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상쟁이의 전생이야기

칼상쟁이의 전생이야기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본생설화

• 주제 : 본생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본생경

이 전생 이야기는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 구살라국 왕의 칼 상을 본 어떤 바라문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그는 야장이가 왕의 칼을 가져오면 그 칼의 냄새를 말아 보고 그 칼을 점쳤다 한다. 누구나 뇌물을 주면 그는 그의 칼을 보고, 이 칼은 상을 갖추어있으므로 왕의 쓰는 칼에 적당하다고 말하고, 뇌물을 주지 않으면 그 사람의 칼은 상을 갖추지 못했다 하여 나쁘게 평하였다.
그런데 어떤 야장이가 칼을 만들고 그 칼집에 후춧가루를 넣어 왕에게 가져다 바쳤다.
왕은 그 바라문을 불러 그 칼을 상보라 하였다.
바라문은 그 칼을 빼어 맡다가 후춧가루가 콧구멍에 들어가 재채기가 났다.
그래서 재채기 하는 바람에 칼끝에 찔려 코가 두 조각으로 베이었다.
이 소문이 비구들 사이에 퍼지자, 부처님은
「비구들이여, 그 바라문이 칼에 베인 것은 지금만이 아니요 전생에도 그러했다.」
하고 그 과거의 일을 말씀하셨다.
「옛날 범여왕이 바라나시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왕의 칼상을 보는 어떤 바라문이 있었다.
모든 것은 위의 경우와 같다.
그래서 왕은 그에게 보내어 코를 치료시키고 납으로 떼워 코를 만들고, 또 그를 왕의 시자로 있게 하였다. 그 왕에게는 왕자가 없고 왕녀 한 사람과 생질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그들을 언제나 자기 곁에 두고 양육시켰다.
성년이 되자 그들은 서로 사모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래서 왕은 대신들을 불러놓고
「내 생질은 내 왕위를 계승할 사람이다.
나는 내 딸을 그에게 주어 관정식(灌頂式)을 행하리라.」
하였다. 그리고는 다시 생각하기를
「내 생질은 어디로 보나 내 혈족(血族)이다.
그러므로 그에게는 다른 왕녀를 주어 관정시키고 내 딸은 다른 왕에게 주자.
그렇게 하면 내 혈족은 붙고 내 왕통(血統)은 두개가 될 것이다.」
하고 대신들과 협의한 뒤에, 생질과 딸을 각각 따로 살게 하였다.
그들의 나이는 15세라 사모하는 정이 간절하였다.
그 생질은 그 처녀를 왕궁에서 끌어낼 방법을 갖가지로 생각하다가 그 여자의 상사(相師)를 불러 천금의 뇌물을 주고 그 방법을 물었다.
「그대가 시험해 안 되는 일이 어디 있는가. 무슨 이유를 붙이든지 왕이 왕녀를 데리고 궁중으로 나오도록 방법을 강구해 주게.」
「예, 알겠습니다. 나는 대왕께 이렇게 아뢰되 대왕님 왕녀에게는 악운의 신이 붙어있습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떠나 왕녀를 감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그 때를 틈타, 왕녀를 수레에 태우고 무장한 많은 사람을 데리고 큰 행렬을 지어 묘지로 가서, 원단(圓壇) 뒤에 있는 침대 밑에 죽은 사람을 눕혀두고 그 위에 왕녀를 앉히고는, 백 여덟 개 항아리의 향수를 쏟아 그 악운의 신을 씻어 흘려보내겠습니다.」
고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왕녀를 데리고 묘지로 나가겠습니다.
당신은 내가 가는 날 보다 먼저 후춧가루를 조금 가지고 무장한 사람들에게 둘러 쌓이어 수레를 타고 묘지로 가십시오.
그 수레를 타고 묘지의 문 한 쪽에 두고 무장한 사람은 그 묘지의 숲 속으로 보내십시오.
당신은 묘지의 원단 뒤에 가서 죽은 사람처럼 누워 계십시오.
나는 그리로 가서 당신 위에 침대를 두고 왕녀를 거기 앉혀 두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곧 후춧가루를 코에 넣어 두, 세 번 재채기를 하십시오.
세 번째 재채기할 때에 나는 왕녀를 버리고 달아날 것입니다.
그 때에 당신은 가까이 가서 왕녀의 머리를 관정하고 또 당신머리에도 관정한 뒤에 왕녀를 데리고 당신처소로 돌아가십시오.」
그리하여 이들은 책략을 꾸몄다. 상사는 왕에게 가서 이 사실을 아뢰었다.
왕은 그것을 승낙하고 그 사정을 왕녀에게 알렸다. 왕녀는 으례 승낙하였다.
상사는 출발하는 날 왕자에게 미리 알리고는 큰 행렬을 데리고 묘지로 갔다.
그는 그들에게 두려움을 주기 위해
「내가 왕녀를 침대 위에 앉히면 침대 밑에 있는 송장은 재채기를 할 것이다.
재채기를 마치면 침대 밑에서 나와 누구나 제일 먼저 보는 사람을 붙잡을 것이니 모두들 주의해야 한다.」
고 하였다.
왕자는 먼저 가서 후춧가루를 코에 넣어 재채기를 하자마자 상사는 왕녀를 버려 둔 채 큰 소리로 외치며 누구보다 먼저 달아났다.
상사가 달아나자 거기 있던 사람들은 모두 가졌던 무기를 버리고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났다.
왕자는 예정된 대로 모든 일을 마치고 왕녀를 데리고 제 처소로 돌아갔다.
상사는 왕에게 가서 모든 사정을 아뢰었다.
왕은
「처음부터 나는 내 딸을 그에게 주려고 길렀던 것이다.
타락 속에 넣은 익은 타락처럼 성장한 것이다.」
하고 승낙하고, 그 뒤에 그 생질에게 왕위를 주고 왕녀를 그 왕비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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