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기지

딸의 기지

분류 문학 > 현실적인물형 > 지략(智略)형

• 갈래 : 민담
• 시대 : 시대미상
• 신분 : 일반
• 지역 : 기타
• 출처 : 편집부 ()
• 내용 :
옛날에 한 사람이 어찌나 술을 좋아하던지 술만 보면 사족을 못 쓰고 무한대로 먹고 실수를 하곤 했다. 이 사람에게는 딸이 하나 있었는데, 시집을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는 신행할 때 상객으로 가게 되었는데, 이 사람 동생이 형이 또 취해서 실수를 할까 걱정이 되어 하인을 불렀다. 그리고는 “형님이 술 석 잔만 드시게 하여라.” 하였다. 그러자 하인이 “제가 무슨 수로 술을 덜 드시게 합니까” 하니까 “이렇게 하거라. 샌님 발에다가 실을 묶어서 네가 문 밖에서 그 실을 쥐고 당겨서 그때마다 술을 한 잔씩 드시게 하여라. 세 번만 당기고 그 이상은 더 당기지 말거라.” 하고 일렀다. 그리고 형님을 보고, “형님도 아셨죠 하인 놈이 실을 한번 당기면 그때마다 한 잔씩만 드시는 겁니다. 아셨죠” 했다.

형은 “그래, 실이 당겨지면 한 잔씩 마시면 된다는 거지 그렇게 하겠다.” 하고 단단히 약속을 했다. 마침내 신행날이 되어 이 사람이 하인을 데리고 갔다. 사돈집에 가니, 상에 음식을 잘 차려 내왔다. 처음에는 조심조심 먹었는데, 술을 조금씩 마셨다. 하인이 문 밖에서 실을 쥐고 있다가 목이 바짝 말라 술 생각이 나서 자기도 술을 한 잔 얻어마셔야겠다 작정하고 마당에 떨어진 닭 뼈다귀에 실을 잡아 매어놓고 갔다. 그런데 강아지가 이 닭 뼈다귀를 보고 쫓아와 물고는 이리 흔들, 저리 흔들 했다. 방 안에 있던 이 남자는 발이 자꾸 당기니까 술을 마시라는 줄 알고 술잔을 이리 받고 저리 받으면서 많이 먹고는 그만 취해버렸다. 뒤늦게 와서 이 모습을 본 하인은 큰일 났구나 싶어 이 사람을 데리고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이 사람이 가다 생각해보니, 낮에 사돈네 큰 상에 칠첩반상기가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

그 반상기를 훔쳐 가고 싶어서 하인에게 볼일이 있으니 볼일을 보고 가겠노라 하며 하인을 먼저 보냈다. 그리고는 날이 저물도록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다가 어둑해질 무렵, 사돈네 집에 살짝 들어갔다. 그리고는 부엌에서 오쟁이에다 칠첩 반상기를 주워 넣고 돌아가려고 했다. 그런데 마침 돌아서는 눈에 큰 솥에 담겨 있는 술이 보였다. 한 잔만 마셔야지 하고 마시다보니 또 어느새 계속 마시게 됐고, 그만 취해버려 부엌 바닥에 드러누워 잠이 들어버렸다. 잠시 후 안사돈이 국을 끓이려 부엌에 들어갔는데, 웬 사람이 칠첩 반상기를 지고 세상모르고 자고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상객 온 사돈이 아닌가. 사돈집 그릇을 훔쳐 가는 놈이 세상에 어디 있냐고 하면서 흉을 보고 있었다. 시어머니의 하는 말을 방에서 조심히 듣고 있던 새댁은 기가 찼다. 서둘러 옷을 입고 나온 새댁은 다짜고짜 아버지에게 달려들며 “세상에, 아버지. 딸자식이 뭐가 그리 중하다고 이게 무슨 위세랍니까.”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 말을 들은 시어머니는 이상히 여겨 사랑에 가서 남편을 불러왔다. 그리고 친정아버지를 붙들고 울고 있던 며느리를 불러다가 물었다. 그러자 며느리는 “제가 친정에서 열 살 때 점쟁이에게 점을 보았는데, 제 명이 짧아서 오래 못 산다고 했습니다. 명을 이을 도리가 없냐고 했더니 아버지가 저 시집갈 때 신행에 가서 큰 실수를 해야 명을 이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저런 실수를 한 겁니다.” 했다. 이 말을 들은 시아버지는 딸을 위해 창피한 일도 서슴치 않은 사돈이 오히려 고마워 크게 잘 대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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