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타의 출가인연

나타의 출가인연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인연설화

• 주제 : 인연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불본행집경

부처님의 이복동생에 난타라는 사람이 있었다.
인물이 출중하고 몸이 부드럽고 황금색이며 사람됨이 매우 늠름하였으나, 세상의 정이 두터워 출가 후에도 부처님의 마음을 매우 괴롭히던 비구중의 한 사람이었다.
부처님이 도를 이루고 가비라국에 들어온 지 며칠이 되지 않아 하루는 때 아닌 <식사때가 아닌데도>
청하지 않은 난타의 집을 찾아갔다.
난타는 그 때 그의 여인 손타리와 함께 누각에 올라 아름다운 풍경을 구경하여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다. 누각 위에서 멀리 부처님께서 오시는 것을 본 난타는 부리나케 내려와 부처님을 맞으며 꿀물을 타 대접하였다.
그러나 부처님은 받지 않고 한참 앉았다가 그대로 일어서 다시 정사로 돌아왔다.
원래 인도의 풍습은 윗사람을 위해 음식 의복 탕약 등 공양거리를 마련해 드렸다가 받지 않으면 그것을 들고 그의 처소까지 따라가게 되어 있었다. 난타도 하는 수 없이 부처님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
난타가 문밖을 나가자 아름다운 손타리는 밖으로 뛰어나와 물었다.
「성자님, 어디로 가십니까?」
「이 바루를 받들고 부처님을 전송하고 곧 돌아오겠소.」
「성자님, 빨리 오세요.」
그런데 부처님은 난타가 절에 이르자마자 곧 이발사를 불러 난타의 머리를 깎게 하고 승복을 입도록 명령했다.
너무나도 뜻밖의 일이라 얼떨결에 당하긴 하였으나 도시 마음에 없는 일을 당해 매우 불쾌하였다.
「부처님, 저는 집에 돌아가 어머님을 모시고 음식 의복 와구 탕약 등으로 부처님과 그의 권속을 공양하는 일을 맡겠습니다.」
「안된다. 욕심은 불과 같아 맛은 있어도 고통과 근심이 따르기 마련이다. 영원한 것이 아니로되 싫어 버릴 수 없는 것이 또한 사랑이다. 네가 지금 그 사랑 그 욕심에 눈이 어두워 내가 시키는 일을 매우 못마땅하게 여기나, 머지않아 너는 크게 내 말을 감사할 날이 오리라.」
할 수 없이 그는 사문의 모습을 갖추고 대중 가운데 섞이어 수도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승관은 일시에 바로 잡을 수 없었다.
할 일이 없는 난타는 부처님 옷과 똑같은 옷을 만들어 입고 부처님을 흉내 내었다.
대중들은 매우 불쾌하여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은 이 인연으로 다음과 같은 계율을 제정하였다.
「오늘부터는 세존과 똑같이 의복을 만들어 입지 말라. 만약 어김이 있으면 법다이 죄를 다스리리라.」
난타는 이렇게 꾸중을 듣고 대중에 경계하는 말씀을 하시는 것을 듣고
「이제부턴 내 옷을 두들겨 광택을 내고 눈에 고운 약을 발라 몸을 장식하고 가죽신을 신고 일산을 들어 이 모습과 부처님 모습이 서로 다르게 하리라」
하고 다음날부턴 그러한 모습으로 시외에 걸식하러 나갔다. 이 말이 또 부처님께 전해졌다.
「난타야, 너는 옷을 두들겨 <다듬이질> 광택을 내고, 눈에 화장을 하고 가죽신을 신고 또 일산을 받고 도성에 나가 걸식한 일이 있느냐?」
「예,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음부터는 그렇게 하지 말라.
출가는 머리만 깎고 승복을 입는다고 되는 게 아니고 마음과 몸이 함께 떠나 나와 남을 없애고 오직 번뇌의 정복을 위해 공부하는 것이다.
네가 출가하여 옷은 중옷을 입고 머리는 깎았어도 말과 행동이 속인과 별로 다를 게 없다면 출가한 보람이 전혀 없으리라. 이제부턴 옷을 빛나게 두들겨 입지 말고 가죽신 일산 등을 가지지 말며 오직 누더기 옷으로 색신을 가려라.」
그러나 그의 마음은 좀체로 달라지지 않았다.
날마다 식사가 끝나면 버릇이 좋지 않은 친구(俗稱<속칭> 六群比丘<육군비구>)들과 어울려 잡담이나 하든지 아니면 기와장이나 나무판자위에 손타리의 요염한 모습을 그리고 그것에 얼굴을 대고 부비며 입을 맞추어 키스하곤 하였다.
이로 인해 부처님은 또 대중을 모으고 다음과 같이 일렀다.
「출가한 비구는 부녀자의 형상을 그리지말라. 참이건 거짓이건 그것을 보면 욕심에 집착하게 되기 때문이다. 만일 이를 어기는 자가 있다면 법에 따라 죄를 다스리리라.」
하루는 난타가 이런 말을 듣고 나서는
「나는 누가 뭐래도 손타리를 보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겠다.
오늘은 부처님이 밖에 나가시고 나면 나는 기필코 이 집을 뛰쳐나가리라.」
별렀다. 부처님은 오래지 않아 시내에 들어가려 하시면서 난타에게 일렀다.
「난타야, 오늘은 네가 이 문을 지키는 당직자가 돼라.
만일 어디 가려 하거든 이 방문을 꼭 닫고 가라.」
난타는 매우 기뻤다.
「방문만 꼭꼭 닫아 놓으면 되겠군―」
이렇게 생각하고 부처님이 떠나신 후 곧 부처님이 계시던 방문을 닫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곧 사리불의 방문이 열리었다.
이렇게 하여 마하가전연, 우루빈나가섭, 나제가섭, 가야가섭, 우바사나, 구치라 마하건타리바다의 방문이 계속해서 열리어 해가 중천에 떠도 그 일은 끝나지 않았다.
하다 못한 난타는
「애, 그만 두고 가거라.」
하고 부리나케 옷을 챙기고 행장을 갖추어 부처님이 오시지 않을 반대의 길로 도망쳤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가 니구타동산에 이르렀을 때 부처님께서 갑자기 앞서 나타나
「총림을 떠나고 숲을 떠나도 너 가련한 중생아, 이런 일을 생각하라. 얽힘에서 벗어나도 도로 얽힘이 몸에 임한다.」
하시고 다시 데리고 절로 왔다. 또 며칠 있다가 그의 마음은 공중에 떴다.
부처님이 또 공양청을 받자 다시 도망칠 것을 구상했다.
그런데 부처님은 또 그의 마음을 아시고 말씀하셨다.
「난타야, 오늘은 내가 나갔다 오는 동안 집 앞의 쓰레기를 모두 쓸어 없애고 큰 스님들의 문 앞에 놓인 물그릇에 물을 가득 채워 놓아라.」
「예」
하고 그는 부처님이 나가시자마자 뜰을 쓸고 물을 긷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쪽을 쓸면 바람이 불어 저쪽이 어지러워지고 저쪽을 쓸면 이쪽이 어지러워져 영영 그 일을 마치지 못하게 되었다.
또 물도 이방 것을 채우면 저방 것이 기울어져 새는 데는 자꾸 물이 줄어갔다.
화가 난 난타는 또 모든 것을 팽개치고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그러나 부처님을 다시 니구타동산 근처에서 만났다.
「부처님, 이제 오십니까?」
「오냐, 너는 어디 가느냐?」
「예, 지는 손타리가 보고 싶어 집으로 가야겠습니다.」
「그래, 만일 손타리보다 더 어여쁜 여자가 있다면 어떠하겠느냐?」
「그렇다면 저는 손타리를 버리고 그 여자를 취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내 오늘 너를 위해 하늘 선녀들을 보여 주리라.」
하고 부처님은 그를 이끌고 어디론가 가시었다.
아름다운 숲이 있고 꽃과 열매가 무르익은 나물가지 아래 약 500을 헤아리는 아리따운 선녀들이 곱게 곱게 단장하고 부처님과 그의 제자 난타를 맞이하였다.
「어떠냐 너의 생각에―」
「세상에 저렇게 아름다운 여인들도 있었습니까?」
「저 사람들은 세상 사람이 아니다. 네가 부지런히 범행(梵行)을 닦아 인천에 큰 스승이 되면 마땅히 저들은 너의 부인이 되리라. 원하는가?」
「원하나이다. 부처님.」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모든 생각을 버리고 열심히 공부하라.」
부처님과 난타가 그 자리를 떠나려 하자선녀들은 난타를 부르며,
「서방님, 서방님, 빨리 오세요. 우리는 서방님만 믿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인사했다.
난타는 뛸 듯이 기뻤다. 그는 그날부터 딴 사람이 되었다.
누가 뭐래도 오직 깨끗한 마음으로 정진에만 노력할 뿐이었다.
사람들은 흉을 보았다.
「장로 난타는 부처님의 고용갈이를 한다. 500의 선녀를 얻기 위해 고용살이를 하는구나―」
그러나 난타는 그런 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직 그 아리따운 여인들만이 그의 눈앞에 어른거릴 뿐이었다.
부처님은 비록 도행은 닦아도 해탈이 없이 오직 애정에 시달려 도를 닦는 동생 난타를 불쌍하게 생각하고 다시 어느 날 깊은 골짜기로 데리고 갔다.
그 곳에는 수십명의 나인들이 큰 가마에 기름을 잔득 붓고 지글지글 끓이고 있었다.
「그것은 뭘 하는 것입니까?」
이렇게 난타가 묻자 나인 한 사람이 그의 앞으로 바싹 다가서면서,
「장차 부처님 제자 난타를 끓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난타는 오들오들 떨면서,
「저는 부처님으로부터 500의 여인과 함께 살 것을 약속받은 사람입니다.」
「예, 우리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지금부터 몇 년이 지나면 천상에 낳다가 다시 몇 년 후에는 이 곳에 올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복이 다하면 결정코 타락이 오니까요.」
얼마쯤 가니 생선가게가 있는데 생선을 묶었던 지푸라기가 색은 생선이 묶인 채로길가에 버려져 있었다.
「너 저것을 들어보아라.」
난타는 그것을 집었다가 얼른 버렸다.
「어떠냐. 네 손에서 무슨 냄새가 나냐?」
「예, 썩은 냄새가 지독하나이다.」
또 부처님은 얼마쯤 가시다가 향수를 쌓았던 종이 하나를 발견하시고
「너 저것을 주워보라.」
그는 또 집었다가 주머니에 넣었다.
「무슨 냄새가 나느냐」
「향수 냄새가 나느냐.」
「냄새가 좋으냐?」
「좋습니다.」
「그러면 너 앞서 주웠던 생선가게의 지푸라기와 이것을 비교하면 어떤가?」
「비교가 안됩니다.」
「그렇다. 그것은 비교가 안되리라. 그래서 여래께서는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좋은 벗을 사귀고 악한 벗을 멀리하라 한 것이다.」
「부처님, 이제 생각하니 저는 꼭 저 지푸라기 와 같은 친구만 사귀어 왔습니다.
이제부턴 그를 버리고 저 향수로 쌓은 종이와 같은 벗을 사귀겠습니다.」
「참으로 잘한 생각이다.」
부처님은 칭찬했다.
난타는 비로소 부처님께서 이르신
「얽임에서 벗어나 도리어 얽임에 이른다.」
하신 뜻을 깨닫고 다시는 생사에 유전하지 않는 법을 익혀 정행제일(淨行第一)의 성자가 되었다 부처님께서 찬탄하였다.
「난타는 참으로 훌륭한 비구다. 생사를 이미 다하고 범행이 이미 섰으며 할 일을 다하여 뒤에 유를 받지 않으리라.」
비구들이 물었다.
「알지 못하겠습니다. 세존님, 난타비구는 무슨 인연으로 금빛 찬란한 몸을 받고 한때 방종하였다가 부처님의 은혜에 감복 마침내 무학(無學)의 위를 얻었습니까?」
『비구들아, 난타는 일찍이 비바시여래로부터 가섭여래 및 여러 많은 선인 벽지불들을 의복 음식과 와구 탕약으로 공양하고 목욕탕을 만들어 목욕하게 하고 또 죽으면 그의 유골들을 모아 사리탑을 세운 뒤 「내세에 저들과 같이 훌륭한 성자가 되고 저들이 목욕하고 청정한 몸으로 목욕탕에서 나오듯 부드럽고 빛나는 몸을 얻기」발하였다.
비구들아 난타는 이러한 공덕으로 아름답게 빛나는 색신을 얻고 또 왕가에 태어나 세상의 온갖 부귀를 마음껏 누렸으나, 다겁생래 익혀온 애욕애치 (愛慾愛痴)가 하루아침에 녹아질 수 없었으므로 그토록 인정에 끄달려갖은 고통을 다 겪었느니라.』하였다

<불본행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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