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왕과 독수리 왕

사자왕과 독수리 왕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본생설화

• 주제 : 본생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대방등대집경

석존께서 사위국(舍衛國)의 기원상사(祇園精舍)엣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說法)하고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깊은 산의 바위집 속에 한 마리의 사자가 살고 있었다.
이 사자는 항상, (나는 모든 짐승의 왕이다. 그래서 나는 모든 짐승을 지켜 줄 힘이 있는 것이다. 나는 자신에게 부여된 사명을 매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책임감을 가졌다.
또 이 깊은 산에는 부부 원숭이가 살고 있어서 어느 때 새끼 원숭이 두 마리를 낳았다.
매일 같은 산과 들을 돌아다니고 있었으므로 원숭이와 사자는 서로 아는 사이가 되었다.
어느 날 부부 원숭이는 사자가 살고 있는 바위 지에 기어올라 왔다.
『날씨가 좋군. 사자왕님, 당신은 항상 모든 짐승들을 보호한다고 말씀하시고 계시나 만약 그 말씀이 진실이라면 우리들의 이 두 마리의 새끼 원숭이를 우리들이 다른 곳에 먹을 것을 구하러 가는 동안 꼭 좀 보호해 주시겠읍니까?』
『그것은 쉬운 일이다. 안심하고 갔다 오라.』
사자왕의 유쾌한 승낙을 받은 원숭이 부부는 새끼 원숭이 두 마리를 사자 왕의 바위 집에 머물러 주고 안심하고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산봉우리를 타고 다른 산으로 갔다.
사자왕은 아들처럼 새끼 원숭이를 잘 어루만지고 위험한 곳에 가지 않도록 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였다.
그로부터 사오일 지난 어느날의 일인데 해가 뉘엿뉘엿 바위 집을 비치고 있으므로 맡긴 새끼 원숭이와 바위 집의 위에 올라 가 햇볕을 쏘이고 즐기고 있다가 사자왕은 그 커다란 몸을 바위 위에 가로 눕혀 졸다가 잠이 들었다.
이때 이 산에 살고 있는 리킨이라고 하는 한 마리의 독수리는 사자가 쿨쿨 코를 골면서 잠자고 있는 것을 공중에서 보고 그 바위에 날아 내려오는가 했으나 작은 원숭이 새끼를 힘껏 그 강한 날개로 사로잡아서 매우 험하고 높은 바위 위로 끌고 갔다.
깊은 잠에서 깨어 보니 곁에 어린 원숭이가 없었다.
어디에 놀러 간 것일까 또는 나무에 올라 간 것일까 하고 둘레의 나무를 보아도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 새끼 원숭이를 잃게 되면 나에게 위탁한 책임이 말이 아니다.)
하고 더 자세히 찾아보니 저 멀리 높고 험한 바위 위에 큰 독수리에게 사로잡혀 있는 것을 발견하고 매우 놀랐다.
(저기까지는 나로서는 올라 갈 수가 없다. 주춤거리고 있으면 어린 원숭이는 독수리의 먹이가 되고 만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매우 고민했다.
(이미 이렇게 된 바에야 독수리에게 부탁해서 새끼 원숭이의 목숨을 살려 달라고 비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하고 생각했다.
『독수리 왕이여, 나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겠나. 사실 그 어린 원숭이는 내가 어미 원숭이로부터 의뢰를 받은 큰일인데 만약 자네 때문에 죽음을 당하면 나는 그 부모 원숭이의 신용을 잃게 될 뿐만 아니라 나는 죽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꼭 좀 새끼 원숭이를 이리로 반환해다오. 평생소원이다.』
『사자왕, 육지에서는 자네만 못하지만 이 높은 하늘에서는 나는 자네가 조금도 두려울 바가 없다.
그렇지만 자네가 꼭 애원한다면 새끼원숭이를 놓아줄 수 없는 것은 아니나 그대가 이 어린 원숭이를 실제로 보호하려고 하면 새끼원숭이 대신 자네의 몸을 나에게 주지 않겠나.』
『그것은 차라리 쉬운 일이다. 새끼 원숭이를 보호하고 내가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 몸을 버리는 것은 마른 풀을 버리는 것과 같다. 이 몸을 아끼면 나는 부모 원숭이에게 거짓말을 한 결과가 된다.
그래서는 나의 행동은 아무것도 안 된다. 기꺼이 이 몸을 드리겠소.』
이와 같이 말하고 사자 왕은 높은 곳에 올라가서 내려 뛰어 몸을 버리려고 했다. 이 사자왕의 진정한 태도를 보고 있던 독수리 왕은,
『만약 남을 위해 몸을 버린다면 그 사람은 곧 무상(無上)의 즐거움을 받을 것이요.
나는 왜 어린 원숭이를 드리지 않겠소, 원하옵건대 대법왕(大法王), 자해(自害)하지 마옵소서.』
하고 급히 가로막아 사자왕의 자살을 못하게 하고 새끼 원숭이를 돌려주었다.
그래서 사자왕은 마침내 이 중대한 책임을 안수할 수가 있었다.

사자왕은 지금의 석존이요, 독수리는 사리불(舍利弗)이요, 두 아들은 아난(阿難)과 라후라이다.

<大方等大集經第十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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