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조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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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인연설화

• 주제 : 인연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불본행집경

『불타가 출가 성도하여 교화하기 12년 그동안 가비라국에서는 여러 차례 사신을 보내 안부를 묻고 하루 빨리 귀국하여 나라사람들을 다스려줄 것을 간청했다.
그러나 가는 사람마다 함흥차사가 되어 오지 않으므로 정반왕은 마지막으로 불타 재세시에 각별한 친구였던「우다이」를 보내면서 등에다가 귀래(歸來)란 두 글자를 새겨 보냈다.
「우다이」가 죽림정사에 이르러 먼저 간 아홉 사람의 사신들이 모두 중이 되어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있는 것을 보고 깜작 놀라며 편지를 전했다.
부처님은 부왕의 단장어린 글을 보고,
「명(命)에 의해 고국을 방문하겠다.」
하였다. 이 소식이 가비라국에 전해지자 큰 성중은 온통 환영의 물결로 부풀었다.
대왕이 친히 나와 도열을 정비하고 시련을 장엄하는 등 태자의 환궁을 광희적으로 서둘렀다.
그런데 이 어찌된 일인가?
몸에는 극히 간단한 도의(道衣)를 입고 한 팔에는 법장을 들고 또 한 팔에는 발우를 든 사문, 그의 명성은 오천축국에 떨쳤고 그의 제자는 구름 모이듯 했었는데 마땅히 황금 가마를 타고 금의환향을 해야 할 그 성자가 그렇듯 초라한 모습으로 나타나자 놀란 것은 국민뿐만 아니었다.
부왕은 분개했다. 안면에 노색을 띠고 크게 꾸짖음을 내릴 기세였다.
그러나 그가 불타 앞에 다가섰을 때, 그의 원만장엄한 용안과 해와 달 같은 빛이 쏟아져 부왕은 위압에 눌려 말도 못하고 공손히 손을 모았다.
「아, 그대가 싣달다인가? 내 그대를 보지 못한지 12년이 무슨 천행이냐?」
아, 이 무슨 광경인가.
찬란한 만개(慢蓋)와 영락으로 성장한 대신들과 화홍유록(花紅柳緣)의 연지분향속에 금관을 쓴 백수의 대왕이 발을 벗고 발우를 들고 한가닥 옷을 걸친 아들과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광경.
그 무슨 절호의 대비인가.
생각하면 방을 빌고 옷을 빌어 비록 형색은 걸인에 비해 별로 다를 것 없으나, 불타의 눈에는 오히려 이러한 호화찬란이 메마른 사막과도 같이 보였을런지 모른다.
이렇게 하여 부왕과 불타는 함께 자리에 앉았다.
부왕의 흉중에는 한편 기쁘면서도 한편 슬픈 천 가지 만 가지 생각이 구름처럼 떠올랐다.
「아, 내 아들 싣달다여, 네가 다시 부모를 찾아 고향에 돌아왔구나―
네가 만일 나의 뒤를 이어 이 세상에 이렇듯 머물러 준다면 나의 만년은 얼마나 행복할까?
그러나 너는 이미 도를 얻은 사람, 이 왕국 보기를 한 티끌속의 겨자와 같이 생각할 것이 아닌가?」
부왕은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생각에 얼키어 불타의 용모를 바라보니 그의 얼굴은 너무나도 단엄하고 장려하여 티끌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자비와 지혜의 빛, 그 빛이 너무나도 영롱하고 현란하여 그 속에서는 어떠한 명예도 이익도 찾아볼 수 없었다. 부왕은 차마 그 가슴속에 사무친 이야기들을 꺼내지 못했다.
그러나 불타는 부왕의 마음을 살펴보고
「저는 진실로 부왕의 마음을 위로해 드리고 싶습니다. 자비로운 온정은 천지를 덮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그러나 원컨대 저를 위한 생각은 하지 마옵소서. 제 마음은 이미 세상 영화를 떠난 지 오래입니다.
또 돌아오려고 해도 돌아올 길이 없습니다. 원컨대 부왕께서는 저를 사랑하는 마음을 옮겨 이 나라 만민을 위해 써 주십시오.」
부왕은 기가 막혀 말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가,
「이 세상 어느 임금이 백성을 사랑하지 않는 이 있겠느냐? 나라를 사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라를 사랑해야 할 사람은 더욱 중요하다. 그런데 너는 어찌하여 우리를 이렇게 부끄럽게 하는가?
우리 집에는 부처를 공양할 만한 재산과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찌하여 그대는 분소의(糞掃衣)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거리를 배회 하며 걸식 하는가?」
「저는 오직 제 조상의 법을 이어받았을 뿐입니다.」
「무엇이라고? 조상의 뜻을 받는다고, 너의 조상 마하 아삼마타왕 이후로 우리 집에서는 아무도 걸식하는 사람이 없었다.」
「왕이시여, 그것은 대왕님의 왕통입니다.
저의 가계(家系)는 부처입니다.
부처는 진리를 깨달은 사람, 진리를 깨닫고 부처가 된 사람은 과거에도 수 없이 많이 있지만, 대왕께서 7대의 선영을 선묘하는 것같이 7대의 부처님만을 든다면 비파시불(毘姿尸佛), 시기불(尸棄佛), 비사부불(毘舍浮佛), 구유손불 (拘溜孫佛), 구나함모니불(拘那含牟尼佛), 가섭불(迦葉佛)이 그 여섯이고 제가 제 7대가 됩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또 미륵불(彌勒佛)이 탄생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 모든 부처님들은 한결같이 탁발로 목숨을 유지하였을 뿐 스스로 경영하는 바 없었습니다.」
말을 듣고 보니 일생, 일회, 일족, 일가에 그쳤던 자기의 생각이 너무나도 어리석었음을 생각한 대왕은 비로소 어두음의 눈이 트이는 듯 스스로 눈물을 흘리며,
「내 지금에야 비로소 출리(出離)의 도를 얻었다.
먼저 내 마음을 오해시킨 것은 왕과 족. 그리고 나의 명예와 자손에 대한 집착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번뇌가 씻은 듯이 사라지고 말았다.
싣달다여, 네가 없었더라면 나는 영원히 이 인생의 고민을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하고 감사하였다.』

이것은 부처님의 족보를 밝힌 설화이다.
설화에 의하면 석가모니 부처님은 과거 7불 가운데 제 7대에 속하며, 그는 이미 연등 부처님으로부터 수기(授記)를 받아 법왕의 지위로서 이 세상을 다스릴 자비를 보장받고 있었다 한다.

<불본행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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