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왕이 자기눈을 독수리에게 보시한 인연

시비왕이 자기눈을 독수리에게 보시한 인연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인연설화

• 주제 : 인연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찬집백연경

부처님께서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실 때, 여러 비구들이 안거를 마치고 자자(自恣)의 때가 오면 봄·가을 두 철에 그곳에 모여와서 부처님의 설법을 들었다.
그중에 혹 옷을 씻거나 바루에 칠을 하거나 또는 새 옷을 두드리고 염색하거나 헌옷을 꿰매는 등 각자의 하는 일이 있었다.
그 때 대중 가운데 시바라는 늙은 비구가 눈이 어두워서 땅에 앉아 옷을 꿰매려 했으나 바늘구멍과 실 끝이 보이지 않아 큰 소리로 외치자 세존께서 꿰어주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선 과거세 3아승지겁에 걸쳐 대자대비를 닦아 6바라밀을 만족하고 모든 보살행을 갖추사 번뇌를 끊고 공덕을 구족하셨으므로 오늘날 스스로 성불하셨거늘, 이제 무엇 때문에 또 저에게 복덕을 구하려 하시나이까.』
『나 옛날의 오랜 습관을 아직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고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과거 한량없는 세상에 바라나시에 시비왕이 그 국토를 올바르게 다스려 인민들이 치성하고 풍부하고 안락하기가 끝이 없으며, 또 시비왕이 보시하기를 좋아하며 재보는 물론, 심지어 머리·눈·골수까지 요구하는 자가 있으면 주었다.
그때 제석천왕의 궁전이 흔들렸다. 그래서 제석은 생각했다.
「무엇 때문에 나의 궁전이 이렇게 흔들릴까 장차 나의 목숨이 끝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관찰하매, 시비왕이 그 재보를 아끼지 않고 요구하는 자에게 마다 다 보시하는 그 정성이 감응되는 것이었다.
그때 제석천왕은
「그 착한 마음이 진실인가 허위인가를 시험해 보리라.」
하고, 곧 큰 독수리로 변하여 왕 앞에 날아가서 말하였다.
「나 들건대 대왕이 보시하기를 좋아하여 중생들의 요구를 거절하지 않는다 하기에 이 곳에 왔습니다.」
「그대의 요구는 무엇입니까?」
「대왕의 눈입니다.」
이 말을 듣고도 시비왕은 역시 기뻐하면서 날카로운 칼을 손에 잡고 스스로 두 눈을 도려내어 독수리에게 보시하되, 조금도 고통스럽게 여기거나 후회하는 마음이 없었다.
이 때 온 땅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온갖 천상의 꽃이 퍼부었다.
독수리는 왕에게 말하였다.
「대왕이 이제 두 눈을 도려내어 나에게 보시한 것을 혹 후회하고 원망하지 않습니까.」
「나의 참된 마음으로 그대에게 눈을 보시했거늘, 무슨 후회가 있고 원망이 있겠소.
만일 내 마음에 후회가 없다면 나의 두 눈이 본래대로 회복될 것입니다.」
그러자 왕의 두 눈은 본래와 조금도 다름없이 되었다.
독수리 역시 제석천왕의 본래 몸을 회복하여 찬탄하였다.
「전에 없었던 기이한 일이로다. 대왕께서 이제 가장 어려운 보시를 한 것은 어떤 앞으로 영화와 향락을 구하기 위함인가.」
왕은 곧 제석천에게 대답하였다.
「나 이제 제석천왕·범천왕·전륜성왕을 구하는 것이 아니고 세속의 영화나 향락을 구하는 것도 아니니, 이 눈을 보시한 선근과 공덕으로 말미암아 미래세에 정각(正覺)을 이룩하여 중생을 제도하려는 것 뿐이오.」
이렇게 발원하자, 제석천은 곧 천궁에 돌아가고 말았느니라.
그 때의 시비왕은 바로 나의 전신이었고, 그 때의 독수리는 바로 지금 이 늙은 비구의 전신이었다.
그 당시 나의 눈을 도려내어 보시하기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성불했으며, 또 지금에 와서 너희들 보다 더 복덕을 닦아도 만족하게 여기지 않노라.』

<찬집백연경>

연관목차

509/1978
인연설화
인과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