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뜬 사람을 속인 장님

눈뜬 사람을 속인 장님

분류 문학 > 현실적인물형 > 재치(才致)형

• 갈래 : 민담
• 시대 : 시대미상
• 신분 : 일반
• 지역 : 기타
• 출처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 ()
• 내용 :
옛날에 눈먼 장님하고 눈뜬 사람하고 이웃해서 살았다. 그런데 눈뜬 사람 성질이 좀 고약했다. 눈멀었다고 괄시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앞이 안 보이니까 제 마음대로 곯려 먹었다. 장님 논 물꼬 막아서 자기 논에 물을 대지 않나, 장님 집에 놀러 와서 세간 살이 하나씩 들고 가지를 않나 그래도 당최 안 뵈니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렇게 내리 몇 해를 당하고 나자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한 장님이 버릇을 고쳐 줄 묘한 꾀를 하나 냈다. 아무 것도 안 쓴 하얀 종이를 구해다가 그것을 다른 종이로 싸는 것이었다. 정성스럽게 싸서 노끈으로 가로세로 묶고, 그걸 또 다른 종이를 싸서 묶는데 한도 끝도 없이 쌌다. 또 보자기로 싸서 묶고, 이렇게 계속해서 싸 묶어 놓으니 이불보만 하게 되었다.

그것을 또 새끼줄로 이리 묶고 저리 묶고 사방팔방 묶어 놓았다. 누가 봐도 보물 보따리였다. 이래 놓고 눈뜬 사람 집에 찾아가 돈 받으러 왔다고 한 것이다. 더군다나 돈 백 냥을 빌려 쓰고 증서까지 만들어 주었다고 하니 눈뜬 사람은 환장할 노릇이었다. 서로 빌려 갔네 아니네 하다가, 송사를 하게 되었다. 그 고을 원님한테 갈 때 장님은 그 종이 한 장 싼 것, 이불보따리만한 것을 짊어지고 갔다. 원님 앞에서 장님은 눈뜬 사람이 돈 백 냥을 빌려쓰고 이제 와서 못 주겠다고 한다고 일렀다. 눈뜬 사람이 절대로 그런 일이 없다고 길길이 날뛰거나 말거나 이불보따리 만한 종이 한 장 싼 것을 증서라며 내놨다. 원님이 그 놈의 보따리를 한나절이 걸려 벗겨내었지만 아무것도 안 쓴 백지가 나왔다. 그래서 장님한테 백지라고 말하자 그만 땅바닥에 엎어져서 떼굴떼굴 구르며 울었다.

“아이고 속았구나. 저 사람이 이 증서를 줄 때 돈 백 냥 빌린 것 다 적고 도장까지 벌겋게 찍었다고 하더니 백지를 줄 줄이야. 아이고, 이제 나는 망했다.”고 땅을 치며 통곡을 했다. 일이 이쯤 되니 원님이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건 저 눈뜬 사람이 장님을 속인 게 틀림없다고 판단하고 불호령을 내렸다. “네 이놈, 고얀 놈. 어디 속일 데가 없어 앞 못 보는 사람을 속였더냐 당장 장님에게 돈을 갚되, 이자까지 쳐서 백오십 냥을 갚으렸다. 또한 앞으로는 두 번 다시 불쌍한 사람을 속이지 말아라.” 원님의 호령이 억울해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게다가 제가 저질러 논 잘못도 있어서 그냥 물러나올 수밖에 없었다. 장님의 꾀에 원님도 속고 눈뜬 사람도 속은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눈뜬 사람이 생돈 백오십 냥을 물어주게 생겼는데 장님이 찾아와서 “그 동안 몰래 가져간 물건이나 되돌려 주고, 우리 논에 물꼬만 가만히 놔둔다면 내 그 빚을 몽땅 탕감해 줌세. 그러니 딴말 말게.” 하는 것이었다. 눈뜬 사람은 그저 감지덕지 했고, 장님은 잃은 물건 도로 찾고 농사도 잘 짓고, 눈뜬 사람의 버릇도 고쳐서 잘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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