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성종]김흔이 왜인에게 후추 종자를 구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아뢰었으나 받아들이지 않다

[조선 성종]김흔이 왜인에게 후추 종자를 구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아뢰었으나 받아들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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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연(經筵)에 나아갔다. 강(講)하기를 마치자, 시강관(侍講官) 김흔이 아뢰기를, ˝이제 들으니, 국가에서 후추 종자를 왜사(倭使)에게 구하였다고 합니다. 대저 먼데 사람을 대우함에 있어 오는 자는 막지 말며 가는 자는 쫓지 말 따름이니 저들에게 무엇을 요구하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지난해에 이형원(李亨元)이 일본 통신사(日本通信使)가 되고 신이 서장관(書狀官)이 되어 대마주(對馬州)에 도착하여 후추의 생산지를 물었더니, 그 사람이 남만(南蠻)과 유구국(琉球國) 등에서 생산되고 일본에는 없는 바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비록 구하려 해도 쉽게 얻을 수가 없습니다. 왜인(倭人)은 거짓이 많으니 공연히 저들에게 속임을 당하는 것이 될 뿐입니다. 신이 본초(本草)를 상고하건대, 후추는 서융(西戎)에서 생산되고 혹은 남해(南海)의 여러 나라에서 생산된다 하고, 중국에도 없다고 합니다. 신이 생각하건대, 물건의 성질은 각각 토지에 알맞는 것이 있습니다. 옛적에 이르기를, ˝귤(橘)이 회수(淮水)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나라 제주(濟州)에는 귤감이 많이 생산되지만 그것을 이곳에 옮겨 심을 수 없는 것과 같이, 이제 비록 후추 종자를 얻는다 하여도 반드시 잘 자라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이르기를, ˝이 말은 과연 그러하나 앵무(鸚鵡)와 공작(孔雀) 같은 새는 비록 와서 바치더라도 내 마땅히 물리쳐 받지 않겠지만, 이것은 약용(藥用)에 긴절(緊切)하니 구하는 것이 어찌 해롭겠는가? 수우(水牛)도 유구(琉球)로부터 우리나라에 왔건만 잘 번식되고 잘 자라니, 후추라고 해서 반드시 잘 자라지 않을 것을 어떻게 알겠는가˝? 하니, 영사(領事) 홍응(洪應)이 이르기를, ˝세조조(世祖朝)에 우리나라 사람이 표류하여 유구에 이르러 후추를 보았는데, 바로 이것이 풀씨였습니다. 그 줄기와 열매는 교맥으로 더불어 서로 흡사했습니다.˝ 하였다.
• 출처 : 『조선왕조실록』 성종 16년 10월 11일(무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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