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장이와 목수의 이사

대장장이와 목수의 이사

분류 문학 > 현실적인물형 > 재치(才致)형

• 갈래 : 민담
• 시대 : 조선
• 신분 : 일반
• 지역 : 기타
• 출처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 ()
• 내용 :
옛날 어느 마을에 대장장이와 목수가 이웃해서 살았다. 그런데 대장장이네 집과 목수네 집은 바짝 붙은 것이 아니라 사이가 조금 벌어졌다. 그 사이가 벌어진 곳에 대밭이 하나 있었는데 대장장이는 쇠를 다루는 사람이니 밤낮 쇠를 달구느라 챙강챙강 이러는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어느 해에 웬 양반이 이 마을로 이사를 왔다. 이 양반이 제 딴에는 좋은 집터를 찾는다고 지관을 데리고 왔다 갔다 하더니, 대장장이와 목수네 집 사이에 있는 대밭이 천하명당이라는 말을 듣고 거기에 터를 잡았다. 하루 이틀 살다 보니 선비는 집 앞뒤에서 나는 소리가 시끄러워 견딜 수 없었다.

글 좀 읽으려고 하면 ‘챙강’, 시 좀 읽으려하면 ‘뚝딱’ 이러니 사람 환장할 노릇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대장장이와 목수에게 곤장 몇 대 안겨서 내쫓아버리고 싶으나 양반 체면에 그럴 수가 없어서 며칠을 끙끙 앓았다. 궁리 끝에 이 양반은 대장장이와 목수를 찾아갔다. 먼저 대장장이를 찾아가서 “내가 풍수를 좀 볼 줄 아는데 자네 집터가 오행으로 말하면 물의 터일세. 자고로 물이라고 하는 것은 불과 상극이니 자네의 일과 맞지 않네. 더 늦기 전에 딴 데로 이사를 가는 게 좋겠네. 돈이 들 터니 내가 좀 보태 줌세.”라면서 구슬리며 돈을 주니 대장장이는 고마워하면서 순순히 승낙했다.

이제 됐다 싶어 하고 양반은 그 다음에는 목수를 찾아갔다. “내가 풍수를 볼 줄 아는데 자네 집터가 오행으로는 불의 터일세. 불이라고 하는 게 뭔가 나무를 태우지 않는가 그러니 나무를 다루는 자네에게는 맞지 않아. 내가 이사 비용을 좀 보태 줄 테니 딴 데로 집을 이사 가게나” 목수도 고마워하면서 당장이라도 이사를 가겠노라 하였다. 양반은 자신이 낸 꾀가 생각할수록 대견스러워 싱글벙글하면서 집에 돌아왔다. 이튿날이 되었다. 양반이 일어나 보니 아침부터 앞뒷집에서 더 요란한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양반은 화가 나서 대장장이네 집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대장장이의 모습은 보이질 않고 목수가 일을 하고 있었다. 목수가 양반을 보고 하는 말이 “약속드린 데로 오늘 이리로 이사를 왔습니다. 듣자하니 대감께서 이곳이 물의 터라 하셨다면서요 저 같은 목수에게야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집터가 아니겠습니까” 하는 것이다. 양반은 기가 탁 막혀서 할 말을 잃고 입맛만 쩍쩍 다시다가 목수가 이사 오기 전에 살던 집으로 가 봤다. 거기에는 목수 대신 대장장이가 일을 하고 있었다. 대장장이도 천연덕스럽게 하는 말이 “대감께서 말씀하시길 이 집터가 불의 터라고 하셨다 기에 이리로 이사를 왔습니다. 불의 터라면 저 같은 대장장이에게 안성맞춤이지 않겠습니까” 하였다. 그러니까 둘이서 집만 바꾼 셈이었다. 어쨌거나 이사를 하긴 했느니 약속은 지킨 것이라서 양반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그 뒤로도 대장장이와 목수는 밤낮으로 챙강챙강 뚝딱뚝딱 하면서 잘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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