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바닷다의 불개치심

데바닷다의 불개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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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 : 인연
• 국가 : 인도

부처님 제자 데바닫다는 부처님의 종제였다.
일찍이 출가하여 머리도 좋고 지혜도 총명하였으나, 한 가지 아만이 있어 큰 병이었다.
그래서 부처님은,
『데바여, 너는 너 자신을 깨달아 무아의 이치를 증득하라. 그렇지 않으면 속가에 나가 차라리 복을 짓는 것만 같지 못하리라.』
부처님의 이와 같은 말을 듣고 그는 새침하여 깊은 산 인적이 끊어진 암자로 들어가 홀로 도 닦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러나 도는 좀체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는 생각했다.
「이렇게 한 세상 고행만 하고 떠나보낼 것이 아니라 나도 부처님과 같이 깨쳤다 하고 뭇사람들에게 공경을 받으리라.」
이렇게 생각한 데바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나는 깨달았다. 나는 부처다. 누구든지 진리를 깨달고자 하는 자 있다면 나를 따르라』
그런데 뜻밖에도 그 소리를 듣고 찾아드는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데바의 제자 건다를 중심으로 한 여러 도당들은 가야산의 일우에 있으면서 또 다른 교단을 형성하고 부처님을 배반하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고다마의 교는 사교다. 벌써 그것은 늙었다. 젊고 싱싱한 우리 교에 들어오면 모든 소망이 일시에 이루어진다.』
하고 소문을 퍼뜨렸다.
그리고 건다는 부처님의 독신자인 파타나장자의 부인을 찾아가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은 불교를 믿으면서도 왜 소원을 아직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까?
우리 교단에 들어오면, 아니 당신의 마음만 결정된다면 당신은 곧 그 소망을 이루오리다.』
『저는 지금 소망을 이루어가고 있습니다.허약했던 몸은 건강해지고 불안했던 가정도 평화해졌습니다.
다만 아직 자식을 얻지 못함은 인연이 닿지 아니한 까닭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연이란 지으면 되는 것입니다. 당신이 만일 우리 데바 부처님만 진실하게 신앙한다면 그 인연은 곧 눈앞에 나타날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말을 듣지 않았다.
그래서 건다는 매일같이 남편이 직장에 나간 틈을 이용하여 여자의 약한 마음을 구슬렀다.
『여자에겐 꼭 아이가 있어야 합니다.
자식이 없는 집안은 꽃은 있어도 열매가 없는 것과 같아서 남자들은 그러한 여자들을 만족해하지 않습니 다.』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파타나 장자님은 자식이 없더라도 건강만 있으면 좋다고 하십니다.』
『그거야 강자가 약자를 위로하는 말에 불과합니다. 듣자니 장자는 지금 부인께서 태아를 탄생하지 못한다면 밖에서라도 자식을 하나 낳아 들여올까 한다 하더군요.
건강한 가운데 자식의 열매가 있다면 그 얼마나 행복한 일입니까?』
『글쎄요, 정말로 당신의 교단에 나아가기만 하면 자식을 얻을 수 있습니까?』
『그거야 부인의 마음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 데바 부처님은 신통이 자재하시니까요.』
그래서 이 약한 여인은 건다의 꼬임에 못이겨 가아산에 나아갔다.
벌써 거기에는 자기와 같은 여인들이 수없이 몰려와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데바는 매우 엄중한 계율을 제정하고 진짜 도를 닦는 자는 그를 따라야한다고 강조했다.

1. 죽을 때까지 도인은 숲 속에 살고 성 밑에 살지 않는다.
2. 죽을 때까지 밥을 빌고 초대하는 공양을 받지 않는다.
3. 죽을 때까지 거치른 옷을 입고 고운 옷을 입지 않는다.
4. 죽을 때까지 생선이나 육미를 먹어선 안된다.
5. 죽을 때까지 나무 밑에서 수행하고, 집안에서 수행하면 안 된다.

이것은 이미 부처님의 계율을 통해 가까이 할 것도 멀리 할 것도 못됨이 밝혀진 것들이다.
『도를 닦는 사람은 극단의 향락과 극단의 고행을 피해야 한다.
거문고 줄이 너무 늦지도 않고 너무 조여지지도 않아야 온전한 음율을 발산하는 것 같이 깨달음은 바른길 즉 중도(中道)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런데 데바는 이 같은 부처님의 중도사상을 비방하고 극단의 고행주의를 제창하는가하면, 자신은 극단의 향락을 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무지한 중생에게 어필하는 좋은 미끼가 될 수가 있었다.
사람들은 무엇인가 자기들이 하지 못하는 일은 새롭게 생각하고 자기들과 같지 아니한 모습을 더욱 호기스럽게 여기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그 교단은 날로 불어나고 부처님의 교단은 그들 교단의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아만이 말했다.
「부처님, 요즘 데바는 바른 법을 비방하여 우리 교단을 파괴하려 술계(術計)를 꾸미고 있다 하옵니다. 어찌하여 부처님께서는 그들의 비방을 물리치지 않으십니까?』
「모든 것은 때가 있다. 아직 그 때가 오지 않았음을 나는 잘 알거니와 데바는 금생에 이르러서만 나에게 그런 악한 행위를 저질러 온 것이 아니다.」
「과인 고는 어떤 인연이 있사옵기에 부처님을 그렇게 비방하고 다닙니까?
우리를 위하여 그 인연담을 들려 주십시오.」
『아난아, 잘 들어라 옛날 적정성 (寂靜城)에 적정(寂靜)이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매우 자비심이 많아 백성들을 사랑하기를 제 자식같이 하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반드시 먼저 목욕하고 늙은 부모님에게 문안드린 후 성내에 있는 병원을 방문하면서 병고에 시달리는 백성들을 위문하고― 그리고서야 비로소 정사에 나섰다.
그런데 하루는 다 죽어가는 늙은 거지 한 사람이 찾아왔다.
「너도 병자인가?」
「대왕님, 저의 병은 고치지 못하는 병이라고 어떤 의사가 말했습니다.」
「참으로 가여운 일이로다. 어떤 병이기에 고치지 못한다 하는고? 내가 맡아 치료해주리라.」
하고 대왕은 나라에 이름난 의사들을 불러다가 그를 진찰케 하였다.
그러나 모든 의사들은 다 같이 고개를 설래설래 저으며 물러갔다.
「어떻게 된 일이냐?」
「저는 벌써 죽음의 문에 다달아 있습니다. 약은 꼭 한 가지 있으나 구할 수 없는 약입니다.」
「무슨 약이냐? 내 힘껏 구해보리라. 일국의 왕으로서 한 사람의 병자도 치료해 내지 못한다 해서야 말이 되겠느냐?」
「예, 그러시다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것은 평생에 한 번도 화를 내본 일이 없는 사람의 피를 뽑아 그것으로 죽을 쑤어 먹어야합니다. 그러니 세상이 아무리 넓다 한들 그런 사람이 있겠습니까?」
「과연 그러 하겠다.」
왕은 이렇게 말을 하고 나서 생각했다.
「이 세상에 그렇게도 약이 없다는 말인가?사람을 살린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 가운데서도 어려운 일이로구나. 그러나 내 몸을 희생하지 않고 남을 구제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 내 한번 물어보리라.」
「여봐라, 여기 한 사람의 약이 있으니 그의 피를 채취하라. 그 약은 바로 나다.
나는 아직까지 한 번도 화를 내본 일이 없다. 물론 이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으론 신용할 수 없으리니 유모를 불러오라.」
유모가 오자 대왕은 물었다.
「유모여, 나는 내가 의식을 가친 이후부터는 한 번도 화를 내본 일이 없는 것으로 아는데 그대의 생각은 어떠한가? 내가 어렸을 때 화를 낼 일이 있던가?」
「대왕님, 대왕님의 일은 이 유모가 잘 알고 있사옵니다.
제가 알기로는 아직까지 대왕님께옵서는 한 번도 화를 내신 일이 없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시 대왕은 부모님의 방에 나아가 물었다.
그러나 그 양친도 똑같이 말했다.
「너는 매우 천진해서 한 번도 성내고 우는 일을 보지 못했다.」
다시 그는 여러 많은 일가친척들을 모아놓고 물었다.
그러나 그들의 대답도 여일했다
「다 들었느냐?」
「예.」
「그렇다면 나는 저 병자를 살릴 수 있는 훌륭한 약이 될 수 있지?」
「허긴 그렇습니다만, 어떻게 한 사람의 걸인을 위해 대왕님의 옥보에서 피를 빼겠습니까?」
「그런 말을 하지 말라. 생명이 있는 자는 다 평등하다.
하루를 살다 죽어도, 한 시간을 살다 죽어도 생명이 귀중하기는 거지나 왕이 다를 바 없다.
내 피를 빼서 저를 살릴 수만 있다면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난 보람을 더 이상 느낄 수 없으리라.」
그러나 의사들은 망설였다. 대왕은 손수 다섯 군데 침을 꽂고 피를 뽑기 시작했다.
과연 그 피를 끓여 먹은 거지 환자는 차차 회복하기 시작했다.
하루 이틀, 하루 이틀 그 병자는 살아나나 대왕의 옥체는 날로 쇠약해져갔다.
병자는 말했다.
「대왕님, 전 대장님의 은덕으로 이렇게 몸이 회복되어가고 있습니다.
부디 자비를 베푸시사 제 목숨을 꼭 살려주십시오.」
「가련하고 불쌍한 환자여, 걱정말라. 내 힘이 있는 데까진 이를 위해 성의를 다하리라.」
그러나 이렇게 6개월 동안이나 피를 빼고 난 대왕은 결국 그 환자와 같이 몸져 눕게 되었다.
사람들은 모두 같이 걱정하고 더 이상 피를 빼지 말 것을 간고하였으나,
「사람이 처음에 마음을 내지 않았으면 모르거니와 한 번 마음을 내 중간에 그 뜻을 폐지한다면 처음에 뜻을 내지 않음만 같지 못하다.죽고 사는 것은 하늘에 달려 있으니 너희들은 걱정하지 말고 저 환자나 잘 살피라.」
이렇게 말씀을 하고 난 대왕은 백지장과 같은 얼굴로 깊은 잠에 빠졌다.
사람들은 모두 대왕님이 이제 죽음에 임했다고 걱정하고 그 못난 거지 환자를 저주하듯 미워했다.
그러나 얼마 있다가 대왕님은 혈기왕성한 모습으로 깨어나
「이상도 하다, 이상도 하다.」
하고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대왕님 무엇이 이상하다는 말씀입니까?」
「지금 하늘에서 이상한 구름이 나부끼고 교묘한 음악소리가 나더니 여러 하늘의 사람들이 나의 털구멍으로 약을 넣어 주더니― 그런데 그 사람들이 방금까지 내 곁에 있어 무엇이라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아― 대왕님, 대왕님께서 방금 깊은 잠에 빠졌었는데 아마 꿈을 꾸신 모양입니다.」
「꿈치고는 너무나도 소소 역력한 꿈이로다.」
하고 대왕은 하품을 하면서 방금 잠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기지개를 폈다.
「대왕님 용안에 혈기가 왕성합니다.」
「글쎄, 나도 전에 없던 기운이 돋아나는 것 같은데―」
「참으로 희안한 일입니다.
아마 대왕님의 자비심이 하늘나라에까지 미쳐 천불(天佛)이 함께 감응하셨나 봅니다.」
이렇게 며칠을 지내는 동안 그 불치의 환자도 몸이 건강해지고 대왕도 몸이 좋아졌다.
적정성에 기적은 온 것이다. 국민들은 환호성을 올렸다.

「우리 대왕 적정대왕,
하늘나라 감응으로 건강 찾고 평화 이루기
우리 대왕 적정대왕
한 물건도 버리잖네.」

이렇게 노래하며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대왕은 그 불쌍한 거지를 살려 보내면서 많은 들과 재물을 딸려 보냈다.
그런데 그 어리석은 거지는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임금님의 은혜를 입어 병을 낫고 가난을 벗어나기는 하였으나, 사람들이 이를 알면 나를 천한 거지라 할터이니 내가 그렇게 임금님의 사랑을 받을 만한 인격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래 그 거지는
「저 사람이 임금님의 자비에 힘입어 구원을 얻고 건강을 회복한 사람이다.」
하면
「아니 저 왕에게 무슨 자비가 그렇게 충일(充溢)했겠는가?
사실은 그 왕에게 나쁜 피가 고여 있었던 것인데, 그를 그대로 놓아두면 생명의 보존이 어려웠기 때문에 병자인 나에게 피를 빼서 자기 생명을 유지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 은혜를 갚기 위해내게 토지와 가옥을 준 것이다.」
하였다. 실로 사람의 지혜는 천박한 것이다.
며칠전까지만 해도 감사의 눈물을 흘리면서 목숨이라도 바쳐 대왕을 섬기려 하던 그 걸인 환자가 오늘은 자기의 명예와 위신을 위해 이렇게 돌려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멀지 않았다. 하루는 갑자기 비가 쏟아지고 뇌성벽력이 치더니 그 걸인의 집을 불태워 버리고 그는 벼락 맞아 죽었다.」

부처님은 이 설화를 마치고 나서,
『그 때의 적정왕은 지금의 나이고 그 걸인 환자는 데바닫다다.
그는 그가 전날 스스로 그런 위언(僞言)을 퍼뜨리고 다니다가 하늘이 내리는 벼락에 맞아 죽고 그의 재산과 모든 가옥을 다 불태워 버렸듯이 스스로자기의 힘에 못 이겨 자멸을 초래할 것이니, 때를 기다리고 회개를 바랄 뿐이다.』
하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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