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를 푼 주막집 딸

수수께끼를 푼 주막집 딸

분류 문학 > 현실적인물형 > 재치(才致)형

• 갈래 : 민담
• 시대 : 조선
• 신분 : 일반
• 지역 : 기타
• 출처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 ()
• 내용 :
옛날, 왜란이 일어나기 한참 전이었다. 일본에서 우리나라에 사신을 보냈는데, 이 사신이 수수께끼를 두 가지 가지고 왔다. 하나는 글이요 다른 하나는 그림이었다. 글은 ‘죽은 나무에 꽃은 스무 송이요 열매는 백 개라.’는 것이고, 그림은 비둘기를 데리고 꽃 앞에 선 노인 뒤에 개가 따르는 모양이었다. 그게 다 무슨 뜻인지 풀어 보라는 것이었다. 나라에서 한다하는 선비들을 불러 수수께끼를 풀어 보라고 했지만 아무도 못 풀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선비들이 조선팔도를 흩어져 다니면서 수수께끼를 풀 인재를 찾기로 했다. 그 중에 한 선비가 이 고을 저 고을 다니다가 점심참에 길가 주막에 들게 되었다. 들어가니 어른은 없고 그저 열 살이 될까말까한 계집아이가 집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어른 못지않게 무척이나 영특했다. 다녀간 손님들이 어디 사는지를 척척 맞추는 것이었다. 손님들이 화롯불을 다루는 것을 보고 험하게 다루었으면 산중에 살고 있으며, 다독거리면 나무가 귀한 곳인 평지 마을에 사는 것이고, 점잖게 살짝 헤치고 불을 당기면 서울 손님이란 것을 알아채는 것이었다. 또한 차림새가 영락없이 거지꼴인 선비를 계집아이는 소매 끝에 묻은 먹물을 보고 선비인 줄을 알아 맞추었다. 선비는 무릎을 탁 치고 아주 크게 감탄했다. 이만한 아이라면 혹 수수께끼를 풀지도 모르겠다고 판단하고 가지고 온 글과 그림을 꺼내 펴놓고 이게 무슨 뜻인지 물어 보았다. 아이가 가만히 먼저 글을 들여다보더니 뭐 오래 생각할 것도 없이, “이건 곶감입니다.”하는 것이었다. 듣고 보니 곶감은 꼬치에 꿰어 말리니 곧 죽은 나무에 열린 열매요, 곶감 열 개를 한 줄로 꿰면 앞뒤에 꽃무늬를 하나씩 새겨 넣으니 열 줄이면 꽃이 스무 송이가 되는 것이다. 곶감 열 줄이면 열매가 백 개인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었다.

이번에는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더니, “여든한 살 노인이 새봄에 꽃이 피는 걸 보고 죽은 아내를 생각하며 한탄하고 있군요”하는 것이었다. 그 이유를 묻자 “비둘기는 ‘구구’하고 우니까 구구는 팔십일, 여든한 살인 걸 알겠습니다. 뒤에 개가 따르는 걸 보니 노인이 혀를 찼음을 알겠습니다. 개는 혀를 끌끌 차서 부르지 않습니까 혀를 찬다 함은 곧 한탄하는 것인데, 꽃을 보고 한탄했으니 새봄에 다시 피는 꽃을 보고 한탄한 것입니다. ‘꽃은 죽었다가도 다시 살아나는데 사람은 어찌 한 번 가면 다시 올 줄 모르는고’하는 뜻이니, 그림 속의 노인이 아내를 여의였음을 알겠습니다.”하고 대답했다.

이래서 수수께끼를 다 푼 선비가 나라에 고하니, 나라에서는 수수께끼 답을 적어 일본 사신에게 주어 보냈다. 일본에서는 그 답을 턱 받아 보고, “조선에 이런 인재가 있는 동안에는 함부로 칠 수 없다.”하고, 본래 조선을 치려던 마음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뒤에 한 번 더 일본에서 어려운 수수께끼를 보내 온 걸 못 맞춰서 왜란이 일어났다. 그 때는 수수께끼를 풀려고 주막을 찾아가니까 주막이고 사람이고 온데간데없더라는 것이었다. 수수께끼를 못 풀자 일본이 얕잡아 보고 쳐들어왔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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