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버린 자식의 효도

내버린 자식의 효도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본생설화

• 주제 : 본생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육도집경

석존께서 사위국의 기원정사에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說法)을 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어떤 곳에 가난한 부부가 있었다. 사내아이를 낳았으나, 기를 수조차 없었으므로 마음을 독하게 먹고, 그믐날밤 어둠을 타서 네거리에 버렸다.
그래도 어버이의 사랑이 있어서 누더기이기는 하지만 두터운 옷을 입히고, 마지막 노력으로 벌어들인 엽전 천냥을, 쌈지에 싸서 허리에 채워 주었다.
마침 그날은 이 나라의 축제(祝祭)의 날이어서 온나라 사람들은 잘 살건 못살건 자기 집에서 잔치를 벌여 하루를 유쾌하게 지냈다.
한 사람의 덕이 높은 도사(道士)가 있어 산을 내려와서 사람들이 춤추며 뛰노는 광경을 보고 말했다.
『오늘 이렇게 모인 사람들은 백미(白米)쌀의 순결함과 같이 깨끗하고 기분 좋은 일이다. 이 길일(吉日)에 아이를 얻으면 존귀하고 영특한 아이를 얻을 수 있음에 틀림없다.』
이때 한 사람의 장자(長者)가 그 속에 끼어 있다가 이 말을 듣고 은근히 혼자 기뻐하여 하인들을 사방으로 풀어 내어버린 갓난 애기는 없는가 찾아보도록 했다.
하인들은, 찾아다니다가 지쳐서 아무나 붙들고 물어 보았다.
그리하여,
『여기 버려진 아이가 있었는데 어떤 노파가 주어갔다.』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 이에 힘들 얻어 그 노파를 두루 찾아다니다가 마침내 찾아내어,
『장자는 거만(巨萬)의 재물을 가지고 있으나 불행하게도 아이가 하나도 없습니다. 당신은 그 아이를 데리고 가난하게 고생스럽게 사느니 장자에게 그 아이를 주어 그 대신 재산을 얻는 것이 더 좋지 않겠습니까?』
그는 이렇게 설득시켜, 노파가 원하는대로 많은 금전을 주고 그 아이를 데려가, 소중하게 키워 수개월이 지났다.
그러던 어느 날, 장자의 아내가 임신을 하였으므로 장자는 얻어 온 아이가 귀찮게 생각되었다.
『내자신의 아이가 없었으므로 남의 아이를 키웠지만 하늘에서 자식을 점지해 주시고 보니 쓸데 없는 일이다.』
장자는 집 사람에게 명하여 한밤중에 사람 몰래. 누더기에 싸서 어떤 집 헛간에 버려버렸다.
그런즉, 그 집 염소가, 그 버린 애기에게 매일 젖꼭지를 물리고 있는 것을 목장사람이 발견하고,
『신(神)은 어찌하여 이렇게 귀여운 애기를 이런 곳에 떨어뜨렸을까?』
라고 중얼거리면서 안아다가 집으로 데려와 염소젖으로 기르고 있었다.
장자는 그것을 알아차리고.
『어찌하여 남의 젖을 훔치느냐.』
하고 그 사나이를 나무랬다.
『주인님, 신은 이렇게 귀여운 얘기를 보내 주셨습니다. 그래서 내가 젖을 받아서 키우고 있습니다.』
목장의 사나이가 이렇게 대답했을 때 장자의 양심이 일깨워져, 먼저의 자기 행위를 뉘우치고 다시 그 아이를 찾아다가 길렀다.
그리고서 다시 수개월이 지났다.
장자의 아내는 무사히 사내아이를 낳았다. 자기 자식의 귀여움에 팔려 또다시 악념(惡念)이 머리를 들고 일어났다. 다시 누더기에 싸서 주워온 아이를 밤중에 큰 길에 버려버렸다.
다음날 아침 상인의 일대(一隊)가 수백대의 수레를 이끌고 그곳을 지나가고 있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소는 무엇엔가 채여 더 나아가가려고 하지 않는다.
상인은 이 광경을 보고,
『신의 아들이여 어찌하여 이런 곳에 있으십니까?』
라고 놀라 달려와서 애기를 안아 수레속으로 데려왔다. 그러자 소는 다시 힘차게 나아가기 시작했다. 二十리 남짓하게 나아가다가 쉬고 있을 때 한 사람의 노파가 상인에게 다가와.
『부디 그 애기를 제게 주십시오. 저는 불쌍한 홀몸입니다.
이 아이의 사랑으로 내 노후의 쓸쓸함을 위로받고 싶습니다.』
상인은 노파가 간청하는 대로 그 아이를 주었다. 노파는 될 수 있는 대로 극진한 사랑으로 이 아이를 키웠다.
장자는 이 일을 듣고 마음속 깊이 뉘우치어,
『아아. 나는 왜 이다지도 무도(無道)한 놈인가? 모처럼 하늘이 내려주신 은덕에 배반해 버렸다.』
라고 말하며, 울면서 자기를 책망하고 많은 돈을 노파에게 주어 그 아이를 다시 찾아 자기의 아이와 같이 키웠다.
이리하여 수년 후에 그 아이는 점점 자라나 지혜롭게 되었다. 그 아이는 실로 신동(神童)이었다. 자기 아이도 도저히 따르지 못할 것을 안 장자의 마음에는 또다시 악념(惡念)이 타오르고 있었다. 머지않아 이 아이에게 당하게 될 것을 생각한 장자는 더 참을 수가 없었다.
아이를 속여서 산속 깊은 죽림(竹林)속으로 들어가 높은 곳에 새끼로 아이를 붙들어 매어 놓았다.
한편, 이 아이는 괴로움에 못 견디어 마구 몸부림쳤다. 다행이 새끼가 끊어져 땅에 떨어졌다.
산속 깊이 나무를 하러 들어왔던 나무꾼이 이상한 아이를 보고,
『신이 떨어뜨린 것이다.』
라고 중얼거리며 데리고 돌아가 소중히 길렀다.
장자의 집에 이 일이 전해지자. 장자의 가슴에는 새로운 회한(悔恨)의 눈물이 솟았다. 사람을 시켜 많은 돈을 주어 그 아이를 다시 찾아 갔다.
좋은 선생을 두고 교육을 시켰다. 타고나기를 잘 타고난 그는 한번 읽으면 곧 알아차리고, 즉시로 모든 예능에 통달했을 뿐 아니라 성격이 온순하고 자비심이 깊고 효심이 두터웠으므로, 사람들은 그 총명함을 칭찬하며 장래를 즐겁게 내다 보았다.
이 아이의 평판이 높아지면 질수록 아버지의 마음은 흉악해지었다. 장자의 성밖, 칠십리길에 한 사람의 대장장이가 있었다. 장자는 그 대장장이의 손을 빌어 그 아이를 죽이려고 하였다.
『옛날 그 아이를 주어서 길렀는데 어쩐지 이 아이가 온 뒤로는 집안에 병인(病人)이 그치는 일이 없고 손해만 보아 재산은 줄어들며 가축은 죽어버리는 형편, 점쟁이에게 점을 쳐 보니 모두 이 아이탓이라고 하니 제발 이 편지를 가지고 가거든 불속에 집어던져 죽여주시오.』
이런 편지를 써가지고는 그 아이를 불러 일렀다.
『너는 이 편지를 가지고 대장간에 갔다 오너라. 나는 나이는 먹어가고 병은 나고 앞으로의 일들이 걱정이 되므로, 가거든 대장간에서 만들어 내오는 돈들을 잘 조사해 놓아라. 그것이 내게 줄 재산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시키는대로 장자의 집을 나섰다.
성밖에서 동생이 친구들과 돌차기를 하며 놀고 있는 것을 만났다.
『형! 나는 지기만 했어 나대신 이겨줘!』
『형은 심부름 가는데?』
『그건 내가 갔다 올게.』
동생은 이렇게 말하고 형의 손에서 편지를 뺏다시피 해가지고는 달려가 버렸다.
대장장이는 편지를 보고 인정 사정도 없이 가엾게 동생을 불속에 던져 넣어 버렸다.
아버지는 그래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회한의 마음이 머리를 치켜 들었다.
하인에게 시켜 뒤를 쫓게 하였다. 성밖에서 돌차기를 하느라고 정신이 없는 형을 보고 집으로 데리고 왔다.
형은 아버지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 했으므로 미쳐 나갈 듯이 놀란 아버지는 말을 달려 동생의 뒤를 쫓았으나 그때에는 동생은 이미 재로 되버린 뒤였다.
하늘에 부르짖고 땅을 치며 통곡해도 돌아오지 않는 아이를 생각하며 아버지는 드디어 중한 병이 들어 몸져 누워버렸다. 그러나 악념은 한층 더 강하게 굳어만 갔다.
대를 안 이어도 좋다 미운 저 아이를 어찌하든 죽여버리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아버지는 다시 악랄한 계략을 꾸몄다.
이 장자는 다른 영지(領地)내에 별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때에 이미 청년이 되어 있던 주워온 아이에게,
『그 영지의 대관(代官)이 연공(年貢)을 속이고 있으니까, 너는 이제부터 그곳에 나가 잘 조사해 보아라. 이 편지는 대관에게 갖다 주어라.』
봉투에 넣어 밀봉한 편지를 청년에게 건네 주었다.
편지 속에는,
『이 청년이 가거든 큰 돌을 허리에 달아서 깊은 늪에 던져 주시오.』
라고 명령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청년은 준마(駿馬)에 채찍질을 하여 길을 서둘러 달렸다. 도중에 아버지와 친한 도사(道士)가 살고 있었으므로 그는 지나는 길에 도사를 찾아 인사를 드렸다.
도사는 나의 존경하는 장자의 아들이 왔다고 친척과 친구들을 모아 그를 환대하였다. 모인 사람들은 이 청년의 총명하고 기지(機智)가 풍부하고 유창(流暢)한 변설(辯舌)로 얘기하는 것에 감탄했다.
마침 도사에게 딸 하나 있어 사물의 길흉(吉凶)과 천문(天文)의 화복(禍福)에 통달하고 있었다. 여독(旅毒)에 지쳐 깊은 잠에 떨어진 그의 허리춤에 괴이한 밀서(密書)가 있는 것을 보고 딸은 몰래 꺼내 읽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이 무슨 무자비한 어버이인가? 이 훌륭한 청년을 죽이려고 하다니?』
딸은 그 편지를 찢어버리고, 새로운 편지를 썼다.
『나는 늙었다. 그 위에 중병으로 앓아누워 내일을 모르는 목숨이다. 도사는 나의 친구이다. 그 사람의 딸은 똑똑하다고 듣고 있으니 부디 이 아이의 아내로 맞이하여, 영지의 주인이 되게 해주오.』
감쪽같이 밀봉하여 주머니에 넣어 허리춤에 꽃아 놓았다.
다음날 아침, 길을 서두른 그는 무사히 영지에게 다다라 아버지의 서한을 내주었다. 대관은 크게 기뻐하여, 예물을 주고 도사의 집을 찾아가 사유를 말했다. 도사 부부는 그가 총명함에 감복하고 있었으므로 즉시로 이 청을 받아들여 성대한 혼례식을 올렸다.
모여드는 구족(九族)의 친척들은 모두 집안의 만세를 축하했다. 이 일의 전말(顚末)은 곧 장자에게 보고 되었다. 이것을 들은 장자는 놀라움과 슬픔으로 병이 한층 더 깊어갔다.
아버지의 병환이 중함을 들은 그는,
『사람의 목숨은 그림자처럼 어제 끊어질지 모른다. 하루를 머뭇거리다가는 아버지를 못 뵈올지도 모른다.』
양일(良日)을 택해서 돌아가는 것이 좋다는 도사의 말도 듣지 않고, 부부 두 사람은 곤두박질 치듯 집으로 돌아가 아버지의 병상을 찾았다.
처음으로 남편의 아버지를 만난 그녀는,
『저는 당신의 딸입니다, 부디 당신의 간호를 시켜 주십시오. 저희들 둘이 찾아온 이상, 정성을 다하여 간호해 드리겠사오니, 안심하고 빨리 전쾌(全快)되시기를 비옵니다.』
구부러지고 또 구부러진 장자의 마음은 마침내 금방은 돌아서지 못했다.
장자는, 이 효자부부의 간호의 보람도 없이 노여움이 더하여 드디어 죽어버리고 말았다.
이것을 전해들은 온 나라의 사람들은 일제히 이 효자 부부의 지성을 높이 칭송했다는 것이다.

동자는 석존, 그 아내는 야쇼다라, 장자는 데바닷다이다.

<六度集經 第四>

연관목차

421/1978
인연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