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지키의 유방

곤지키의 유방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본생설화

• 주제 : 본생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은색여경

석존께서 왕사성의 영취산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고 계실 때의 일이다.
렌게왕이 있는 도성(都城)에 곤지키라는 굉장한 미인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곤지키가 볼 일이 있어서 어느 집에 갔더니 한 산부(産婦)가 있는데 이제 갓 태어난 갓난 아이를 손으로 잡아 쥐고 먹으려고 하고 있었다.
그녀는 크게 놀라 그 산부의 손을 붙들고,
『당신은 왜 이런 무서운 짓을 하시려고 합니까?』
이렇게 말하고 말렸다.
그러자 산부는,
『나는 배가 고파 죽을 지경입니다. 내 목숨과 바꿀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갓난 아이를 먹으려고 했다.
그래서 곤지키는 필사적으로 산부의 손을 잡아 누르고 말했다.
『잠깐 기다리십시오. 이 집에는 달리 먹을 것이 없습니까?』
산부는 부끄럽다는 듯이 말했다.
『나는 오랫동안 깍쟁이 짓을 했더니 그 벌을 받아서인지 먹을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읍니다.』
이 말을 듣고 곤지키는 불쌍하게 생각하고,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우리 집에 달려가서 먹을 것을 갖다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산부는 막 죽어가는 목소리로,
『배가 찢어질 것 같습니다. 등뼈가 부러지는 것 같습니다. 눈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당신이 집에 다녀오시기 전에 나는 죽어버리고 말 것입니다.』
산부는 이렇게 말하고 곤지키의 무릎을 붙잡고 사정했다.
이 때문에 그녀는 더욱 불쌍하게 생각하고 어떻게든지 도와주려고 했으나 별 도리가 없었다. 자기가 먹을 것을 가지러 간다면 어린 아이의 목숨은 살릴 수 있지만 그 사이에 이 산부가 굶어죽고 말 것이다. 어떻게 하면 두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그녀는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에 그녀는 무엇인가를 생각해 냈는지 결심을 하고,
『잘 드는 칼은 없습니까?』
『있습니다만, 무얼 하시렵니까.』
산부는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칼이 있는 곳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러자 곤지키는 당장에 칼을 들고 와서 자기의 양쪽 유방을 도려내어 산부에게 주었다. 산부는 정신없이 그것을 먹기 시작했다.
그녀는 산부에게 물었다.
『아직도 부족하십니까?』
그러자 산부는 다 먹고 나서,
『이제 충분합니다.』
그러자 그녀는,
『이 아기는 내가 내 유방을 당신에게 베어주고 대신 얻은 아이입니다. 내가 집에 가서 먹을 것을 가져올 동안 당신에게 맡겨 둘테니 절대로 이 아이를 먹어서는 안 됩니다.』
이렇게 단단히 일러두고 그녀는 피를 흘리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곤지키의 부모 형제들은 이 모습을 보고 크게 놀래고 슬퍼하며 저마다,
『웬 일이냐, 누가 너를 그 꼴로 만들었느냐?』
하고 외치면서 그녀를 둘러 샀다.
『누가 이렇게 한 것이 아닙니다. 내가 내 손으로 한 것입니다.』
그녀는 떠들지 않고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
부모 형제들은 더욱 더 놀라면서,
『왜 그렇게 된거야.』
하면서 곤지키를 뚫어지게 쳐다 보았다.
그녀는 조용히 대답했다.
『부처님의 깨우침을 얻기 위하여 보시를 한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부모 형제들은 겨우 안심하고 또한 감동했다.
그러나 아직은 불안하게 생각하여 그녀에게 말했다.
『후에 후회를 해서는 보시를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너는 참으로 기꺼운 마음으로 유방을 도려냈는가. 그 고통 때문에 지금은 후회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절대로 후회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유방은 옛날 모습으로 부풀어 올라 그전과 조금도 다름없이 되었다.
이 소문은 당장 온 서울 안에 퍼져서 곤지키의 훌륭한 행동을 칭찬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이 소문은 천계(天界)에까지 퍼졌다. 제석천왕(帝釋天王)은 이 소문을 듣고 그 사실을 시험해 보려고 바라문으로 변장을 하고 금주발을 들고 금지팡이를 짚고 렌게왕의 도성으로 내려가 곤지키의 집 앞에 나타나서 대문 밖에서 먹을 것을 동냥했다.
그러자, 그녀는 그 소리를 듣고 음식을 가득 담은 접시를 받들고 집에서 나왔다. 바라문은 그녀에게 말했다.
『나는 먹을 것은 필요가 없다. 다만 너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무슨 말씀이시온지요. 제가 알고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대답해 올리겠습니다만.』
이렇게 그녀가 대답하자 바라문은 물었다.
『너는 두개의 유방을 도려내서 보시를 했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것이 참말인가.』
『참말이옵니다.』
『왜 보시를 했는가.』
『부처님의 깨우침을 얻고자 해서입니다.』
『너는 정말로 기꺼운 마음으로 두 개의 유방을 베었는가. 벤 후에 그 아플 때 몹시 후회하는 마음이 일어나지 않았는가.』
『맹세하여 말씀 드립니다. 기꺼운 마음으로 베었습니다. 절대로 후회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곤지키가 이렇게 말하고 맹세하자 지금까지 여자였던 그녀는 훌륭한 대장부로 바뀌고 말았다.
여러 가지로 구속이 많은 여자의 몸으로부터 자유로운 남자의 몸이 된 그녀는 춤을 추듯이 자기의 행복을 기뻐하였다.
그리고서는 집에만 틀어 박혀 있지 않고 자유롭게 여기 저기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닥치는대로 나무 밑에서 잠을 잤다.
그 무렵 갑자기 렌게왕이 세상을 떠나고 그 뒤를 이을 태자가 없자 대신들은 크게 당황하여 왕위를 이을 사람을 찾아 나서게 되었다.
그때는 굉장히 무더운 날씨였지만 대신들은 분담을 하여 마을에서 마을로 고을에서 고을로 도어에서 도어로 왕자(王者)의 상(相)을 가진 사람을 찾아서 헤맸다.
마침 그녀가 어느 나무 밑에서 잠자고 있을 때였다. 왕자를 찾아 헤매고 있던 한 대신이 심한 더위를 참지 못하여 꽃이 가득 피어 있는 길가의 못에서 목욕을 하고 한숨을 돌리면 무심코 저쪽 기슭을 보니 나무 그늘에서 훌륭한 남자가 잠자고 있다.
보면 볼수록 뛰어난 얼굴은 왕자로서 나무랄데 없는 상을 갖추고 있다. 더욱 이상한 일은 태양은 점점 서쪽으로 기울어 가는데도 나무 그림자는 언제까지나 잠자고 있는 사나이 위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대신은 크게 기뻐하고 이 사람이야말로 렌게왕의 뒤를 이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사나이를 깨워 왕궁으로 데리고가 왕관을 씌우고 왕이 입는 보의(寶衣)를 입혀 왕좌에 앉혔다. 그리고 여러 신하들은 그 밑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
『아무쪼록 왕위에 오르셔서 이 나라를 다스려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그 사나이는 거절했다.
『나는 왕위에 올라 이 나라를 다스릴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여러 신하는 승복을 하지 않았다.
『제발 왕위를 이어 주시옵소서.』
그래서 그 사나이는,
『그렇다면 왕위에 오르겠다. 다만 약속이 있다. 너희들이 십선(十善)의 도를 맹세해서 지킨다면 왕위에 오르겠다.』
『십선의 도를 지킬 것을 맹세하겠사오니 제발 왕위에 올라주십시요.』
이리하여 그 사나이는 왕위에 오르고 모든 백성은 풍요해지고 천하는 태평하게 되었다.
이 왕은 그전의 곤지키이다. 이 왕은 스스로를 곤지키왕이라 칭했다.
곤지키왕은 죽은 다음 다시 렌게왕의 서울 어느 장자(長者)의 집에 태어났다. 그리하여 八세때 시다의 숲속에서 스스로 많은 새들과 짐승들에게 자기의 살을 베풀고 거기서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나서 다시 렌게왕의 서울의 바라문으로 태어나 장성하자 산중으로 들어가 스스로 굶주린 호랑이를 위해서 자기의 육체를 베풀었다고 한다.

이 곤지키는 지금의 석가모니이다.

<銀色女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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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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