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여인의 전생이야기

전사여인의 전생이야기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본생설화

• 주제 : 본생
• 국가 : 인도

이 전생이야기는 부처님이 기언정사에 계실 때 젊은 바라문의 딸 전사에 대해 말씀 하신 것이다.
이 여자는 전생에도 부처님을 비난한 일이 있었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 주셨다.

『옛날 범여왕이 바라나시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보살은 어떤 사제의 집에 태어났다.
그가 자라 성년이 되었을 때 그 아버지가 돌아가 그가 사제관이 되었다.
그때에 왕은 그 부인에게 아첨하기 위해 말했다.
「왕비여, 무엇이나 하고 싶은 것은 말해 보시오.」
「내가 바라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지금부터 당신은 다른 여자를 보고 욕심을 내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왕은 거절 하였으나 재삼 재촉을 받았으므로 아무 핑계가 없어 부득이 승낙 하였다.
그러므로 왕은 그 뒤로는 1만 6천의 무희 가운데 딴 사람에게도 애욕에 찬 눈으로 바라볼 수 없었다.
그때에 그 국경에서는 난리가 일어나 그 곳을 경비하는 군대는 적진과 몇 번 싸우다가, 이제는 도저히 도적을 진압할 수 없다는 편지를 왕에게 보내었다.
친히 왕이 출정하려고 군대를 모으고는 그 왕비에게 말하였다.
「왕비여, 나는 국경으로 나가는데 국경에는 전생이 있으나 그 승패는 알 수 없소.
그러므로 당신은 여기 머물러 있으시오.」
「대왕님, 나는 여기 남아 있을 수 없습니다.」
고 하였으나 두 번 세 번 왕이 거절하므로 왕비는
「그러면 당신이 유순을 갈 때마다 내 안부를 알기 위해 반드시 한 사람씩 보내 주십시오.」
하였다. 왕은 승낙하고 보살(사제관)을 성안에 남겨둔 채 군사를 거느리고 떠났다.
그리고 1유순을 갔을 때마다 한 사람씩 왕비에게 보내면서
「너는 가서 내가 무사하다는 것을 말하고 또 왕비의 안부를 묻고 돌아오라.」
하였다.
왕비는 돌아온 사람에게 물었다.
「왕은 그대를 무엇하러 보냈는가.」
「왕비님의 안부를 묻기 위해서 입니다.」
그러면 이리 오너라 하여 왕비는 그와 사음을 행하였다.
왕은 32 유순의 길을 가는 동안 32인의 사자를 보내었는데, 왕비는 그때마다 그들과 사음을 행하였다.
왕은 국경을 진압하고 백성들을 격려하고 다시 돌아오면서 또 32일의 사자를 보내었는데, 그때마다 왕비는 그들과 사음을 행하였다.
왕은 돌아와 개선군(凱旋軍)의 진영(陣營)에 머무르면서 보살에게 편지를 보내어 모든 준비를 마치고 왕비의 사는 방을 찾아 갔다.
왕비는 보살의 훌륭한 풍채를 보자 자제 할 수 없어 보살에게 말하였다.
「바라문님, 이침대로 들어오십시오.」
「그런 말씀 마십시오. 왕은 존엄하시고 나도 죄짓기 두려워합니다. 도저히 그런 일은 할 수 없습니다.」
「64인 신하들은 한 사람도 왕을 존중하지 않았고 또 죄를 두려워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당신만이 죄를 존경하고 당신만이 죄를 두려워합니까.」
「왕비님, 그들도 나처럼 생각하였다면 그런 길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해서는 안 될 것임을 알기 때문에 그런 어지러운 행등은 하지 않습니다.」
「무슨 쓸데없는 잔소리를 지껄이고 있는거야. 만일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네 목을 베겠소.」
「마음대로 하십시오. 이 한 생에 목을 베이고 다른 백 천생에 백 천번 목을 베이더라도 나는 그런 짓은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왕비는 두고 보자고 위협하고 방으로 들어가, 온 몸에 손톱 자국을 내고 손과 발에 기름을 바르고 더러운 옷을 입고 앓는 체 누워 하녀를 불러서는 아파서 밖에 나가지 못한다 하라 일렀다.
보살은 왕을 맞이하러 나갔다. 왕은 행렬을 정돈하여 성안에 들어왔다.
궁전으로 들어갔으나 왕비가 보이지 않으므로 하녀에게 물었다.
하녀가 왕비님은 앓아누웠다 하자. 왕은 곧 침실로 들어가 왕비의 등을 어루만지며 무슨 병이냐고 물었다.
왕비는 잠자코 있다가 왕이 재삼 묻자 말하였다.
「당신의 명령으로 이 성을 지키기 위해 남아있던 사제가 거실을 돌아본다 하면서 내게 와서, 자기 말을 듣지 않는다고 나를 마구 때리고는 욕심을 채우고 돌아갔습니다.」
왕은 잔뜩 화를 내어, 마치 불 속에 던져진 소금이나 사탕처럼 벌벌 떨면서 침실에서 나와 문지기와 하인들에게 명령하였다.
「너희들은 가서 저 사제를 붙잡아 뒷짐으로 묶고, 사형수처럼 성 안에서 끌고 나와 처형장으로 데리고 가 목을 베어 죽여라.」
그들은 달려가 사제를 뒷짐으로 묶고 사형을 집행할 북을 쳤다.
보살은
「왕은 확실히 저 악독한 왕비에게 선수를 빼앗긴 것이다.
나는 오늘 내 힘으로 내 자신을 구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고 그들에게 말하였다.
「당신들이 나를 죽이는 것은 좋으나 내가 대왕님을 만나본 뒤에 죽여라.」
「무엇 때문에.」
「나는 대왕님의 시자로서 많은 일을 하였기 때문에 그 수많은 보물의 있는 곳을 안다.
대왕님의 재산은 내가 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왕을 만나지 못하면 그 많은 재산은 없어지고 말 것이다. 내가 왕께 그 재산에 대한 일을 말한 뒤에 당신들은 당신들의 의무를 수행하시오.」
그들은 보살을 왕의 앞으로 데리고 갔다.
왕은 그를 보자 그에게 말하였다.
「이 바라문, 너는 내 앞에서 부끄럽다고 생각하지도 않는가. 너는 왜 그런 나쁜 짓을 하였는가.」
「대왕님, 나는 바라문족으로 태어나 아직까지 개미 한 마리도 죽인 일이 없고 풀잎하나라도 주지 않는 것을 가져 본 일이 없습니다.
애욕의 눈길로 남의 아내를 바라본 적도 없고 농담으로 나마 거짓말을 한 적도 없으며 풀잎 끝의 이슬방울만큼의 술을 마신 적도 없습니다. 당신네들 가운데서 나야말로 죄 없는 사람입니다.
저 미련한 여자야 말로 애욕 때문에 내손을 잡았습니다.
그러다가 내게 거절당하자 나를 위협하고 자신의 악행까지 발표한 뒤에 어디 두고 보자 하면서 자기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내게는 죄가 없습니다. 그보다도 편지를 가지고 온 저 64인이야 말로 인입니다.
저들을 불러 왕비의 시키는 대했나 안했나를 물어 보십시오.」
왕은 그들 64인을 결박 짓고 왕비를 불러 물었다.
「이 여자는 너희들과 나쁜 짓을 했는가.」
「예, 그랬습니다.」
왕은 왕비를 뒷짐으로 묶고는 명령하였다.
「이들의 목을 베어라.」
그 때에 보살은 왕에게
「대왕님, 저들에게는 죄가 없습니다.
왕비가 자기의 욕망을 채우게 하였으므로 저들에게는 죄가 없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또 저 여자에게도 죄가 없습니다. 사실 여자란 음욕에 만족할 줄 모르는 것입니다.
그것은 사실 여자의 천성으로서 그 음욕은 여자에게 필연적으로 붙어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용서해 주십시오.」
하고 갖가지로 달래었다.
그리하여 그들 64인과 여자를 놓아 주고 그들에게 알맞은 주택까지 주게 하였다.
이렇게 그들을 놓아 주어 편히 살게 한 뒤에 보살은 왕의 곁으로 다가가
「대왕님, 우치한 자의 사실 무근한 말에 의하여 묶일 이유도 없는 현자는 뒷짐으로 묶이고, 진리에 맞는 현자의 말에 의하여 뒷짐으로 묶였던 이가 놓여났습니다.
이와 같이 실로 우치한 자는 묶이지 않을 사람까지 묶기게 하고, 현자는 묶인 이까지 놓아줍니다.」
이렇게 말하고 또,
「이런 고통을 받는 것은 내가 세속에 살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는 가정을 버리려합니다.
대왕님, 내 출가를 용서해 주십시오.」
하여 출가의 승낙을 얻었다.
그리하여 눈물을 홀리는 친족들에게 많은 재산을 나누어주고는 집을 떠나 선인생활에 들어가 설산에 살면서 신통과 해탈의 성과(聖果)를 얻고, 죽어서는 범천 세계에 났다.

부처님은 이 설법을 마치고
「그 때의 그 나쁜 왕비는 지금의 저 젊은 바라문의 딸 전사요, 그 왕은 아난다며 그 사제는 바로 나였다.」고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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