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성종]유구 국왕 상원이 범경과 야차랑을 보내어 내빙하다

[조선 성종]유구 국왕 상원이 범경과 야차랑을 보내어 내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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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 국왕(琉球國王) 상원(尙圓)이 범경(梵慶)을 보내어 내빙(來聘)하였는데, 그 서계(書契) 에 이르기를, ˝유구 국왕 상원(尙圓)은 조선 국왕 전하(朝鮮國王殿下)께 엎드려 아룁니다. 삼가 우리 작은 부용(附傭) 의 나라를 큰 섬이라고 여겼었는데, 근래에 일본(日本)의 갑병(甲兵)이 와서 빼앗고자 하므로, 이로 인하여 전사(戰死)한 자가 매우 많았습니다. 그렇기는 해도 싸움할 때마다 이긴 것이 십중팔구여서 천리(千里)에서 적의 예봉(銳鋒)을 꺾었습니다. 삼가 살펴보건대, 우리나라는 다섯 산에 명찰(名刹)을 세워 모두 장전(藏殿) 을 두고, 매일 중의 무리에게 명하여 번전 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황가(皇家)의 만세(萬歲)를 기도하여 올리게 하였더니, 그 기이한 상서(祥瑞)가 이루 헤아릴 수 없었습니다. 이는 진전(眞詮)의 제부(諸部)에서 가호한 바라고 설명되지만, 또한 황가의 후한 은혜가 아니겠습니까? 지극히 빌고 또 빕니다. 그러므로 장전(藏殿)의 복된 터를 거듭 정하고자 하는데, 대개 우리 작은 나라는 쓸 만한 좋은 재목이 부족합니다. 귀국(貴國)의 훌륭한 물건을 내려 주시어 창건하기를 삼가 원하므로, 사선(使船)을 보내는 것입니다. 면포(綿布) 약간 필(匹), 백저포(白苧布) 1천 필, 호피(虎皮)·표피(豹皮) 2백 장(張), 이러한 은사(恩賜)를 받게 되면, 사선(使船)을 남만(南蠻)에 보내어 자단(紫檀) 과 화리(花梨)로 대들보를 만들고 연와(鉛瓦)로 지붕을 만들겠습니다. 그리고 방물(方物)의 조목은 별폭(別幅)을 갖추었습니다. 후추[胡椒] 5백 근(斤), 대도(大刀) 1백 파(把), 복단향(樸段香) 2백 근, 정향(丁香) 1백 근, 오매(烏梅) 3백 근입니다. 상인들의 매물(買物)은 동철(銅鐵)·사어피(沙魚皮)·주홍(朱紅)입니다. 이 매물들은, 우리 작은 나라에 무너진 절이 있어 이름을 천룡사(天龍寺)라고 하는데, 지금 이를 일으키기 위해 가지고 건너가는 것 두세 가지입니다. 원하건대, 선례(先例)대로 내려 주시기를 허용하신다면 매우 다행하겠습니다.˝ 하였다. 또 야차랑(也次郞)을 보내어 내빙(來聘)하였는데, 서계(書契)에 이르기를, ˝대저 생각건대, 상방(上邦)의 선정(善政)은 인자함이 안에서 넘쳐 화이(華夷)가 그 교화(敎化)에 모두 복종하고, 은택(恩澤)이 외방에 퍼져 사해(四海)가 그 덕(德)을 우러러봅니다. 그러므로 귀국은 우리 고을과 비록 만리(萬里)의 바다에 떨어져 있지만, 제 마음은 항상 뭇별이 북극성을 향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인하여 수차 사선(使船)을 보내어 평안하신지 여쭈었으며, 또 중한 은혜를 입었습니다. 특별히 올해에는 대장경(大藏經)을 내려 주셨으므로, 즉시 국선사(國禪寺)에 두고 만세토록 국가의 진기한 보물로 삼을 것이니, 손뼉치며 즐거워함이 지극하고 말로써 이루 미칠 수 없어 매우 다행하고 다행합니다. 삼가 만분의 일의 예(禮)라도 펴고자 하여 대궐 아래에서 엎드려 배례(拜禮)를 바치도록 하는 것이니, 살피고 살펴 주십시오. 헌납(獻納)할 방물(方物)은 별폭(別幅)에 갖추었습니다. 단목(丹木) 3백 근, 후추 2백 근, 정향(丁香) 1백 근, 오매(烏梅) 2백 근, 납철 1백 근입니다. 상인의 매물(買物)은 황금(黃金)·동철(銅鐵)·목향(木香)·주홍(朱紅)입니다. 저 상인의 매물은 선례(先例)에 맡겨 허용하신다면 다행하겠습니다.˝ 하였다. 두 사신은 같은 날 서울에 들어왔다.
• 출처 : 『조선왕조실록』 성종 24년 6월 6일(무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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