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바친 왕자

몸을 바친 왕자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본생설화

• 주제 : 본생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현우경

석존께서 탄생하신 시대보다 훨씬 이전의 일이다. 그런 시대에, 작은 나라 五천 여국을 가지고 부국강병(富國强兵)으로서 세계를 재패하고 잇던 마가라탄죠왕에게 마가후네이, 마가다이바, 마가삿다 라는 세 왕자가 있었다.
이 형제 중에서 막내 삿다 왕자는 천성이 자비심이 많아서 서민을 불쌍히 여기기를 마치 어머니가 젖먹이를 사랑하는 것과 같았다.
언젠가, 대왕은 왕비와 왕자와 여러 신하를 거느리고 성밖에 행차하신 일이 있었다. 항상 깊은 궁전에만 있어 먼데를 걸어 본 일이 없는 대왕은 조금 피로를 느끼었으므로, 어느 언덕에서 휴식을 취하였다. 세 사람의 왕자는 높이 난 새와도 같이 숲 사이를 이리저리로 즐겁게 뛰놀고 있었다. 마침, 두 마리 새끼 범에게 젖을 물리고 있던 한 마리의 범이 얼마나 고기에 굶주렸는지 귀여운 내 새끼이지만 막다른 상황에서 그 새끼범을 잡아먹으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 광경을 본 막내 삿다는 두 형에게,
『형님, 저 범은 보시는 바와 같이 굶주림에 지쳐 가죽과 뼈만 남은 몸이 되어 다 죽어가고 있으면서도 제 새끼에게 젖을 먹이고 있어요. 나는 저 범이 저렇게 새끼들에게 젖을 물려 놓고 굶주림 때문에 틀림없이 새끼를 잡아 먹어 버리리라고 생각하는데 형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고 물었다.
『그것은 네가 본 대로다.』
『그러면, 저 어미범은 새끼범을 잡아먹은 다음에는 무엇을 먹으려 할 것 입니까.』
『그렇게, 새끼를 잡아먹은 다음에는 만일 싱싱한 고기나 따뜻한 피라도 있으면 아마 기뻐할 것이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형님들에게 묻지만, 여기 어떤 사람이 있어 저 굶주린 범에게 자기의 고기와 피를 주어 범의 욕망을 만족시켜 준 다음에 다시 그 목숨을 되찾을 수가 있겠습니까.』
『아무리 범에게 몸을 받쳤다고 해도 한번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날 수는 없어.』
그런 말이 형제 사이에 오가고 있었는데 막내 삿다는 이 때,
(나는 오랜 옛날부터 오늘까지 오랫동안 생사(生死)를 되풀이 해왔으나, 그것은 대개 자기의 탐욕이라든가, 노여움이라든가, 불만이라든가, 하는 것 때문이었고, 일찍이 대법(大法)을 위하여 몸과 목숨을 바친 일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 다행하게도 그 때를 만난 것이다. 나는 이 몸과 목숨을 저 굶주린 범에게 바치리라.)
하고 마음속으로 깊이 생각한 끝에 드디어 그것을 결행하기로 하였다. 이렇게 결심한 삿다는 두 형과 함께 걸어가고 있었는데 조금 가다가,
『형님, 나는 좀 일이 있으니 한발 앞서 가주셔요. 곧 뒤따라 가겠습니다.』
하고 두 형과 헤어져 자기 혼자 사잇길로 들어가 아까 본 굶주린 범에게로 달려갔다.
굶주린 범 앞에까지 와서 삿다 왕자는 제 몸을 범의 입 앞에 던져 먹으라는 태도를 해 보였다. 그러나 굶주린 범은 그것을 힐끗 보았을 뿐, 입을 다물고 먹으려 하지 아니하였다. 모처럼 몸과 목숨을 공양하려고 온 왕자는 이 굶주린 범의 태도를 보고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번 깊이 결심한 일이므로, 굶주린 범에게 어떻게 해서라도 이 몸과 목숨을 주지 않고서는 자기의 결심을 뒤집는 일이 되므로 왕자는 스스로 뾰족한 꼬챙이로 몸을 찔러 피를 내었다. 입을 다물고 있던 굶주린 범은 사람의 생피를 보자 갑자기 잔악한 마음이 맹렬하게 일어나 붉은 혀를 내어 그 생피를 핥기 시작하였다. 피를 다 먹은 범은 다시 왕자의 고기도 먹어버렸다.
먼저 돌아온 두 형은 아우가 좀처럼 돌아오지 아니하므로 걱정이 되 두 사람은 다시 되돌아 와서 여기저기를,
『삿다야 삿다야,』
하고 부르면서, 찾아 돌아 다니는 동안에 두 형은 아까 아우가 이상한 질문을 한 것이 생각나서 몸이 부르르 떨리는 것을 느끼었다. 아우는 굶주린 범에게 자기의 몸을 희생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 소식을 알아보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범이 있는 곳으로 와 보았더니, 아, 무참하게도 아우 삿다왕자는 범에게 뜯어 먹히어 시체가 되어 누워 있었다. 고기를 다 먹은 굶주린 범은 실수하여 벼랑에서 떨어져 한때 기절했었으나, 되살아나서 가까스로 기어 올라와 괴로움에 못이겨 울면서 그 시체 곁을 뒹굴며 신음하고 있었다.
대왕과 함께 잠깐 쉬고 있던 왕비는 어느 사이엔가 꾸벅꾸벅 잠이 들었다.
꿈에 새 한 마리와 비둘기가 숲 속에서 놀고 있는데 거기에 큰 매가 날아와서 제일 작은 비둘기를 잡아 먹어버렸으므로, 아이고, 불쌍해라 하다가 꿈을 깨었다. 왕비는 놀라서 꿈에서 깨어나니,
『대왕, 저는 지금 불길한 꿈을 꾸었습니다. 옛날부터 속담에도 들었습니다마는 새끼 비둘기는 손자라고 하는데, 그 비둘기 세 마리 중 제일 작은 것이 매에게 잡아먹히는 것을 보고 놀라서 꿈을 깨었습니다마는, 가슴이 설레어서 못 견디겠습니다. 만일에 막내 삿다 왕자에게 상서롭지 못한 일이라도 생기지 않았는가 걱정입니다. 곧 왕자들을 찾으러 보내 주셔요.』
하고 대왕에게 청하였다.
대왕도 왕비의 이 불길한 꿈 이야기를 듣고 잠시도 주저할 수가 없어 곧 신하들을 불러 왕자의 행방을 찾도록 하였다.
신하들을 내보낸 바로 뒤를 이어 두 형은 수심에 잠겨 눈이 퉁퉁 부어 가지고 울면서 돌아오는 것을 막았다.
부왕은 이 두형의 모습을 보자 무슨 일이 생겼구나 하는 것을 직감하였다.
『네 동생 삿다는 어찌되었느냐.
하고 숨가쁘게 물었다.
두 형은 훌쩍훌쩍 흐느껴 울며,
『동생은 범에게 잡혀 먹혔어요.』
하고 대답하였다.
그런일이 있었으리라고 직감하기는 했으나, 그것이 사실로 되자 새삼스럽게 놀라 대왕도 왕비도 기절하여 땅위에 쓰러져 버렸다. 얼마 후에 깨어난 대왕은 두 왕자를 길잡이로 왕비와 궁녀들을 데리고 삿다 왕자가 죽은 곳으로 달려갔다.
굶주린 범은 벌써 왕자의 고기를 다 먹어 버리고, 잔해(殘害)만이 흩어져 있었다. 왕비는 그 머리를 대왕은 그 발을 쥐고 서로 격렬하게 울었다.
대왕과 왕비와 두 형과 그리고 신하들은 이리하여 슬픔에 잠겼다. 그러나, 굶주린 범에게 기꺼이 제 몸을 희생한 삿다왕자는 죽은 뒤에 도솔천(도率天)에 바뀌어 태어나 있었다.
하늘에 태어난 삿다 왕자는,
『나는 무슨 일을 하여 이 천상계(天上界)에 태어날 수가 있었을까.』
하고 자신의 현재의 선과(善果)에 대하여 의문을 품고 있었으므로, 왕자는 하늘눈(天眼)을 가지고 두루 지옥, 아귀(餓鬼), 축생(畜生), 수라(修羅), 인간 등의 다섯 세계를 보고 전에 제가 버린 시체를 보니 전대로 산속에 누워 있고 그 해골 둘레에는 부모 형제가 모여서 울며 슬퍼하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부모님이 슬퍼한 나머지 몸과 목숨을 상하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왕자는,
『내가 이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천상계에서 내려가 부모를 위로하고 깨우쳐야겠다.』
생각하고 그는 곧 하늘에서 내려가 공중에 머물러서 여러 가지로 부모를 위로하고 깨우쳤다.
대왕과 왕비는 공중의 이 소리를 듣자 하늘을 우러러,
『그렇게 우리들을 깨우쳐 주는 이는 무슨 신입니까. 제발 알려 주십시오.』
하고 원하였다.
『나는 왕자 삿다입니다. 나는 굶주린 범에게 몸과 목숨을 바친 공덕으로 지금 도솔천에 태어났습니다. 대왕이시여, 삶의 시초가 있는 것에는 반드시 죽음의 끝이 있습니다.
나쁜 짓을 한 사람은 지옥에 떨어지고 선행을 쌓은 사람은 천상계에 태어나듯이 삶과 죽음은 세상의 상사(常事)입니다. 어찌하여 우수(憂愁), 번뇌(煩惱)의 바다에 빠져 자각하지 못하고 헛되이 슬퍼만 하고, 여러 가지 선행을 닦으려 하지 않습니까.』
하고 왕자는 부모에게 호소하였다.
『그대는 자비심이 많아 일체의 것을 불쌍히 여겨서 자신을 범에게 주고도 조금도 후회하는 기색이 없지만, 우리들 양친은 그대의 신세를 생각하여, 마음은 산산이 흩어지고 정신은 어지러워 그 괴로움과 슬픔은 이루 말할 수가 없소. 그대가 대비(大悲)를 닦는다면 어이하여 우리들을 이토록 괴롭힐 수가 있겠는가.』
하고 대왕과 왕비는 왕자의 깨우치는 말을 듣고도, 슬픔 때문에 그 도리를 얼른 이해하지 못하고 이렇게 대답하였다.
양친의 넋두리를 들은 왕자는 그 마음을 불쌍히 여겨 다시 여러 가지 말로써 선을 행하는 자의 공덕의 위대함을 여러모로 역설하여 부모의 미혹(迷惑)을 깨뜨리려 하였다. 대왕과 왕비는 왕자의 여러 가지 설법·교황에 의하여 겨우 조금 깨달을 수가 있었다.
대왕은 신하에게 명하여 칠보 상자를 만들어 그 상자에 왕자의 유해를 거두어 정성껏 장례를 지내고 무덤 위에 탑을 세워 공양하였다.
이 양친의 기탑공양(起塔供養)의 착한 일을 본 왕자는 그제서야 안심하고 다시 도솔천으로 돌아갔다.

대왕이란 지금의 석가모니의 아버지 정반왕(淨飯王)이시고 왕비는 그의 어머니 마야부인, 큰아들 밀그, 둘째아들을 지금의 파수밋다라, 굶주린 범에게 제몸을 바친 셋째 왕자는 석가모니이시다.

<賢愚經第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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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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