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과 점쟁이

상인과 점쟁이

분류 문학 > 현실적인물형 > 지략(智略)형

• 갈래 : 민담
• 시대 : 시대미상
• 신분 : 일반
• 지역 : 기타
• 출처 : 편집부 ()
• 내용 :
옛날 어떤 상인이 친구들과 함께 멀리 장사를 나갔는데, 재수가 없었는지 밑천으로 가져간 십만 냥을 잃고 삼천 냥 밖에 남질 않았다. 생전 처음으로 망해보기는 처음인지라 이 상인은 힘없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어느 고을에 들렀다. 그런데 그 고을에서 일상천금이라 관상 한번 보는데 천냥이라고 써 붙여진 간판을 보았다. 왠지 끌리는 마음에 그곳으로 가서 천 냥을 내고 봐주라했더니 “남이 질러가거든 당신은 돌아가시오.” 라고 단 한마디만 일러주었다. 그래서 한마디만 듣기에 아쉽다고 해서 더 들려달라고 했더니 천 냥을 더 내라고 했다. 그래서 천 냥을 더 내고 물었더니, “남이 밉다고 하거든 당신은 곱다고 말하시오.” 라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좀 더 일러줬으면 하니까 또 천 냥을 내라고 한다. 그래서 마저 남은 천 냥까지 내었더니 하는 말이 “곱거든 기어라.” 라고 더 짧게 답을 해주었다.

상인은 이제 더이상 줄 돈도 없고 해서 빈털터리가 되어 일행과 함께 길을 갔다. 가다보니 큰 고개가 나오는데 질러가면 가까우니 모두들 질러가자고 한다. 하지만 그 상인은 ‘남이 질러가거든 돌아가라’는 말을 기억하고는 천 냥을 들인 게 아까워 혼자서 산 아래 큰 길로 돌아갔다. 다음날 숙소에 닿으니 먼저 와 있어야할 일행이 보이질 않았다. 나중에 들으니, ‘장사꾼 일행이 고개를 넘다가 산적 떼를 만나 재물도 빼앗기고 몰살을 당했다’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들은 상인은 큰일 날 뻔 했다면서 천 냥이 아깝지가 않았다. 그리고 다시 길을 떠나 바닷가에 이르렀는데, 길 옆 바위에 아주 흉한 짐승이 하나 나와 앉아있는 것이 쳐다만 봐도 구역질이 날 정도로 흉측한 동물이었다. 그래서 모두들 지나가면서 “에이. 무슨 동물이 저리도 흉측한 거야 에이 퉤퉤!” 하면서 한마디씩들 했다.

하지만 상인은 관상쟁이가 ‘남들이 밉다거든 곱다하라’는 말이 생각나 “참 영물이로세. 필시 조물주의 뜻이 있을 것이야. 거 참 잘 생겼구나.” 라고 칭찬했다. 그랬더니 갑자기 짐승이 물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래서 상인은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한참 가다 바위 뒤에서 푸른 옷을 입은 소년이 불쑥 나오더니 절을 한다. “저는 좀 전에 선생께서 칭찬해주시던 물가의 흉측한 동물입니다. 저는 원래 용왕의 아들인데, 몰래 연애를 한 벌로 흉측한 몰골을 하고 바닷가에 나와 있었습니다. 저의 이 흉측한 허물은 누군가 제 모습을 보고 칭찬을 해주어야 벗겨지는 것인데, 선생께서 제게 칭찬을 해주셔서 본래 모습대로 돌아온 것입니다. 약소합니다만, 제 구슬 중의 하나를 드리지요. 이 구슬은 여섯 모가 났는데, 한 모마다 소원을 한번 씩 들어줄 것입니다. 자,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구슬을 받아든 상인은 벅찬 마음으로 고향엘 돌아왔더니 부인이 예전 같지가 않았다. 짙은 화장을 하고 곱게 차려입은 것이 의심스러웠다.

그 순간 관상쟁이의 ‘곱거든 기어라’ 는 말이 떠올라 얼른 엎드려 기어 들어가 보니 웬 놈이 마루에 숨어 있다가 튀어나왔다. 그래서 한참동안 싸움을 하다가 결국 놈을 때려눕힌 후 자백을 들으니 그간 부인과 이 사내가 한통속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상인은 두 사람을 관청에 넘기고, 구슬을 문지르며 소원을 빌었다. 그 후 신기한 구슬 덕분에 가정도 새로 꾸미고, 사업도 번창해서 잘 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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