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마장을 든 남자

염마장을 든 남자

분류 문학 > 현실적인물형 > 재치(才致)형

• 갈래 : 전설
• 시대 : 시대미상
• 신분 : 일반
• 지역 : 기호
• 출처 : 편집부 ()
• 내용 :
관로는 점(占)을 쳐서 미래의 일을 알아맞히는 것이 신기에 가까웠다. 관로가 어느 해 5월 어느 날. 남양(南陽)벌판을 지내다가 밭에서 보리를 베고 있는 한 소년을 보고 근심스런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소년은 관로에게 "아저씨. 무슨 일이 있으시기에 한숨을 쉬시나요" 하고 묻는 것이었다. 관로는 소년에게 이름을 물었더니, "제 이름은 조안(趙顔)이라고 합니다." "그래 그런데 너의 수명은 이십 전으로 끝날 것이다. 그래서 내가 불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들은 소년은 머리를 조아려 관로의 옷자락을 잡고서 그 연유를 물으니, 관로가 말하기를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니 내가 도와줄 수도 없는 노릇이구나" 하며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조안은 급히 집으로 달려가 아버지께 전후사정을 얘기하자, 조안의 부친은 말을 타고 이미 20여리나 앞서 가버린 관로를 뒤쫓아 가 관로를 발견했다. 조안의 부자(父子)는 말에서 내려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난 다음, "방금 전에 선생께서 제 자식 놈의 수명이 20살도 채 못산다고 하셨다는데,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요절(夭折)을 면(免)할 방법이 없겠습니까. 이 자식 놈은 3대 독자이옵니다" 하며 조안의 아버지는 간청을 했다. "아니올시다. 제가 사람의 목숨을 맡아 좌우하는 것이 아님으로 저로선 어쩔 수가 없습니다만, 그러나 당신의 간청이 정히 그러신다면 제가 좋은 방법을 찾아보기로 하겠습니다. 그럼 먼저 집으로 돌아가셔서 맑은 술 한 독과 록포(鹿脯)를 넉넉히 준비하십시오. 그럼 제가 내일 낮에 반드시 당신 집으로 가오리다. 그리고 결과야 어찌되든지 천신께 기원을 드려봅시다. 잘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러자 조안의 아버지는 급히 집으로 돌아와 술과 안주를 장만해 놓고 관로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관로는 약속대로 다음날 낮에 조안의 집으로 찾아와 소년 조안에게 이르기를 "너는 어제 보리 베든 그곳에서 남쪽으로 가다보면 커다란 뽕나무가 있을 것이다. 그 나무아래를 가면 그곳에서 바둑을 두는 두 노인이 틀림없이 있을 것이니, 그 두 노인들에게 준비한 술과 안주를 한껏 권해 대접을 해라. 그리하면 그 분들은 멋도 모르고 술과 안주를 마시고 먹을 것이다. 마시고 나면 계속 따라 주어 술과 안주가 전부 없어질 때까지 권해야 하느니라. 그리고 만일 너한테 무엇을 묻거들랑 아무런 말도 하지 말고 머리를 조아리고 술과 안주만을 권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필시 누군가가 너를 도와 줄 것이다. 나는 여기서 기다릴 테니 다녀오너라." 하는 것이었다. 소년 조안은 준비한 술과 안주를 챙겨 들고 관로가 일러준 나무 밑으로 갔더니, 과연 그곳에서 두 노인이 바둑을 두고 있었다.

두 노인은 어찌나 바둑에 정신이 집중한 탓인지 소년이 권하는 술을 무심코 마시다가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바둑이 끝난 모양이었다. 그리고는 북쪽에 앉았던 노인이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피다가 소년을 발견하고는 "너는 무슨 일로 이곳에 왔느냐" 하며 화난 목소리로 꾸짖어 물었다. 그러나 소년은 그저 머리만 조아리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남쪽에 앉았던 노인이 북쪽에 앉은 노인을 보고 "여보게 남한테 대접을 받았으면 은혜를 알아야지. 아까부터 이 소년이 권하는 술과 안주를 한껏 대접받았으니 그처럼 섭섭하게 하지 말게나." 하며 소년에게 나직한 목소리로 전후사정을 물어오는 것이다. 그래 소년은 이러이러한 연유로 이리하였노라고 이실직고를 하게 되었다. 그러자 북쪽에 앉았던 노인이 말하기를 "이 놈의 관로가 또 일을 벌려 놓았구먼, 그리고 염마장(閻魔帳)에 이미 결정된 일을 그토록 쉽게 고쳐 쓸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하며 난색을 드러내자. 남쪽편의 노인이 "어디 그 염마장(閻魔帳)을 잠시 보여주게나." 하더니 염마장을 살펴본즉 과연 소년의 수명이 십구(十九)세로 되어 있었다. "이건 그리 어렵잖은 일이니 내가 고쳐 써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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