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건달

먼지 건달

분류 문학 > 현실적인물형 > 지략(智略)형

• 갈래 : 민담
• 시대 : 시대미상
• 신분 : 일반
• 지역 : 기타
• 출처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 ()
• 내용 :
옛날에 건달이 하나 살았다. 돈 한 푼 없어서 털어도 먼지밖에 나오는 게 없다고 먼지 건달이라고 불렀다. 그런 놈이 여기 저기 떠돌아다니면서 아무 데나 자고, 아무거나 먹고 살았다. 그렇게 떠돌아다니니 느는 게 배짱과 넉살뿐이었다. 한 번은 길 가다가 시장해서 주막엘 들렀는데 마침 툇마루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부가 한 함지 있었다. 침이 절로 넘어가지만 돈 한 푼 없으니 꿈도 못 꾸겠고, 그 옆에 두부 만들다 남은 비지가 한 주발 있기에 그것이나 좀 얻어먹을까 해서 주모를 불렀다.

“여보, 주모 나 좀 보오. 내 지금 몹시 시장한데 수중에 돈이 없어 그러니 저 비지 한 숟갈만 좀 주구려. 그 은혜 잊지 않으리다.”하니 “이런 시러베아들놈을 봤나. 여기가 어디라고 돈 한 푼 안 내고 음식을 얻어먹을 요량을 해”하고 욕을 해댔다. 닳고 닳은 먼지 건달이 이쯤 욕을 먹고 물러설 위인이 아니었다. 삽짝 아래 쭈그리고 앉아서 틈만 엿보고 있으니 뒤란에서 돼지가 울었다. 그때 마침 주모가 물을 길러 물동이를 이고 삽짝 밖으로 훨훨 나가니 옳다구나 하고 뒤란으로 들어가서 돼지우리 문을 따고 돼지를 내몰았다. 돼지가 나와서 그냥 두부함지에 코를 처박고 다 해치웠다.

주모가 돌아와보니 이거 난리가 아니라 울화통이 터져 먼지 건달에게 삿대질을 했다. “아, 멀쩡하게 두 눈 뜨고 돼지가 이 꼴을 만들도록 뒀단 말이오”하니 먼지 건달이 “난 또 돼지가 돈 내고 먹는 줄 알았지”하고는 저도 돼지처럼 두부 함지에 코를 처박고 돼지가 먹다 남은 두부를 먹어 치웠다. “아 그 더러운 걸 먹긴 왜 먹어”하고 주모가 질색을 하니 “돼지가 돈 내고 먹다 남은 것 좀 먹는데 무슨 참견이요” 했다. 또 길을 가다가 날이 저물어 한 부잣집에 들렀다. 하룻밤 자고 가기를 청하고 들어오라고 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저녁상을 보니 부아가 치밀었다. 찬밥 한 덩이에 물 한 그릇, 소금 한 접시 뿐이었다. 시장해서 달게 먹긴 먹었는데 뒤끝이 찜찜했다.

저녁상을 물리고 나니 주인이 갓난아기를 안고 어르는데 어지간히 귀하게 키우는 자식 같아 “참 복스럽게 생긴 아기구먼요. 손자입니까”물으니 “늘그막에 얻은 막둥이라오. 오대 독자지요.”하는 것이다. 먼지 건달이 아기를 들여다보면서 어르는 체 하다가 주인이 안 보는 사이에 슬쩍 넓적다리를 한 번 꼬집었다. 그러니 말 못하는 아기가 까무러치듯이 울어댔다. 부잣집 오대 독자가 아닌 밤중에 새파랗게 질려 우니까 난리가 났다. 먼지 건달이 그 꼴을 보고 있다가 “아기 혼자만 남기고 주위를 다 물리시오. 내 이 병을 고칠 방도가 생각났습니다.”하니 식구들이 모두 물러갔다. 뜸을 좀 들이다가 밖에 대고 “아기가 약을 안 먹으려고 하니 아기 어머니 젖을 한 숟갈만 짜 들여보내시오.”하니 부랴부랴 젖이 한 숟갈 들어왔다.

그걸 떠먹이니 아기가 울음을 뚝 그쳤다. 용한 의원을 만나 아기 목숨 살렸다고 대접이 금방 달라졌다. 상다리가 부러지게 저녁상이 새로 들어왔다. 먼지 건달은 밥알 몇 개 남겨 뒀다가 동글동글하게 환약처럼 만들어가지고 나고 일어나 그걸 주인한테 주면서 “대접을 잘 받고 그냥 갈 수 없어 내 귀한 약을 드리리다. 아이가 다음에 또 어제처럼 경풍이 생기거든 이 환약을 젖에 개어 먹이시오. 그럼 나을 거요.”하니까 주인이 감지덕지하면서 귀한 약을 받고 그냥 보낼 수 없다고 돈 깨나 후히 집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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