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르릉 비쭉 할라뽕

시르릉 비쭉 할라뽕

분류 문학 > 현실적인물형 > 지략(智略)형

• 갈래 : 민담
• 시대 : 시대미상
• 신분 : 일반
• 지역 : 기타
• 출처 : 편집부 ()
• 내용 :
옛날 옛날에 어떤 사람이 아들을 하나 낳았는데 이놈이 커가면서 하라는 글공부는 안 하고 밤낮 활만 쏘았다. 서너 살 먹어 아장아장 걸을 때부터 활을 쏘던 것이 스무 살이 되도록 그 짓만 했다. 배운 거라고는 활 쏘는 것밖에 없어 아버지가 보다 못해 역정을 내며 “너 먹여살리는 것도 이제 지겨우니 당장 나가거라. 나가서 정승 사위나 되기 전에는 집에 올 생각도 말아라” 하고 아들을 내쫓았다. 그런데 이놈은 그 말을 곧이듣고 정승사위가 되기 위해 길을 떠났다. 한참 가다보니 산길에서 난생 처음 보는 새 한 마리가 포르르 날아가는데 그 우는 소리가 “시르릉 시르릉”했다. 활을 쏘아서 시르릉 새를 한 마리 잡아 배고프던 참이라 새를 구워먹고 길을 가는데, 아 한걸음 뗄 때마다 제 몸에서 “시르릉 시르릉”하고 소리가 나는 것이다. 가만있으면 소리가 안 나고 걷기만 하면 걸음에 맞춰 ‘시르릉 시르릉’하니 기가 막혔다.

온 몸을 샅샅이 뒤지니 저고리 섶에 시르릉새 깃털이 하나 묻어있었다. 그걸 떼내니까 소리가 안 났다. 참 이상도 하다 싶어 그 깃털을 끈으로 묶어 활대에 매달고 길을 갔다. 다른 산을 넘다보니 처음 보는 새 한 마리가 “비쭉 비쭉”하고 울면서 날아가길래 그놈도 활로 쏘아 잡아서 구워먹었다. 이번에는 걸을 때마다 “비쭉 비쭉” 소리가 났다. 또 깃털이 묻어서 그런 거였다. 그래서 비쭉 깃털도 활대에 묶고 길을 갔다. 또 가다보니까 이번에는 “할라뽕 할라뽕”하고 날아가기에 그놈도 한 마리 잡아서 구워먹고 가는데 제 몸에서 “할라뽕 할라뽕”했다. 그것도 깃털이 내는 소리였다. 그래서 할라뽕 깃털도 활대에 묶었다. 이렇게 서울 정승 집을 찾아가서 “시골에서 쓸 만 한 놈이 왔다고 어서 대감님께 여쭈어라”하고 제법 호령을 했다. 하인들이 내쫓으려고 하니까 활을 쏘아 하인의 상투를 꿰었다.

정승이 내다보니 활솜씨가 쓸 만하여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느냐”물으니 “갈 데 없는 떠돌이온데 대감 댁에서 머슴이라도 하려고 찾아왔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그리하여 정승 집 마당을 쓸게 되었다. 정승집 머슴이 되었으니 이제는 정승 사위될 일만 남아서 부지런히 마당을 쓸면서 기회를 보고 있었다. 하루는 정승 딸이 가마를 타고 나들이를 가게 되었다. 제가 가마를 매고 정승 딸이 가마에서 내리는 틈을 타서 슬그머니 깃털 세 개를 정승 딸 저고리 안주머니에 슬쩍 집어넣어 놓았다. 정승 딸이 걸음을 걸을 때마다 “시르릉 비쭉 할라뽕”하고 새소리가 진동을 하니 듣는 사람이 모두 배를 잡고 데굴데굴 굴렀다. 정승 딸은 집에 돌아와 딱 드러누워서 당최 한 걸음도 못 움직이게 되었다. 정승 집에서는 난리가 나고 “누구든지 우리 딸 병을 고쳐주는 사람을 사위 삼겠노라”하는 방이 걸렸다.

총각 놈이 이때를 기다려 깃털을 하나씩 뽑아 정승 딸의 병을 고쳐주었다. 이렇게 해서 이놈이 정승 사위가 돼가지고 색시를 가마에 태우고 저는 말을 타고 집에 돌아왔다. 아버지는 아들 내쫓고 어디 가서 죽지나 않았나 걱정하고 있던 차에 아들이 정승 사위가 되어가자고 돌아오니까 얼마나 좋았겠는가. 그 사내는 이후, 철이 들어 농사도 짓고 글도 배우고 아들딸 많이 낳고 효도 하면서 잘 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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