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안 먹는 아내

밥 안 먹는 아내

분류 문학 > 현실적인물형 > 지략(智略)형

• 갈래 : 민담
• 시대 : 시대미상
• 신분 : 일반
• 지역 : 기타
• 출처 : 편집부 ()
• 내용 :
옛날 어느 고을에 아주 인색하기로 둘째가라면 서운할 구두쇠 부자 영감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이 부자영감은 나이가 육십이 다 되도록 장가를 들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내를 얻어봤자 쌀이 축나고 돈이 축날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늘 쌀도 없어지지 않고 돈도 없어지지 않도록 밥을 안 먹는 아내를 구하고 다녔다. 하지만, 밥을 먹지 않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아무리 구해도 구해지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그래서 매일 근심걱정으로 나날을 보내곤 했다. 그런데 부자영감이 밥 안 먹고 사는 아내를 구하지 못해 근심에 빠져 있다는 소문을 들은 한 사람이 자신의 딸을 어려운 곳에 시집보내는 것보다는 부잣집에 시집보내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 사람을 시켜 자신의 딸은 밥을 먹지 않고 산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이 소문은 금세 인색한 부자영감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영감은 이 소문이 사실인가 싶어서 소작을 하는 그 사람의 집에 조심히 찾아갔다. 그런데 마당에 있는 아름다운 처녀를 보자 첫눈에 반해 버렸다. 밥을 먹지 않는 처녀가 외모까지 아름다우니 더 이상 볼 것도 없었다. 그날로 처녀의 집에 청혼을 하고 기쁜 마음으로 결혼할 날만을 기다렸다. 이렇게 해서 예쁘고 밥 안 먹는다는 아내를 얻은 부자영감은 하루하루가 너무나 행복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과연 아내가 밥을 먹지 않는지 점점 의심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영감은 사람을 하나 고용해서 아내를 상시 감시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주인 영감의 명으로 주인마누라의 방에 들어가니, 이 아내는 아주 친절하게 대접하고는 했다. 이렇게 잘 대해주자, 고마운 마음에 이 사람은 아내가 밥을 먹는 것을 보고도 밥을 먹지 않았다고 고했다. 하루는 주인마누라와 지켜보는 사람이 꾀를 꾸몄다. 주인마누라를 지키는 사람이 주인 영감에게 가서 “영감님! 안주인님이 부엌에서 남몰래 밥을 드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주인 영감님이 굴뚝 속으로 아궁이에 들어가서 지켜보십시오.” “그래 그럼, 내가 들어가서 지켜보지.” 하고는 굴뚝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마누라는 아궁이에 불을 자꾸 땠다. 굴뚝에서 그 연기를 모두 마시게 된 영감은 가까스로 굴뚝에서 기어 나왔는데 이미 온 몸과 얼굴은 재로 시커멓게 되었다.

이날부터 구두쇠 영감은 며칠을 앓아누웠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지켜보는 사람을 불러 책망했다. 그러자 지키는 사람은 “그런데 영감님! 이번엔 참말로 알아냈습니다. 안주인님은 광 속에 들어가서 밥을 잡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영감님이 광 속에 있는 큰 참대통 속에 들어가서 지켜보십시오.” 하고 엉터리로 수작을 했다. 그러니 영감은 “그럴 것도 같군. 그럼 내가 참대통 속에 들어가서 지켜보지.” 하고 말했다. 아내는 영감이 참대통 속에 들어가 있다는 말을 듣고, 하녀들을 불러서 “침대통이 쓸데 있으니, 뜨거운 물로 깨끗이 속을 부셔 오너라.” 하였다. 하녀들은 아주 뜨거워서 손이 데일 것 같은 물을 참대통에 부어넣었다. 이 바람에 그 속에 숨어있던 영감은 뜨거워서 죽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체면도 있고 금세 그 속에서 기어 나올 수는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뜨거운 참대통 속에서 버티다 겨우 나온 영감은 그 후로 몇날 며칠을 끙끙 앓아야 했다. 그렇게 병석에 누워있는 동안 영감은 그동안의 자신의 생각을 뉘우치게 되었다. ‘그래, 내가 이렇게 혼나게 된 것은 다 내 탓이야. 내 아내가 밥을 먹는지, 안 먹는지를 감시하게 하다니 말이야. 세상 사람이 밥을 먹지 못하면 죽는 것을... 그것까지 아까워 한 내 잘못이지.’ 하고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는 ‘이제라도 내 잘못을 알고 깨닫게 된 것은 다 내 현명한 아내의 덕이야.’ 하고는 아주 맛있는 음식을 사다가 아내에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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