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들어주는 그림

소원을 들어주는 그림

분류 문학 > 이상적인물형 > 효우(孝友)형

• 갈래 : 민담
• 시대 : 시대미상
• 신분 : 일반
• 지역 : 기타
• 출처 : 편집부 ()
• 내용 :
옛날에 두 사람이 살았는데 어릴 때부터 참 다정하게 지냈다. 둘이 약속하기를 “우리 나중에 커서 내가 잘 되면 너를 도와주고, 네가 잘 되면 나를 도와주고 해서 같이 잘 살자”했다. 둘은 잘 커서 장가도 가고 했는데 그중 한 사람이 참 가난하게 살았다. 과거를 보아도 자꾸 떨어지고, 살림은 점점 쪼들리고, 나중에는 온 식구가 굶어 죽을 판이라 옛 친구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물어물어 서울 사는 친구 집까지 갔는데 과연 친구는 고래등 같은 집에서 하인도 여럿 거느리고 잘 살고 있었다. 가난한 친구는 신세타령을 했다. 그러니까 잘 사는 친구가 진작 오지 왜 이제야 왔느냐며 걱정 말고 며칠 묵어가라고 했다. 며칠 대접을 잘 받은 가난한 친구는 양식을 사게 돈을 꾸어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친구가 돈은 안주고 황새가 그려져 있는 종이를 주는 것이다.

당장 돈 한 푼이 아쉬운 사람한테 돈은 안 주고 그림을 주면 어떻게 살란 말이냐고 원망을 했더니 잘 사는 친구가 말하기를 돈이 없어 고생스러울 때마다 회초리로 황새 다리를 치라고 했다. 그러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그런데 아무리 돈이 궁해도 하루에 한 번씩만 황새다리를 쳐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했다. 그러마고 대답하고 길을 나섰는데 궁금해서 황새 다리를 막 때렸더니 글쎄 황새 궁둥이에서 돈 꾸러미가 떨꺽하고 떨어졌다. 가난한 친구는 너무 좋아서 집에는 가지 않고 한양 주막에서 실컷 돈을 쓰면서 놀았다. 돈 떨어지면 황새 다리만 딱 때리면 돈꾸러미가 나오니 아주 흥청망청 쓴 것이다. 매일 같이 술을 먹고 놀다가 이러다가 언제 돈을 실컷 써보나 하고 황새다리를 아주 불이 나게 때리니 돈 꾸러미가 철컥 철컥 철컥 하더니 그만 황새다리가 뚝 부러졌다.

돈을 다 쓴 이 친구는 또 친구를 찾아가 부탁을 했다. 이번에는 항아리가 그려진 종이를 받았다. 돈이 궁할 때 항아리를 똑똑 두드리는데 제발 이번에는 하루에 한 번씩만 두드려야 한다고 당부를 했다. 그러마고 가지고 오다가 항아리를 똑똑 두드리니 항아리 주둥이에서 돈 꾸러미가 툭 튀어나왔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항아리를 자꾸 두드리다가 그만 항아리가 폭삭 깨져버렸다. 그래놓고 이 사람이 또 친구를 찾아갔다. 이번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약속을 지키겠다고 또 그림 한 장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돈 궤짝이 그려져 있었다. 이 사람이 또 집에 안 가고 주막에서 노는데 그림을 펴 놓고 돈 궤짝에 손을 넣으면 돈이 한 꾸러미씩 나왔다. 이거 도대체 얼마나 돈이 많이 들어 있어서 이렇게 나오는지 시험을 한 번 해봐야겠다고 서른 번, 마흔 번 자꾸 손을 집어넣어 돈을 꺼냈다. 이때, 나라에 큰 창고가 하나 있었는데 이 창고에서 하루에 꼭 돈이 한 꾸러미씩 없어지는 것이었다. 워낙 창고가 커서 표가 안 나는데 하루는 창고 지키는 사람이 보니까 돈이 쩔렁쩔렁 지붕 굴뚝으로 해서 하염없이 날아가는 것이다. 그 돈을 따라가 봤더니 어느 주막 안으로 들어가 따라가 보니 웬 사람이 앉아서 돈 궤짝 그려놓은 종이를 펴놓고 돈을 꺼내고 있었다.

나랏돈 훔친 도둑이라고 꽉 붙잡아서 관청에 끌고 갔다. 바른대로 말하라고 곤장을 치니까 이 사람이 그동안 있었던 일을 다 말했다. 그러니까 그림을 그려준 친구까지 잡혀와 죽게 생겼다. 사형 날짜가 되어서 둘이 끌려나왔다. 형장으로 끌려가 죽을 판인데 그림을 그려준 친구가 사정을 했다. “죽기 전에 그림을 한 번 그리고 죽게 해주시오.” 죽을 사람 소원이라 들어주니 종이에 말 한 마리를 그렸다. 하얀 말 한 마리를 그리고 채찍을 그리더니 갑자기 붓을 집어 던지고는 친구와 함께 그림 속의 말 잔등에 올라타 하늘로 휭 하니 날아갔다. 그 다음에는 어찌 되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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