 배를 잡고 웃어댔다. “아이고 배야. 글쎄 나야 사람이 먹는 메밀 풀을 먹었지만 똑똑하신 서울 양반께서 어찌 당치도 않는 말에 속아서 토끼나 먹는 질경이풀을 잡수십니까” 서울 양반이 그제야 속은 걸 알고 먹던 풀을 퉤퉤 뱉어내느라 야단법석이 났다. 모여 섰던 구경꾼과 풀 가게 주인이 그 꼴을 보고 손뼉을 치며 웃어대니 서울 양반은 얼굴이 벌게져서 줄행랑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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