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바닷다의 옥고

데바닷다의 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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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 : 본생
• 국가 : 인도

석존께서 니쿠르 공원에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을 하고 계실 때의 일이다. 그 당시 세존의 포교 명성은 아침 해가 떠오르는 것처럼 대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그 때에 세존의 사촌 동생벌이 되는 데바닷타(아난의 친형)가 돌연 니쿠르 공원을 찾아와서 세존에게 배례하며,
세존, 제자로 써 주십시오.』
라고 말을 꺼냈다.
『그대는 출가해서 나의 제자가 되느니 가정 주부의 몸으로 보시(布施)를 하며 수도하는 것이 좋겠다.』
『거절하시지 말고, 말단 제자라도 좋으니 제발 써 주십시오.』
하며 세존에게 입문(入門)시켜 달라고 간청했다.
그러나 세존께서는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그대는 출가해서 불도를 닦는 데 적합하지 않으니 집에서 수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라고 하시며 데바닷타의 출가를 거절하셨다.
아무리 애원해도 자기의 출가를 허락하시지 않아 데바닷타는
『세존은 질투가 심해서 내가 출가하는 것을 용서해 주지 않는 것이다. 내가 출가해서 수도하면 자기의 명성이 떨어질까봐 완강하게 거절하는 것일꺼야. 정말 소견이 좁은 사내로군. 그렇게까지 내가 출가하는 것이 싫다면 내 스스로 삭발하고 청정(淸淨)한 수도를 해서 세존을 능가해야지.』
하고 마음 속으로 반항과 노여움을 품고,
『이렇게까지 원해도 허락하여 주시지 않는다면 할 수가 없겠습니다. 훗날 다시 뵙겠습니다.』
하며 안색이 변해서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간 그는 당장에 삭발을 하고 가사(袈裟)를 입고 가신들을 불러 놓은 자리에서,
『나는 석가 종족의 아들이다.』
라고 선언했다.
그런데 슈라다라고 하는 한 수도자가 산 속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그 수도자는 다섯 가지의 신통력을 가지고 있어 유명했었는데 슈라다의 이름을 알게 된 데바닷타는 자기 멋대로 출가를 해 보았지만 수도를 받을 만한 위인이 없어 결구 슈라다를 찾았다.
『슈라다 성자여, 성자의 고명을 따라 오늘 모처럼 찾아 왔습니다. 저에게 수도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하며 열심히 청원했다.
그러나, 슈라다는 그가 어떠한 마음으로 출가를 했으며 자기를 찾아 왔는지 몰라서 원하는대로 수도사의 필요한 모든 사항을 친절히 가르쳐 주었다.
『성자여, 자비로운 수도상의 사항은 잘 이해하였습니다. 저를 제자의 한 사람으로서 저에게 신통력을 가르쳐 주십시오. 어떠한 고행이라도 성자의 명령을 지키겠습니다.』
라고 그는 신통력만을 얻고 싶은 생각에서 이렇게 말을 했던 것이다.
『네가 그토록 열심히 신통력을 얻고자 원한다면 가르쳐 주마. 신통력을 획득하려면 첫째, 마음의 경중(輕重)을 알아야 하고, 둘째. 지(地), 수(水), 화(火), 풍(風),의 사대(四大)의 경중을 알아야 하고, 셋째는 자재삼매(自在三昧)라는 것을 수행하고, 넷째는 용맹삼매(勇猛三昧)를 행하고, 다섯째로는 심의삼매(心意三昧)에 들어가고, 여섯째는 자계삼매(自戒三昧)를 수행하는데, 순서에 따라서 이 여섯 가지의 수행을 완전히 하면 반드시 신통력을 터득할 수가 있다.』
라고 슈라다는 신통력 획득의 수행 과정을 가르쳐 주었다.
『감사합니다. 성자님의 가르침대로 열심히 수행하겠습니다.』
그는 자기의 희망이 이루어 질 때가 왔다고 기뻐하며 슈라다가 가르쳐준 대로 열심히 고행(苦行)수련을 한 결과 신통력을 체득하게 되었다. 그는 스승인 슈라다에게 감사를 드리고 그 산을 내려왔다.
데바닷타가 신통력을 체득했다는 소문을 순식간에 알려지고 사방에 널리 명성이 퍼지게 되었다.
어느 날 데바닷타는 한 송이의 연화(蓮華)를 꺾어 가지고 아쟈타샤츠 태자에게 가서 그 연화(蓮華)를 태자의 머리 위에다 뿌리면서
『이 한 송이의 연화는 三十왕 천왕의 제석천왕(帝釋天王)이 가져와서 태자에게 바치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태자는 그의 불가사의(不可思議)한 신통력을 보고 그를 존경하게 되고 또한 그의 숭배자가 되어서 그 후로부터는 자주 그에게 공양을 바치게 되었다.
어느 날 태자를 방문한 데바닷타는 자기의 몸을 어린애로 변신시켜서 태자의 무릎 위에 앉아 있었다. 어린애가 태자의 무릎 위에 앉아 있는 것을 본 시녀들은 이상히 여기고 도깨비냐 아니면 천자냐 하고 수근대고 있을 때 슬며시 데바닷타로 변신했다.
이것을 본 태자와 시녀 그리고 궁인(宮人)들은
『참으로 거룩한 분이다. 세상에서 보기 드문 한량없는 덕과 힘을 가진 높은 덕이다.』
라고 하며 궁인일동(宮人一同)은 저마다 그의 덕을 칭찬하고 위대한 신통력을 높이 평가했다.
데바닷타의 명성은 날로 사방에 퍼졌다. 이 소문을 들은 세존의 제자들은 세존에게,
『세존, 최근에 돌고 있는 소문에 의하면 데밧다타는 대 신통력을 체득하고 자유자재로 의복이나 침상, 의약품 등을 얻을 수 있고, 그 명성이 천하에 널리 퍼져, 혹시 세존의 고덕을 능가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옵는데 세존께서는 이 일에 대해서 무슨 방법이라도 생각하고 계시온지 궁금합니다.』
라고 말하며 은근히 걱정들을 하고 있었다.
『너희들은 그런 것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의 명성이야 어떻든 간에 그의 신통력을 부러워해서는 안된다. 데바닷타는 조그만한 신통력을 얻어 가지고 행세하니 지옥, 아귀(餓鬼), 축생의 삼악도(三惡道)에 빠지게 될 것이다.
또한 현지의 명성 덕망도 그 위대한 신통력도 머지않아 모조리 잃게 도리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앞으로 반드시, 입과 의(意)의 삼업(三業)에 악행을 할 것임이 틀림이 없기 때문이다. 모처럼 얻은 보배로 자신을 멸망시키니 불쌍한 일이다.』
라고 제자들의 의심에 대하여 데바닷타는 가까운 장래에 반드시 실패하고 신통력을 잃고 현실의 몸의로 되돌아 떨어진다는 것을 예언하였다.
일시에 유명해지고 위덕을 칭찬 받은 데바닷타는 자기가 세존보다도 더 유명한 줄 알고 또한 세존과 거의 같은 실력이 있다고 자부하며 세존에 대한 욕설과 덕망을 떨어뜨리려고,
『구돈에게 신통력이 있다면 그까지 것은 나에게도 있단 말이야, 그가 하나를 나타내면 나는 둘을 그가 둘을 나타내면, 나는 넷을 그가 넷을 나타내면 나는 八을, 그가 十六을 나타내면 나는 三十二를 나타내며 무조건 그의 배의 신통력을 나는 나타낼 수가 있다.』
라는 식으로 자가 선전을 하며 세존이 이R는 교단을 파괴하려는 계획을 하고 있었다. 데바닷타의 선전에 넘어간 세존의 제자 중에서 약 五○○명 정도가 세존의 곁을 떠나서 그에게 가고 그의 외호자(外護자者)인 아쟈타샤츠 태자의 공양을 받게 되었다. 어쨌든 데바닷타의 계략은 효과가 있어서 데바닷타의 교단은 금방 세력이 커져, 그는 세존의 덕망을 완전히 파괴시킬 수 있는 때가 왔다고 내심 은근히 기뻐하고 있었다.
그들의 교단이 팽창하는 대신에 세존의 교단은 금방 약화되었다. 그리하여 세존의 제자인 사리붓타와 목갈라나는,
『우리 둘이서 데바닷타에게로 가서 그의 설법을 듣고 그가 얼마나 실력이 있는지 의논을 한바탕 해봄세.』
이렇게 해서 어느날 둘이서 데바닷타의 정사(精舍)로 갔다.
이 두 사람이 오는 것을 멀리서 보고 있던 데바닷타는 자기 제자에게,
『지금 세존의 제자인 사리붓타와 몰갈라나가 이곳으로 오고 있다. 재미 있을거야.』
라고 말하자 두 사람이 도착했다.
그런데, 세존의 제자였던 五○○명의 수도자들은 세존의 고제(古制)가 올 정도니 머지않아 세존의 제자들은 모조리 이곳으로 귀속하게 되겠군 하고 서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윽고 데바닷타는 사리붓타에게,
『사리붓타, 너는 여기 있는 내 제자들에게 설법을 할 수 있겠나? 실은 내가 몸도 피로하고 등도 좀 아파서 그러니 네가 내 대신 좀 설법을 해줄 수 없을까?』
라고 말하자 가로로 누워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자기의 문하생이 날로 증가하니 거만해질 대로 거만하게 되어 깊은 잠을 자게 된 것이다.
그가 깊은 잠에 떨어진 것을 확인한 사리붓타와 목갈라나는 신통력으로 모든 신도자를 공중에 띄어놓고 모른체 하고 되돌아왔다. 깊은 잠에서 깬 데바닷타는 자기 제자들이 한 명도 없는 것을 보고,
『음, 사리붓타와 목갈라나에게 당했구나 괘씸하다.』
화가 난 그는,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있나, 그대로 둔다면 지금까지 애쓰고 쌓아올린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뿐만 아니라 첫째 나의 수치다. 이놈들 두고 봐라.』
하며 고함을 질렀다.
그는 화가 나서 고함을 지르는 바람에 애쓰고 수도한 신통력이 순식간에 없어지고 말았다.
그때, 세존의 제자들은,
『세존, 데바닷타는 신통력의 극치로서 세존께서 이끄는 성상(聖像)의 평화를 유린하며 파괴하려고 합니다.』
라고 말씀을 올렸다.
『데바닷타가 우리들의 단체를 보려고 하는 것은 뭐 전부터 그랬는데 그는 전세(前世)로부터 우리를 파괴하려고 방해를 가하고 악념(惡念)을 가지고 나를 살해하려고 한 때가 있었다. 새삼스럽게 그의 악행을 겁낼 필요는 없다.』
하고 석존은 데바닷타의 과거 악행을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한편 사리붓타와 목갈라나에게 걸려든 데바닷타는 화를 낸 탓으로 신통력을 잃었으므로 자기의 외호자(外護자者)인 아쟈타샤츠 태자를 찾아가서,
『태자여, 옛날 사람들은 모두 장수했는데, 오늘날의 사람들은 대체로 단명합니다. 태자께서는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왕위에 오르시지 않으면 아무런 보람이 없습니다. 만약 왕위에 오르시지 않고 죽으시면 그야말로 일생을 헛되게 보내는 것입니다.
하루속히 부왕을 죽이고 자신이 왕위에 오르셔야 합니다. 불초 이 몸은 구돈 교단을 파괴하고 새로운 불타가 될 것입니다.
태자께서는 신왕이 되시고 저는 신불(新佛)이 되어 이 세상의 정치적 방면과 정신면에 새로운 기운을 일으킴이 어떠하옵니까?』
라고 말하며 제자에게 부왕을 제거할 것을 은밀히 선동하였다. 물론 왕위에 앉아서 천하를 통치해 보겠다는 욕망에 들뜬 태자는 데바닷타의 감언에,
『그것참 통쾌한 일이로군. 그럼 당장에 부왕을 살해해야지, 너도 서둘러서 구돈의 교단을 파괴해라.』
라고 하며 쾌히 승낙했다.
그리하여 태자는 즉시 경비병을 보내서 부왕을 잡아다 투옥하고, 자신은 왕좌에 올라 천하를 통치하기로 했다. 이 태자의 포악한 행동을 본 신하들은 나라의 전도를 우려하고 국난의 타개 방법을 강구했다.
태자가 자기의 제언대로 부왕을 유폐(幽閉)하고 왕위에 오른 것을 본 데바닷타는 이번에는 자기가 구돈을 잡아 죽이고 그의 일당을 파괴하려고 결심했다.
그 당시 석존께서는 영취산(靈鷲山)의 낮은 언덕에서 제자들과 신자들에게 설법을 하고 계셨다. 그것을 안 데바닷타는 높은 곳에 올라가서 길이 九○○m, 넓이 四五○㎡나 되는 큰 바위를 세존에게 던졌다. 그러나 이때 이 산의 수호신인 금비라귀(金比羅鬼)가 손으로 그 큰바위를 밀어 던짐으로써 세존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으나 돌의 파편으로 발에 약간의 부상을 입어 피가 나올 정도였었다.
부상을 입은 세존은 그를 향해서
『그대는 사념(邪念)을 가지고 나를 살해하려고 하나 부처의 몸에서 피를 내려고 함은 대역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고 그 죄의 심중한 것을 타일렀다.
첫째 계획에 실패한 데바닷타는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세존을 죽이지 않고서는 내 원한이 풀리지 않는걸?』
하며, 새로운 방법을 의논하기 위해서 아쟈타샤츠 신왕을 찾아갔다.
『대왕,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코끼리를 써보려고 하는데, 코끼리는 원래 성질이 흉폭한테, 그 중에서도 검은 코끼리에게 술을 먹이면 한층 더 흉폭해 지는데 이렇게 해서 구돈을 코끼리 발로 밟아 죽입시다.
만약 구돈이 정말로 모든 지(智)를 가지고 있다면 우리의 음모를 미리 알고 내일은 성 밑으로 걸식하러 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지(大智)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성 밑으로 틀림없이 올 것입니다. 그 때를 놓치지 말고 술 취한 코끼리 발로 밟아 죽이는 것입니다. 코끼리가 죽였다면야 직접 우리들에게 죄가 안 되거든요?』
『그것 참 좋은 생각이군.』
신왕은 당장에 찬성했다.
그리하여 왕은 독한 술을 검은 코끼리에게 먹이고, 성 밑에 사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명을 아끼고 일신의 안전을 원하는 자는, 명일 종일토록 성 밑을 왕래하지마라.』
라는 포고문을 내렸다.
탁발수행(托鉢修行)의 시간이 왔다 세존은 평시와 다름없이 가사(袈裟)를 두르고 철발(鐵鉢)을 들고 라에츠성에 오셔서 수행을 하고 계셨다. 왕의 계획을 알고 있는 시민들은 남녀 노소를 막론하고 모두 세존에게 달려와서 배례하며,
『세존, 오늘은 성 밑에서 수행하시는 것을 중지하여 주십시오. 대왕이 검은 코끼리에게 술을 먹여서 세존을 살해하려고 하는 무서운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신자들의 주의를 들은 세존께서는,
『너희들의 충언은 고맙다마는 깨달음을 얻은 자는 타인으로부터 절대로 해를 받는 일이 없으니 안심해라.』
하시며 계속 탁발 수행을 하셨다.
이때 독한 술에 취한 검은 코끼리가 세존이 저쪽에서 걸어오시는 것을 보자 갑자기 사심을 일으켜 세존을 향해서 돌진하여 밟아 죽이려 했다.
그것을 본 세존은,
『술로 인하여 마음이 미친 코끼리야, 성나는 대로 하다가 용(龍)을 건드리겠다. 용과 코끼리가 같이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은 참으로 희유(稀有)의 좋은 표식이로다. 용을 건드림으로 해서 저지른 죄로 너는 영원한 악도에 떨어질 것이다.』
라고 읊었다.
일 맑은 범음(梵音)을 들은 코끼리는 당장에 온순하여지고 세존 앞으로 서서히 화서 무릎을 꿇고 그 죄를 회개한 다음 죽고 말았다. 이 검은 코끼리는 회개했기 때문에 죽어서 곧 三十三天의 천상계(天上界)에 다시 태어났던 것이다.
야쟈타샤츠왕과 데바닷타는 애써 짜낸 방법도 수포로 돌아가자 둘이서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수도자인 구돈이 코끼리를 죽였어.』
『그렇다. 그에게서 대 신력이 있고 모든 술법에 능하니까 저 코끼리들을 저주해서 죽인 거야. 그러나 여보게, 저렇게 무서운 힘이 있는 것으로 보아 구돈에게는 굉장한 위덕이 있음이 틀림없네, 우리가 그를 모살(謀殺)하려고 하나 도저히 안 될 말이야.』
『구돈은 환술(幻術)을 가지고 있으니까 육사외도 따위도 그에게는 꼼짝을 못하고 바람이 풀밭을 쓰러뜨리는 것처럼 귀복시키니 짐승쯤은 아무 것도 아니지.』
이런 식으로 바로 같은 말을 소위 왕과 신불이 하고 있었는데 데바닷타는 아쟈타샤츠왕의 말투로 보아서 왕의 마음속은 이미 구돈의 방향으로 기울어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 몹시 걱정한 나머지 좋은 상담역을 놓쳤으니 해 볼 재간이 없다고 단념하고 라에츠성을 떠났다.
이 데바닷타의 초라한 모습을 본 법시(法施)라고 하는 여승(女僧)은,
『여보시오, 데바닷타씨. 지금까지 당신이 만든 죄는 큰 줄 아시오. 지금이라도 좋으니 회개하시오. 아니면 당신의 죄는 영원히 나오지 못할 깊은 곳으로 떨어질 것이오.』
라고 주의를 주었다.
그렇지 않아도 기분이 나쁜데다 이런 주의를 받은 그는 화가 나서,
『무슨 소리야. 내가 무슨 잘못이 있다구 그래. 쓸데없는 소리.』
하며 큰소리를 질렀다.
『악심(惡心)을 먹고 악이라고 하는 악은 모두 저지르고 있지 않소.』
여승(女僧)도지지 않고 대들었다.
화가 머리 끝가지 치밀어 오른 데바닷타는.
『이년이 말이 많아』
하며 법시(法施)를 때려 죽이고 말았다.
여승을 살해한 그는 자기 방으로 돌아가자 즉시 자기 제자들을 모아 놓고,
『나는 조그마한 원한을 품고 구돈에게 반항하고, 또 그를 살해하려고 했으나 역시 그것은 도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여기에 오기 직전에도 화가나서 법시(法施)를 살해했으나 생각하면 나의 죄는 무겁다.
소름이 끼칠 정도다. 나는 이제부터 구돈에게 가서 지금까지의 죄과를 회개하려고 한다.』
고 말했다.
악심(惡心)-그것은 질투가 큰 원인이 되어 증오(憎惡)로 변하여 나쁜 일을 계속해 온 자기를 조용히 생각하니 양심의 가책을 참을 길이 없어 번민하다가 드디어는 그것으로 중병이 되어 드러눕게 되었다.
어느날 그는 병상에 제자들을 불러 놓고,
『보다시피 나는 지금 병으로 고생하고 있다. 구돈에게 참회하러 가고 싶어도 그것조차 할 수 없는 몸이다. 수고스럽겠지만 나를 구돈에게 데려다 줄 수 없겠니?』
하며 부탁하고 스스로 자기의 열 손가락의 손톱에 옥을 칠한 다음,
『자, 나를 가마에 태워서 구돈에게 데려다 줘.』
스승의 명령에 따라 제자들은 데바닷타를 가마에 태워서 세존에게 갔다.
제자들이 가마에 싣고 오는 데바닷타를 본 아난(阿難)은,
『세존, 지금 데바닷타가 이곳에 와서 자기의 죄를 참회하려고 합니다.』
라고 말씀 올렸다.
『안 된다. 데바닷타는 극히 나쁜 인간이니 여기에 와서 나를 볼 수는 없다.』
『세존, 무슨 말씀이옵니까, 그는 이미 자기 죄를 회개했습니다.』
『그는 그 수명이 지났으니 여기에 와도 나를 볼 수가 없다.』
세존이 아난에게 말씀을 하는 중에 그는 제자들에게 들리워서 왔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가마 안에서 세존을 경배함은 무례한 짓이니 나를 내려다오.』
하고 명령했다.
가마에서 내리려고 발을 막 땅에 디딜려고 하는 순간, 대지에서 큰 풍화(風火)가 일어나며 그의 몸 주위를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무서운 지경에 직면한 그는 진실로 회개하고 세존에게 합장하면서,
『남무붓타(南無佛).』
하려고 했으나 남무까지만 부르고 붓타는 부르지 못한 채 생지옥에 빠지고 말았다.
이 광경을 본 아난(阿難)은,
『세존, 형님은 무슨 죄로 그를 지옥에 빠트리게 했나요?』
하고 물었다.
『저 데바닷타는 악심(惡心)을 품고 나에게 반항하고 나를 살해하려고 했기 때문에 생지옥에 빠진 것이다.』
하고 가르쳐 주었다.
이 인연을 들은 아난(阿難)은 무엇을 생각했음인지 갑자기 큰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아난, 왜 우느냐?』
나는 아직도 생지옥의 생각은 끊을 수가 없습니다.
그 애욕이 있음으로 해서 지옥에 떨어진다는 것을 들으니 무서워서 못견디겠습니다.
『그러냐 그런 걱정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아난의 마음 속을 알게 된 세존은 아난을 위해서,
『선량한 자에게는 선한 보답이 있고 악의(惡意)를 품는 자에게는 재앙이 있느리라. 모든 세상 사람들은 악행(惡行)을 하면 죽어서 지옥의 고통을 받느리라.
그러나 선행을 하면, 그 몸은 천록(天祿)을 얻느리라. 데바닷타는 스스로 악행을 하고 스스로 지옥의 고통을 받았느리라. 아난아 눈물을 거둘지어다.』
하며 게(偈)를 가지고 아난에게 선인선과(善人善果), 악인악과(惡人惡果)의 도리를 설법하셨다.
이 설법을 들은 아난은 간신히 슬픔을 참았다.
이 때 신통력을 가진 세존의 제자 중 제일인자라고 하는 목갈라나가 세존 앞에 나와서,
『세존, 저는 신통력으로 지옥에 가서 데바닷타를 만나 그를 위해서 설교를 하려고 합니다만.』
하면서 세존에게 청했다.
『그거 좋은 일이지. 그러나 조심해서 바른 마음으로 설법을 해 주도록, 원래 나쁜짓을 하는 사람은 고목(枯木)이데 조각을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니까.』
세존의 허락을 받은 목갈라나는 순식간에 지옥에 가서 그 상공에 앉았다.
『여봐라, 데바닷타야?』
하고 부르니,
『누구냐, 데바닷타는 왜 찾는거야?』
『나는 세존의 제자다. 데바닷타를 만나서 할 이야기가 있으니 만나게 해다오.』
『그럼 만나게 해주지.』
옥졸들은 손에 철창을 취하고 데바닷타의 몸을 불사르면서,
『야, 데바닷타야? 무얼 자고만 있어! 일어나라.』하고 소리 지르고 눈을 뜬 그에게,
『이것봐, 공중을 보란 말이야.』
하며 고함을 질렀다. 시키는대로 공중을 올려다보니 허공에는 연화좌에 목갈라나가 앉아 있었다.
마치 태양이 구름을 뚫고 세상을 비치는 것처럼 숭엄한 목갈라나의 모습을 보았다.
『거기에 계시는 분은 누구신지요. 하늘의 빛을 내며 청정(淸淨)한 광명으로 충만한 모습을 한 그대는 누구입니까?』
『나는 세존의 제자 목갈라나요.』
『아, 목갈라나. 그리 이 고통이 많은 지옥엔 무엇하러 오셨오.』
『내가 여기에 온 것은 세존의 명에 의하여 너의 고통을 구하러 온 것이다.』
『송구스럽소, 어서 빨리 그 가르침을 들려주오. 그리고 이 고통에서 살려주시오.』
『데바닷타, 지옥의 고통은 어떠냐?』
『불에 달군 쇠바퀴로 몸을 달구기도 하고 쇠방망이로 때리고, 검은 코끼리가 와서 밟기도 하고 불덩어리의 산(山)이 내 얼굴을 뒤덮기도 하며 또, 내가 옛날에 입던 가사는 놋쇠판이 되어 몸을 지지는 통에 고통이 여간합니다.』
『그런가, 그럼 그 고통에 관해서 일일이 너에게 설명해 주마.』
『제발 부탁합니다.』
이리하여 목갈라나는,
『쇠방망이로 맞는 것은 법시여승(法施女僧)을 살해했기 때문이고, 쇠바퀴로 끌리어 다니는 것은 수도 중의 승에게 고통을 주었기 때문이다.
검은 대상(大象)에게 밟히는 것은 술취한 코끼리를 거리에 풀어놓고 세존을 살해하려 했던 악계(惡計) 때문이다.
큰 바위로 세존의 발에 부상을 입힌 그 악업(惡業)의 보답으로 화산의 공격을 받는 것이다.
물에 달군 놋쇠판을 뒤집어쓰는 것은 네 손으로 법시여승(法施女僧)을 살해한 악업의 보답이니라.
지옥 속의 고통은 전세에 지은 악업에 대한 악의 보답으로 알아야 하느니라.
그러한 즉, 지금 네가 받고 있는 고통은 너의 전생에 지은 악업의 보답이니 그 악심(惡心)을 근본적으로 잘라버리도록 노력함이 좋을 것이다.』
라고 훈계했다.
목갈라나의 설법을 조용히 듣고 있던 데바닷타는 자기의 조리를 비로소 자각하고 참회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목갈라나는 자기의 자랑인 대 신통력으로 지옥에 있는 모든 생명체에게 일시나마 고통을 정지시켜주기 위하여,
『모두들 듣거라. 다같이 남무붓타(南無佛)라고 불러라. 세존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분이시다. 부처님은 영원한 안정을 주고 모든 고통에서 구원해 주시느니라.』
라고 설명하였다.
『목갈라나가 가르쳐준 대로, 지옥의 모든 생명체들은 이구동성으로,
『남무붓타(南無佛)』
하며 제창했다.
이리하여 남무붓타(南無佛)를 제창한 六만여의 생명체들은 그들의 전생의 죄가 씻기고 천상계(天上界)로 다시 태어날 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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