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에 싼 당나귀

종이에 싼 당나귀

분류 문학 > 현실적인물형 > 해학(諧謔)형

• 갈래 : 민담
• 시대 : 시대미상
• 신분 : 일반
• 지역 : 기타
• 출처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 ()
• 내용 :
옛날 어느 마을에 한 사내아이가 홀어머니하고 단둘이 살았다. 그런데 이 아이가 좀 모자라기는 해도 어머니 말은 참 잘 들었다. 이 집 살림이 워낙 가난해서 아이가 날마다 남의 집에 가서 일을 했는데 하루는 이웃마을에 가서 일을 해주고 돈 서 푼을 받았다. 돈 서 푼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하루 종일 힘들여 일해주고 번 돈이니 행여 돈을 잃어버릴까봐 손에 꼭 쥐고 집에 갔다. 가다가 목이 말라 길가에 있는 우물에 가서 물을 한 모금 떠먹었다. 우물 옆에다가 돈을 놓고 물을 먹고 나서는 그만 깜빡 잊고 돈을 그 자리에 놔두고 와 버렸다. 한참 가다보니 손이 허전해 부랴부랴 달려가 보니 그새 누가 가져갔는지 돈이 온데 간 데 없어졌다. 집에 와서 어머니한테 일이 이만저만하게 됐노라고 이야기 하니 “애당초 돈을 손에 쥐고 온 게 잘못이지. 호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왔으면 그런 일이 없었을 게 아니냐” 하고 어머니가 야단을 쳤다. 다음부터는 꼭 호주머니에 넣어가지고 오겠다고 단단히 다짐을 했다.

그래 그 다음 날 또 이웃마을에 일을 해주러 갔는데 주인집에서 품삯으로 강아지 한 마리를 주었다. 어제 어머니가 호주머니에 넣어가지고 오라고 한 말이 생각나 강아지를 억지로 호주머니에 집어넣으니 강아지가 호주머니 실밥을 뜯고 튀어나와 달아나 버렸다. 그래서 또 털레털레 빈손으로 집에 돌아왔다. 어머니가 또 야단을 치면서 “이 녀석아. 끈으로 모가지를 묶어서 끌고 와야지”했다. 아이는 어머니 말을 귀에 잘 새겨두었다. 그러고 나서 그 이튿날 또 이웃 마을에 일을 하러 가서 품삯으로 생선을 얻었다. 죽은 생선이 달아날 리 없지만 어머니 말대로 하느라고 끈을 하나 구해다가 생선 모가지를 묶어가지고 끌고 갔다. 생선을 길바닥에 질질 끌고 가니 흙투성이가 돼가지고 살점은 다 떨어져나가고 못 먹게 되어버렸다. 어머니는 기가 막혀 “그런 것은 짚으로 몸통을 묶어가지고 어께에 척 메고 오면 좀 좋아”했다.

그 이튿날 또 일을 해주고 이번에는 품삯으로 당나귀 한 마리를 얻었다. 그동안 일을 참 잘해줬는데 늘 품삯을 적게 줘서 미안하다고 이걸로 살림 밑천이나 하라고 준 것이었다. 아이는 어머니 말씀을 기억하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종이를 있는 대로 주워서 당나귀 눈만 빼고 몸뚱이를 싸 발라 가지고 몸통 한 가운데를 짚으로 뚝딱 묶었다. 그걸 이제 어깨에 메고 갈 판이었다. 그때 마침 원님 행차가 그 길을 지나가게 되었다. 가마에다 원님의 어린 딸을 태워 가지고 가는데, 그 딸이 몹쓸 병에 걸려 몇날 며칠 말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죽기 전에 바깥 구경이나 시켜주려고 데리고 나왔는데 사실은 원님 딸이 고기를 먹다가 가시가 목에 걸려서 그런걸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런 형편인데 원님의 딸이 가마를 타고 가다가 이 아이가 당나귀를 종이에 싸서 메고 가는 걸 보게 되니 얼마나 우스운지 깔깔 웃다가 목에 걸린 가시가 톡 튀어나왔다. 그 바람에 병도 씻은 듯이 나았다. 원님이 아이를 불러다가 무슨 영문으로 당나귀를 메고 가는지 물어보았다. 앞 뒤 사정을 알 고보니 비록 아이가 좀 모자라기는 하나 어머니 말을 그리 잘 듣는 걸 보니 효자 중에 효자라고 큰 상을 주었다. 그래서 그 아이는 어머니하고 잘 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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