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먹는 법

돼지고기 먹는 법

분류 문학 > 현실적인물형 > 지략(智略)형

• 갈래 : 전설
• 시대 : 조선
• 신분 : 왕족
• 지역 : 기타
• 출처 : 편집부 ()
• 내용 :
조선시대 흥선대원군에 관한 이야기라고들 한다. 어떤 선비가 정자에 있는 대원군을 찾아뵈러 갔는데 대원군이 머리에 쓴 망건을 벗고 맨발로 나무 그늘에 앉아있는 것이었다. 국사에 시달리다보니 가끔은 그렇게 정자에 와서 쉬고 싶겠거니 싶으면서도 손님을 맞는 국태공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싶었다.선비는 대원군에게 알면서도 모르는 척 “여보게 첨지! 댁에 대감 계신가”하고 물었다. 이 말을 들은 대감은 몹시 불쾌했지만, 지금의 자기 모습이 비판을 한대도 대꾸할 말이 없어 그저 뾰루퉁하니 “들어가 보시구려.” 하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뒤로 돌아 사랑에 들어가 좌정했다. 한편 선비는 한참을 밖에서 기다리다가 사랑에 들어서니, 대원군이 의복을 모두 갖추고 아랫목 안석에 의지해서 앉아 있었다. 아까의 일로 불호령이 떨어지진 않을까 내심 걱정을 했으나, 선비가 들어선 기척에도 꿈쩍하지 않고 눈을 딱 감고 있었다. 선비는 절을 하고 다시 대원군의 눈치를 살폈으나, 역시 움직이지 않고 그 자세 그대로였다. 선비는 ‘혹시, 못 본 것이 아닐까’하고는 다시 한 번 절을 했다. 그랬더니 눈을 감고 있던 대원군이 순식간에 태도를 바꿔 불호령을 내리는 것이 아닌가 “네 이놈, 내가 죽은 사람인가 절을 두 번 하게” 선비는 그 순간 기지를 발휘해 이렇게 말했다.

“그것이 아니오라, 먼저 절은 ‘왔습니다’하는 절이고, 뭔가를 골똘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기에 물러가려고 ‘안녕히 계십시오’하고 절을 또 드린 것이옵니다.” 그 말을 들은 대원군은 선비의 순발력에 감탄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렇게 대원군의 기분을 푼 선비는 자주 가까이 드나들며 대원군과 왕래를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선비가 세배를 갔더니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크게 한 상 차려놓고는 먹으라는 것이었다. 아무리 기개가 뛰어난 선비라 하지만 한 나라의 정권을 쥐고 흔드는 분의 앞이라 긴장이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 대원군을 따라 마시고 먹고 하는데, 어쩌다 꿀을 젓국으로 잘못 알고 제육을 꽉 찍어버렸다. 그것을 본 대원군은, “으하하하, 나 원 돼지고기에 꿀 찍어 먹는 놈은 난생 처음 본다.” 하며 크게 웃었다.

그러자 선비는 손을 내저으며 뻔뻔하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아니옵니다. 그건 대감께서 모르시는 말씀이옵니다. 돼지라는 놈이 생전 꿀꿀꿀꿀 하고 꿀 한 번 먹기를 소원하던 놈이라, 죽은 뒤지만 ‘그래, 어디 너 한번 먹어봐라’ 하고 찍은 것이옵니다. 설마 제가 꿀인지 모르고 찍었겠습니까” 하였다. 천하의 흥선대원군 앞에서도 전혀 움츠린 기색 없는 선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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