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생긴 이야기

술이 생긴 이야기

분류 문학 > 이상적인물형 > 효우(孝友)형

• 갈래 : 민담
• 시대 : 시대미상
• 신분 : 일반
• 지역 : 기타
• 출처 : 편집부 ()
• 내용 :
옛날 한 아버지와 아들이 살고 있었다. 아버지는 늙어서 병이 들었고, 어린 아들은 아비를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갖은 노력을 다했다. 어느 날 중국 북경에 명의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온갖 재물을 다 가지고 가서 아비의 병 증세를 얘기했지만 대답이 없었다. 해가 저물자 약국집 집사가 그를 데리고 나와서 일러주기를, “우리 선생님이 저렇게 심각한 표정을 짓는 데엔 무슨 어려운 문제가 있는 모양입니다. 웬만해선 방법을 알기 힘드니, 선생님 소실 집을 알려드릴 테니, 그곳에 가서 사정이나 한번 해보시게. 그렇지 않고는 방도가 없네.” 라고 하였다. 그래서 아들은 일러주는 대로 소실 집을 찾아가서 가져온 비단을 주니 좋아하면서 “내 무슨 방법이라도 써서 알아낼 줄 테니, 내일 아침 느지막이 찾아오시게.” 라고 했다. 그래서 하룻밤 자고나서 이튿날 소실을 찾아갔더니 자랑스럽게 “얘야, 방법을 알려주기가 힘들었겠더구나. 산 사람의 생간을 세 개만 내어다가 물에 푹 고아서 그 물을 먹이면 네 아버지가 낫는다고 한다.

하지만 어찌 의술을 하는 사람이 한 사람을 살리자고 세 사람을 죽게 하겠느냐.” 라고 말했다. 아들은 아버지를 구할 방도를 알게 돼서 기뻤지만 맥이 풀렸다. 어떻게 사람의 간을 구할 것인지 막막하기만 했다. 그래서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발길을 돌려서 되도록 고향에서 먼 의주근방으로 가서 약을 구해서 가려고 했다. 그래서 칼을 하나 구해서 수건에 감아 품에 넣고 고갯마루에 이르렀다. 마음은 심하게 요동치고 두려웠지만 아버지를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글을 외우는 소리가 들리더니 멀리서 선비가 오고 있었다. 마음속으로는 ‘저런 학자를 죽였다가는 큰 죄가 될 것이야. 하지만 선비면 최고니까, 간도 최고겠지.’ 라고 생각하며 눈 깜짝할 사이에 선비를 칼로 찔렀다.

그리고 간을 꺼내고 시체는 고랑에 버렸다. 그리고 숨을 돌리고 있는데, 한 스님이 ‘나무아미타불’을 외우며 걸어오고 있는 것이었다. 아들은 스님을 찌르면 큰 죄일 것 같아 두려웠지만 이내 스님에게 달려들어 칼을 찔렀다. 스님의 간을 얻어내고 한참 후 있다 보니 미친 놈 하나가 낄낄대면서 춤을 추고 왔다. 아들은 미친놈의 간이 과연 약이 될까 하며 고민했지만 가릴게 없는 처지라 미친놈을 칼로 찔러 간을 꺼냈다. 세 사람의 무덤을 마련해 주고 끔찍하지만 아버님의 약을 구했다는 생각에 아들은 고향으로 발길을 서둘러 떠났다. 그리고 집에 가서 아버지에게 사람의 간을 먹였더니, 정말 아버지의 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들의 마음은 무거웠다. 그래서 세 사람을 위해 제를 올리기로 하고 음식을 장만해서 그들의 무덤을 찾아갔다. 그 무덤 위에 통곡하고 위로한 뒤에 일어나 가려고 하는데 무덤 위에 전에 보지 못한 풀들이 자라고 있었다. 무슨 곡식 같은 게 제법 이삭이 열려서 누렇게 익어가고 있었다.

아들은 무슨 곡식인지 모르지만 훑어서 담으니 한 자루 가득 되기에 집에 가져와 땅에 심었다. 그 후 가을에 수확을 해서 빻아 가루를 내어먹고, 잘 빻아지지 않은 것을 모아두었더니 얼마 후 시큼한 냄새가 났다. 그래서 술이 생겨났는데, 이 곡식은 밀이었다. 밀을 보면 배를 갈라 죽은 원한 때문인지 아래 위까지 칼자국이 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밀에서 생긴 것이 술이라 먹으면 죽은 세 사람의 혼이 차례로 나온다고 한다. 처음엔 선비의 혼이라 점잖고, 둘째는 스님의 혼이라 못 먹겠다는 사람에게 자꾸 권하는 것이고, 세 번째는 미친놈의 혼이라 먹다보면 이판사판 분간을 못하고 본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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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덕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