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의 구도

토끼의 구도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본생설화

• 주제 : 본생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생경

석존께서 사위국의 기원정사에 계시면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고 계실 때의 일이다.
많은 토끼를 거느린 한 마리의 토끼 왕이 산속에 틀어박혀, 배가 고프면 나무나 풀의 열매를 따 먹고, 목이 마르면 샘물을 마시면서 부드러운 마음과 자비의 행을 닦아, 빨리 짐승의 몸을 버리고 사람으로 태어나서 도를 배우기를 원하고 있었다. 일족의 토끼들도 이 토끼왕의 가르침에 따르고 명령하는 대로 복종하였다.
때에, 한 신선이 이 산중에 들어와 나무나 풀의 열매를 따 먹고, 샘의 물을 길어다 마시면서 홀로 수행에 정진하고 있었다. 그 경 읽는 소리는 고상한 음률 같아, 듣고 즐거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토끼왕은 본디부터 원하던 터인지라, 신선에게 가까이 가서 경을 듣고 가르침을 받고자, 겨레붙이들을 격려하여 먹을 것을 구하고, 마실 물을 바치어 신선을 섬기기를 게을리 하지 아니하였다. 이렇게 날이 가고 달이 지나 이윽고 그 해 겨울이 되었다.
산중의 추위는 유달리 심했으므로 신선은 마을로 내려가겠다고 하였다. 토끼왕은 부모와 이별하고 스승과 떨어지는 것 같아서 슬퍼하면서 산중에 남아 있어 주기를 간청하였다.
그러나 신선은 그에게 말하였다.
『나에게도 몸이 있다. 이 몸도 수행을 위해서는 될 수 있는 대로 소중히 해야 한다. 이제 겨울이 되어 산중의 추위는 대단하다. 게다가 나무나 풀의 열매도 다 떨어져 이제는 먹을 것을 얻을 도리도 없고, 물은 얼어붙어서 목을 추길 수도 없다.
바위굴에서도 이 추위에는 참고 머물러 있을 수가 없다. 나도 겨울 동안만은 산을 내려가 사람의 집에서 살면서, 동냥을 하여 이 몸을 지키려고 생각하다. 겨울이 지나면 틀림없이 다시 이 산으로 들어와서 너희들과 함께 도를 닦기로 하겠다. 그렇게 너무 아쉬워하지 말고 그 때를 기다려라.』
토끼왕은 신선의 달래는 소리도 귀에는 들어가지 아니하였다. 그저 가슴이 메고 차마 이별할 수가 없었다.
『신선님, 우리들은 힘을 다하여 나무나 풀의 열매를 구하여다가 식량에 군색하게 해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제발 한번더 다시 생각하시어 불쌍한 저희들을 위하여 머물러 있어 주십시오. 만일, 당신께서 우리들을 버리고 가신다면 저는 저의 몸을 버리어 공양으로 바치겠습니다.』
말을 정성껏 하고 정을 다하여 간청하므로 신선도 그의 마음을 가엾게 여겨, 더 이상 거절할 수가 없어 잠시 동안은 잠자코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토끼왕은 아무리 간청을 하여도 신선은 그저 잠자코 있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내 몸으로써 공양을 하십시오. 토끼왕은 그 몸을 날려 불 속에 몸을 던졌다. 신선은 깜짝 놀라서 그를 구하려 했으나, 미치지 못하여 토끼왕은 드디어 불 속에서 타 죽어 버렸다. 신선도 이 토끼왕의 목숨을 아끼지 않는 구도 정신을 불쌍히 여겨 자기도 식사를 끊고 함께 죽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즉시 도솔천(蹈率天)에 태어났다고 한다. 토끼왕은 석가모니이시고, 신선은 정광불(定光佛)의 전생이다.

<生經 第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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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9/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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