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과 뱀 은원

꿩과 뱀 은원

분류 문학 > 이상적인물형 > 보은(報恩)형

• 갈래 : 전설
• 시대 : 조선
• 신분 : 관료
• 지역 : 영남
• 출처 : 소한세설 (380)
• 내용 :
어떤 소년이 사이동(四而洞)에 살고 있었는데 영특하고 집안도 넉넉했다. 나이 15세 때에 백석암(白石庵)의 스님을 스승으로 삼으려고 보따리를 짊어지고 집을 나섰다. 길을 가는 도중에 큰 뱀이 어미 꿩의 몸을 감고 잡아먹으려 하고 있어 지팡이를 휘둘러 뱀을 죽였다. 이때 꿩은 재삼 돌아보면서 떠나갔다. 그리고 나서 길을 가는데 날이 저물었다. 마침 불빛이 비치는 집으로 찾아 들어가 묵어 갈 것을 요청하니 예쁜 여자가 혼자 있으면서 허락했다. 그 여자와 앉아 얘기하는 동안 살펴보니, 여자의 혀가 바늘같이 뾰족하고 계속 흔들고 있기에, 소년은 직감으로 뱀이 변화한 여인임을 깨달아, 달이 밝으니 밤에 걸어서 절에까지 가야 되겠다고 말하고 길을 떠나려 했다.

이에 여자는 “내가 지금 내 남편의 원수를 갚으려고 작정을 하고 너를 유인했는데, 지금 나의 정체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나에게 잡힌 몸이 어떻게 빠져나갈 수가 있단 말이냐” 하고 말했다. 이에 소년이 “만물의 영장인 사람을 미물인 네가 어찌 해치겠다는 말이냐” 하고 대항하니 여인은 다시, “만물의 영장이면 지금 뒤 절에 달려 있는 경(磬)을 저절로 소리 나게 울려 보아라. 그러면 맹세코 해치지 않고 놓아주겠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소년은 살아날 길이 없는 것 같은 생각이 들면서도 당당하게, “곧 경이 울릴 테니 두고 보라.”고 했다. 그런데 얼마 후에 과연 경을 울리는 소리가 은은하게 한 번, 그리고 두 번 들렸다. 그러니까 여인은 통곡하여 울면서, 옛절의 경이 어찌 저절로 울렸단 말이냐고 한탄하고, 원수를 갚지 못함을 원통해 하면서 큰 뱀으로 변해 사라졌다.

소년이 아침에 뒤에 있는 절에 가서 보니, 부리가 다 허물어지고 머리가 부서진 꿩 한 마리가 경 아래 떨어져 죽어 있었다. 이를 본 소년은 슬퍼하고, “앞서는 나 때문에 네가 살았는데, 지금은 나 때문에 네가 죽었구나.” 하고 탄식했다. 사람이면서 날짐승보다 못한 사람이 있으니, 배은망덕 하는 사람은 경계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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