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짱 좋은 형제

배짱 좋은 형제

분류 문학 > 현실적인물형 > 지략(智略)형

• 갈래 : 민담
• 시대 : 시대미상
• 신분 : 일반
• 지역 : 기타
• 출처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 ()
• 내용 :
옛날에 웬 총각 형제가 있었는데 워낙 가난하게 살다 보니 어지간히 낯가죽이 두꺼웠다. 둘 다 가난해서 나이 서른이 넘도록 장가를 못 갔는데, 서른 해가 넘도록 느는 거라고는 배짱이요 넉살이었다. 그저 밤낮 생각하는 것이 장가 갈 궁리였다. 한 번은 이웃 마을에서 한 사람이 사윗감을 구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런데 딴 건 아무것도 안 보고 그저 술 안 먹는 사위를 구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소문을 듣고 이 총각 형제 중에 형이 가기로 하고 그 집을 찾아갔다. 가 보니 장가 못 간 노총각이 엄청나게 몰려와서 저마다 술 못 먹는 자랑하느라고 입이 벌개지고 있었다.

형이 그러는 걸 가만히 듣고 있다가 그만 자빠져 눈을 허옇게 뒤집고 떼굴떼굴 구르니까 사람들이 다 놀랐다. 사람들이 달려들어 팔다리를 주무르고 따귀를 때리고 해서 제 정신을 들게 해 놓았다. 형이 눈을 멀뚱거리고 누워 있으니까 죄다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아, 말도 마시오. 나는 술이라는 말만 들어도 이렇게 발작을 한다우. 그러니 내 앞에서 절대로 술이라는 말은 입 밖에 꺼내지도 마시우.”하니까 장인 될 사람이 아무리 생각해도 저것보다 술을 못 먹는 사람은 없을 것 같아 당장 사위 삼자 하고 바로 날을 받아 혼례를 치렀다. 혼례 날 신부 집에서는 신랑이 술을 못 먹으니 합환주에 술 대신 쌀뜨물을 채워 술잔에 따라 주었다. 그랬더니 신랑이 또 발작을 했다. 그 이유를 물으니, “예전에는 술만 보면 발작을 했는데, 이제는 멀건 물만 보면 발작을 합니다.” 했다.

할 수 없이 술을 따라 주니까 벌컥벌컥 잘 먹었다. 장가 간 뒤로 술을 잘만 먹었는데도 장인은 한 번 본 사위를 술 먹는다고 도로 물리지 않았다. 술 먹고도 잘 살았기 때문이다. 그 뒤에 아우가 들으니, 어느 마을에서 웬 사람이 사윗감을 구하는데 부자 사위를 구한다고 그랬다. 그 사람도 제법 살 만하만 저보다 더 큰 부자 사위를 찾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우는 산에 가서 고만고만한 회초리만 한 짐 해다가 짊어지고 사윗감 구한다는 집 앞에 가서 지게를 내려놓고 쉬었다. 그러고 있는데 주인이 나와서 회초리만 한 짐 보고는 어디에 쓸 거냐고 물었다. 한참 뜸을 들인 후에 쇠코뚜레로 쓸 것이라고 대답했다. 주인이 생각하기에 쇠코뚜레로 쓸 것이면 고만고만한 회초리 하나면 족할 것을 한 짐씩이나 지고 가면서 그걸 다 쓸 거라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아우는 이것 가지고도 모자라면 한 짐 더 해가지고 가야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주인이 가만히 들어 보니 쇠코뚜레를 수도 없이 해 갈 만큼 소가 많으면 그만한 부자가 없다고 생각하고 당장 욕심이 생겨서 사위를 삼기로 했다. 그래서 날을 받고 혼례를 다 치르고 보니 이건 송아지 한 마리도 없는 알거지인 것을 그 때에야 안 것이다. 장인 영감이 화가 잔뜩 나서, “아 자네는 소가 그리 많다더니 한 마리도 없잖나” 하니, “내가 언제 소가 많다고 했나요 다 쇠코뚜레로 쓸 거라고 했지요. 앞으로 소를 많이 사면 쇠코뚜레가 많이 쓰일 테니 미리 장만해 놓은 거지요.”라며 무찔렀다. 장인은 제 꾀에 제가 속은 줄 알았지만 한 번 본 사위를 도로 물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도 소 한 마리 없이도 아들딸 낳고 잘 살았다.

연관목차

1116/1461
배짱 좋은 형제 지금 읽는 중
해학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