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벌 군수

땅벌 군수

분류 문학 > 현실적인물형 > 해학(諧謔)형

• 갈래 : 민담
• 시대 : 시대미상
• 신분 : 관료
• 지역 : 기타
• 출처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 ()
• 내용 :
어떤 시골 부자가 벼슬 한 자리 얻어 보겠다고 땅 섬지기나 팔아서 돈을 한 바리 싣고 서울에 갔다. 세도가 떵떵한 대감 집에 가서 문객으로 며칠 묵으면서 눈치를 보다가 돈 한 바리 내놓고 “대감, 염치없으나 어디 군수 자리 비거든 내게 한 자리 주십시오.” 했다. 대감은 그러마고 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감투 하나 안 씌워주는 것이었다. 돈이 적어서 그러나보다고 이 사람이 가진 땅을 뚝 떼어 팔아서 돈을 두어 바리 싣고 다시 올라갔다. “이번에는 어떻게 좀 한 자리 생각해 주십시오.” “아, 걱정 말게. 곧 소식이 갈 터이니 내려가서 기다려봐.” 대답은 시원스럽게 하는데, 집에 가서 아무리 기다려도 감감무소식이었다. 이번에는 아주 톡톡 털어 갖다줘야겠다고 가진 땅을 다 팔아서 돈을 바리바리 싣고 올라갔다.

“대감, 이러다 늙어 죽겠습니다. 죽기 전에 감투 한 번 쓰게 해주십시오.” “이번엔 꼭 될 걸세. 걱정 말고 내려가 있게.” 그런데 이번에도 꿩 구워먹은 자리였다. 슬금슬금 부아가 치밀고 시골뜨기라고 괄시를 하는구나 싶어 이 사람이 제 집에서 난 박 중에서 제일 큰 놈을 골라 커다랗게 뒤웅박을 팠다. 그리고 뒷산에 올라가 땅벌 집을 찾아 한바탕 들쑤시니 성난 땅벌들이 뒤웅박 안으로 하나 가득 들어갔다. 아가리를 꼭 틀어막아 가지고 집에 돌아와 비단 보에 싸고 또 쌌다. 이것을 짊어지고 서울 대감네 집에 갔다. 대감은 벼슬자리 달라고 해마다 돈을 바리바리 싣고 오는 사람이 한 두어 해 소식이 없더니 또 뭣을 싸가지고 오니까 반가워서 넙죽 선물을 받았다. “이건 참 희귀한 보약이 돼놔서 가릴 것이 많습니다. 밤에 혼자 드시되, 반드시 좌우를 물리시고 문단속을 하신 연후에 옷을 다 벗으시고 나서 드셔야 약효가 나지, 달리 드셔서는 안 됩니다.”

대감이 약효를 보려고 밤에 좌우를 물리고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옷을 홀라당 벗고 비단보를 끌러 보았다. 뒤웅박 마개를 쑥 잡아 빼니까 땅벌이 왱 하고 튀어나와서 온몸에 들러붙어 마구 쏘아대니 온 방을 구르며 죽는다고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를 듣고 대감 아들이 놀라 나와서 문고리를 잡아당겼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때 사랑채 문객들 틈에 섞여있던 시골 사람이 나와서 “아이쿠, 대감이 또 발작을 하셨군. 접때도 이렇게 발작을 하시는 걸 봤는데, 이때는 그저 가만히 두는 게 상책이오. 공연히 외인이 범접을 하면 병세가 더 심해지니 어서 물러들 가시오.” 하고 사람들을 내쫓고 나서 혼자서 문을 지키다가 새벽녘에 가만히 문을 따고 땅벌을 내보냈다.

아침에 아들이 방에 들어가 보니 대감이 온 몸뚱이가 퉁퉁 부어 눈도 못 뜨고 말도 못하는데 시골사람이 들어오니까 자꾸 그 사람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낑낑댔다. ‘저놈이 날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는 뜻이지만 알아들을 수가 있나. 그때 시골사람이 엎드려 눈물을 흘리면서 “아이고 대감 고맙습니다요. 어제 발작을 하시기 전에 저더러 날이 새자마자 군수 한 자리 줘 보내마 하시더니 병석에서도 그 약속을 잊지 않으셨군요.” 하니 모두들 그 말을 믿었다. 대감이 그게 아니라고 자꾸 손가락질을 하니까 아들이 “아버지 알아들었습니다. 저 사람에게 당장 군수 한 자리 줘 보낼 터이니 그만 고정하십시오.” 하고는 그 자리에서 문서를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시골 사람은 바라던 군수 벼슬 얻어가지고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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