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숭이 나라

벌거숭이 나라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본생설화

• 주제 : 본생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육도집경

석존께서 사위국의 기원정사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說法)을 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어떤 곳에 두 형제가 있었다. 한번은, 이 형제가 물건을 사서 벌거숭이 나라에 가 장사를 하려고 했다.
『형님, 복덕(福德)이 두터운 사람은 의식에 부족함이 없습니다만, 천우(天佑)가 엷은 사람들은 그것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 내가 가는 벌거숭이 나라는, 옷도 입지 않는 가엾은 사람들 입니다. 저 나라에는 부처님도 없고 가르침을 전하는 승(僧)도 업는 야만적인 곳입니다.
우리들이 가도 저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해 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고을에 가면 고을행세를 하라는 속담이 있듯이 저 사람들의 풍속을 하고 그 풍습을 흉내내어 말도 낮추어 야만인답게 하고 있는 것이 현명한 마음 가짐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마음이 비뚤어진 형에게는 얌전한 동생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우야, 예의(禮儀)는 바르지 않으면 안되는 법이다. 조금이라도 부족되면 예의가 아니다. 복덕은 하늘이 주신 것이다. 절대로 사양할 필요는 없다. 우리들이 벌거숭이의 나라에 간다고 벌거숭이가 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형님, 옛부터 성자(聖者)는 차림은 가난하더라도 행실에 결(缺)함이 없읍니다. 겉으로는 동(銅)을 꾸리고 안으로는 황금(黃金)을 감춘 채 잠시 예의를 버리고 시세(時勢)에 순응(順應)하면 처음에는 비웃음을 받아도 결국에는 칭찬을 받습니다. 이것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의논이 이루어져 둘은 같이 벌거숭이 나라로 가게 되었다.
『너는 한발 먼저 가 형편을 잘 살펴라. 그런 다음에 내게 사람을 보내라.』
라는 말을 듣고 동생은 먼저 그 나라에 들어가 열흘 남짓하여 사람을 형에게 보냈다.
『반드시 이 나라의 풍속에 따라, 벌거숭이가 되지 않고서는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르겠습니다.』
라는 동생의 기별을 받고 형은 크게 화를 내어,
『사람이 짐승의 흉내는 낼 수 없다. 벌거숭이는 군자(君子)가 하는 짓이 아니다. 동생은 나를 모욕(侮辱)한다.』
이렇게 말하고 형은 수레를 줄지어 위풍당당(威風堂堂)히 끌고 들어갔다.
이 나라에서는, 매달 보름날 밤이 행락(行樂)의 밤이었다. 남녀는 향유(香油)를 칠하고 분을 바르고 목걸이를 하고 손을 잡고 박자에 맞추어 노래 부르고 놀고 다녔다. 동생은 그 사람들과 어울려 같이 즐거워하였으므로 이 나라 사람들은 그 활발함을 기뻐했다. 사람들도 그를 좋아하고 빈객(賓客)을 존중하는 국왕은 삼배의 값을 주고 동생을 썼다.
한편, 형은 이 나라에 들어와 잔소리만 퍼부으며 사람들에 거슬렸으므로 국왕의 노여움을 사고 사람들한테 업신여김을 받아 여럿이 몰려들어 재물을 뺏고 뭇매를 퍼부었다. 동생은 이것을 보고 크게 슬퍼하며, 왕에게 간청하여 겨우 형을 용서받고 같이 본국에 돌아오게 되었다. 동생에게 작별을 아쉬워하며 전송하는 사람들이 길을 채웠으나, 형을 욕하는 소리는 그보다도 더 많았다는 것이다.
막상, 이것을 본 형은 동생의 팔을 잡고, 부끄러움과 노여움에 떨며 말했다.
『너와 그들은 어떤 친분이 있느냐, 나와 너는 어떤 원수이냐? 너는 그들로부터 혜택을 받고 나는 그들로부터 빼앗겼다. 이것은 모두 너의 험담(險談) 때문이다. 이것은 전세부터의 원한이다. 결코 너를 용서치 않겠다.』
형의 막을 수 없는 원한의 말을 듣고 동생은 눈물을 흘려 맹세했다.
『나는 니싱, 불(佛), 법(法), 승(僧)의 삼보(三寶)에 가까이 하고 일체의 은혜에 보답하여 사람들을 제도(濟道)하고 싶어 합니다. 형에게 시중드는 것도 결코 이에 변함이 없습 니다.』
이후부터 형은 항상 동생을 괴롭혔으나, 동생이 형을 생각하는 마음에 변함이 없고, 항상 형을 받들었다. 그때의 동생은 석존, 형은 데바닷다이다.

<六度集經 第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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