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추라기와 여우

메추라기와 여우

분류 문학 > 현실적인물형 > 지략(智略)형

• 갈래 : 민담
• 시대 : 시대미상
• 신분 : 일반
• 지역 : 기타
• 출처 : 김균태 (2, 334)
• 내용 :
옛날에 참새보다 조금 큰 ‘메추라기‘라는 새가 있었다. 일본에서 사다가 기르는 새였다. 생긴 모양이 머리에 무엇이 나와 있고 뒤가 깝쪽깝쪽하게 나왔다. 색깔은 참새 색깔하고 비슷하고 머리가 히쭉히쭉 하였다. 한 철 새가 아니라서 이동하지도 않고 연중 냇가에서 살았다. 메추라기가 나뭇가지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마침 시장하던 여우가 살금살금 시냇가에 갔다가 나뭇가지에 메추라기가 있어 물어 잡았다. 당황한 메추라기가 여우에게 자기는 건 먹어 봤자 배가 부르지 않을 거라고 하면서 자기를 놔주면 배부르게 해 주겠다고 하였다. 이 말을 들은 여우는 속는 셈 치고 메추라기를 놔주니 메추라기가 감사하다고 고개를 조아리며, 요기를 하자고 하고 여우를 길가로 데리고 갔다.

길가로 가니 어떤 부인네가 밥고리를 가지고 가고 있었는데 메추라기가 그 부인이 밥고리를 내려놓게 할 테니 그 틈을 타 밥고리에 음식을 먹으라고 했다. 그리고는 메추라기가 부인네 앞에 와서는 앉았는데 부인네가 가만히 보니 밥고리만 내려놓으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부인네는 마침 잡아 아이들을 구워주겠다는 욕심으로 밥고리를 내려놓고 잡으려 하였지만 잡으려 하면 메추라기가 조금씩 도망가며 시간을 끌었다. 여우는 그 사이에 밥고리 안에 있는 음식을 다 먹고 냇가로 들어가 숨어버렸다. 그러자 메추라기는 부인네를 피해 여우가 있는 곳으로 후다닥 날아가 버렸다. 메추라기가 여우에게 잘 잡수셨는지 묻자 여우는 메추라기 덕분에 포식했다며 좋아했다. 이렇게 메추라기와 여우가 이야기를 나누며 길을 가는데 점잖은 사람 두 명이서 의관을 하고 지팡이를 짚고 다정하게 이야기를 하며 걸어가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메추라기가 여우에게 그 다정한 사람들에게 싸움을 붙일 테니 구경하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앞에 가는 사람 갓 끄트머리에 살짝 앉았다. 그 사람은 갓을 쓰고 있는 터라 새가 앉는 지 알 수 없었지만, 뒤에 가는 사람은 갓 꼭대기에 새가 앉은 것이 보였다. 그래서 메추라기를 잡을 생각으로 앞의 사람에 갓 끄트머리를 때렸는데도 메추라기가 날아가지 않았다. 그래서 메추라기가 날아갈 때까지 강도를 더해 때리니 메추라기는 날아갔지만 결국 앞에 가는 사람 머리를 때리고 갓을 망가뜨리게 되었다. 그 사람은 앞에 사람에게 새가 갓 꼭대기에 앉아 있어서 잡으려고 했다고 했지만 앞에 있는 사람은 믿지 않고, 비싼 돈 주고 고친 갓을 망가뜨렸다고 화를 내었다.

이렇게 둘은 말다툼을 하고 다시 길을 걷게 되었다. 그러니까 메추라기가 앞 사람의 갓에 또 앉은 것이다. 뒤에 가는 사람은 ‘이 새를 잡아야 화낸 것을 만회 시킬 텐데. 반드시 잡고 말테다’하고 생각하고, 메추라기를 잡으려고 했는데 이번에도 갓만 때리고 새를 잡지 못했다. 앞에 가는 사람은 또다시 뒤에 오는 사람이 장난치는 줄 알과 크게 화를 내니 뒤에 가는 사람은 싸움을 할 수도 없으니 그저 잘못했다고 사고를 하고 길을 갔다. 그런데 메추라기가 또 앉는 것이었다. 뒤에 가는 사람이 ‘요걸 꼭 잡아야 할 텐데. 이제 갓을 만지지 않고 새만 잡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새를 잡으려고 하였는데 또 그만 메추라기는 날아가고 친구를 때린 꼴이 되었다. 화가 바짝 난 앞에 가던 사람이은 화를 참지 못하고, 뒷사람에게 네 갓도 부셔보자며 지팡이를 들어 뒷사람의 갓을 냅다 때리는 것이었다.

뒤에 가는 사람이 앞에 가는 사람 갓이 부서진 것도 아니었는데 자신의 갓을 부신 것이 괘씸하여 앞사람에게 달려들어 갓을 부셔버렸다. 이렇게 그 둘은 한참을 싸우고서 겨우 화해를 하고 길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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