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아비와 여우

홀아비와 여우

분류 문학 > 현실적인물형 > 해학(諧謔)형

• 갈래 : 전설
• 시대 : 시대미상
• 신분 : 일반
• 지역 : 기호
• 출처 : 한국구전 (9,35)
• 내용 :
옛날 충남 청양군 송암리 북쪽에 착실한 홀아비가 살고 있었다. 그는 어느 집의 머슴으로 일했는데 성실하고 착하여 주인이 좋아하였다. 이 주인도 후덕한 사람이라 새경도 잘 주고 이 홀아비를 잘 대해 주었다. 어느 날 홀아비가 장터에서 굴비 한 마리를 사고 집에 가다 친구는 김가를 만나 술을 많이 마시게 되었다. 그리고 많이 취한 채로 집으로 가게 되었는데 집으로 가는 고개를 넘다 그만 쓰러져 잠이 들고 말았다. 홀아비가 한참을 단잠을 자고 있는데 누가 흔들어 깨우는 기척이 느껴졌다. 홀아비가 눈을 떠 보니 옆에 갑사 치마저고리를 입은 색시가 수줍어하며 앉아 있었다. 홀아비는 깜짝 놀라 일어나며 누구냐고 물으니, 색시는 길을 잃은 사람인데, 집도 없으니 데려가 달라고 했다.

그렇잖아도 혼자 살아온 홀아비는 잘 되었다고 생각하고 집으로 데려가 잠자리를 같이 했다. 그리고 새벽에 눈을 뜨니 색시가 훌쩍훌쩍 울고 있어, 홀아비가 연유를 물으니 색시는 “아무리 집이 가난하고 가진 것도 없지만 집에 가서 부모님의 승낙을 받아와야겠습니다.” 라고 하는 것이었다. 홀아비가 같이 가서 인사드리자고 했지만 색시는 그럴 것 없이 나중에 같이 가자고 하였다. 홀아비는 다녀오라고 하고, 주인집으로 가서 색시의 일을 말하니 주인은 정말 잘된 일이라고 좋아하며 돈과 곡식을 한 짐 주었다. 그런데 색시는 저녁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다가, 한 밤중에 돌아왔다.

홀아비는 별 의심 없이 오늘 주인이 돈과 곡식을 준 이야기를 해주고, 같이 잠자리에 들었다. 홀아비가 새벽에 일어나자 색시가 또 울고 있어, 홀아비가 왜 또 우냐고 묻자 색시는 집에 짐을 두고 와서 그렇다고 했다. 홀아비는 색시를 보내주었는데 또 한 밤중에 돌아왔다. 색시가 다음날, 그 다음날도 새벽에 나가 밤중에 돌아오자 홀아비는 주인에게 찾아가 상의하게 되었다. 주인은 홀아비의 말을 듣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색시가 나갈 때 치맛자락을 잡나 잘 보고, 혹시 늙은 여우인지도 모르니, 꼬리가 있는지 살피라고 했다. 홀아비가 유심히 색시의 뒤를 살피니, 색시가 잠자리에 누우려 할 때 확실하게 뒤가 불쑥 나왔다.

홀아비는 슬그머니 밖으로 나가 몽둥이를 들고 살금살금 들어와서는 문을 열자마자 몽둥이를 힘껏 내리 치자, 색시는 “캥캥, 캥캥”거리고 단번에 여우로 변해 도망가는 것이었다. 홀아비가 여우를 죽이지 못한 것을 억울해 하고 있는데 여우가 다시 찾아와서는, “이봐, 너 같은 구두쇠에게 뭐가 있다고 색시가 따르겠어. 이 구두쇠야! 굴비를 빨면서 굴비 한 마리 가지고 1년을 살래, 이 바보 구두쇠야.” 하고 놀리는 것이었다. 홀아비가 몽둥이를 들고 쫓아나가자 여우는 도망을 가면서도 계속 홀아비를 놀렸다. 이렇게 밤새 여우를 쫓아다니다가 밤을 새게 된 홀아비는 주인을 찾아가 사연을 말하자 주인은 홀아비와 옷을 바꾸어 입고, 홀아비에게는 장터에 하루 쉬라고 하였다.

그리고 주인은 밤이 되자 지팡이를 가지고 여우를 처음 만났던 고개를 넘어갔다. 그러자 그 여우가 색시로 변한 채 나타났는데, 주인 술에 만취한 것처럼 비틀거리며 걸으니 여우는 주인이 홀아비인 줄만 알고 가까이 가서 놀리려고 하였다. 주인은 여우가 다가오자 지팡이를 휘둘러 색시로 둔갑한 여우의 머리통을 내리쳤다. 그러자 색시는 캥캥거리며 다시 여우로 변해 죽어버렸다. 이렇게 사람을 홀리던 여우가 죽은 후 이 고개에서 사람들이 여우에게 홀림 당하는 일이 없어졌다. 그리고 이 후에 이러한 전설이 전해지는 이 고개를 ‘여우고개’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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