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의보살과 구산제불의 본생

견의보살과 구산제불의 본생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본생설화

• 주제 : 본생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불설화수경

한 왕자가 덕명왕불(德明王佛)께 물었다.
「부처님을 뵈오니 부처님의 지혜를 잇기 원해집니다. 어떻게 하여야 최고의 지혜를 얻겠습니까?」
「내 일찌기 간디스강의 모래보다도 더 많은 부처님을 뵙고 간디스강의 모래보다도 더 많은 세월을 지나도록 그 부처님들께 법을 배웠다. 참된 지혜는 방향이 없고 참된 지혜는 머무는 곳도 없다.
일체에 의지하지 말고 평온한 마음으로 집착 없이 보시하라.」
왕자는 이 말씀을 듣고 깊은 신심이 일어나 즐거운 마음으로 말했다.
「세존께서 나의 의심을 끊어 주시고 생사의 길을 피하게 하시고 깊고 맑은 법을 깨우치어 이 몸을 이롭게 해 주셨으니 저는 빨리 도장에 나아가 악업의 올가미를 벗고 불법을 닦고 행하여 한량없는 중생을 건지겠습니다.」
그리고 왕자는 부모님을 하직하고 곧 그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출가하였다.
그 때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악마가 출가를 방해코저 앞에 나타나 말했다.
「그렇게 급히 어디로 가십니까? 세상의 즐거움은 항상 있는 것이 아닙니다.」
「속세의 영화는 참된 영화가 아니다.
일 마땅하지 않다. 불법은 만나기 어렵고 8난은 덜기 힘들며 사람이 되기도 힘들다.」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인생을 헛되이 보내서는 안 됩니다.
만일 인생의 락이 싫다면 그 인생은 인생이 아닙니다.
나기 어려운 세상에 나서 받기 어려운 몸을 받아가지고 헛되이 지내서야 되겠습니까?
왕자님은 이 세상의 향락을 마음껏 누리고도 충분히 불도를 성취할 수 있습니다.」
「아니다. 불도를 성취하는 것은 나 혼자만이 열반에 드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부서진 수레는 갈수 없고 사람은 늙으면 닦기 어렵다.」
「그렇습니다. 왕자님 나도 옛날 구도를 위해 버린 몸이 이렇듯 많았습니다.」
하고 큰 산, 강물에 사람의 뼈와 피가 흐르는 것을 보여 주었다.
모두 그것은 자기가 구도할 때 버린 몸과 피라는 것이었다.
참으로 구도의 길은 고난의 길임을 역역히 보여 주었다.
그러나 왕자는 그 피와 뼈의 산과 강을 보고도 굽히지 않았다.
「다 이것은 구도와 정진 수도를 핑계로 선량한 시주의 청정한 물건만 소비하고 은혜만 진 사람들의 과보임에 틀림없다.
설사수행자가 될지라도 겉모습은 수행자가 되고 마음은 속인이 되어 지킬 것은 지키지 못하고 닦을 것을 닦지 못하고 깨칠 것을 깨치지 못한다면 어찌 저 아귀의 밥이 되지 않고 지옥의 종자가 되지 않으며 축생보의 과보로 시주의 은혜를 보답하는 노동자가 되지 않으리.」
하고
「만일 나의 생각이 그릇되지 않는다면 저 집념마왕의 모습이 한 수행자의 모습으로 변하게 하여 주옵소서.」
하고 기원하였다.
과연 집념마왕은 당장 승의에 발우를 들고 걸식을 나온 수행승과 조금도 다를 이 없이 되었다.
마왕은 당황하여 손에서 발우를 놓으려 해도 놓아지지 않고 가사를 벗으려 해도 가사가 벗어지지 아니하였다. 당황하여 어쩔 줄 모를 때 또 왕자는 기원했다.
「장차 저 마왕이 죽어 날 곳이 미리 나타나 보이소서.」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손에 손에 쇠갈고리와 칼창을 든 옥졸들이 커다란 가마에 기름을 끌이며, 동서로 달려 다녔다. 마왕이 물었다.
「당신들은 무엇하는 사람입니까?」
「장차 집념마왕이 죽어 이 곳에 태어나면 잡아 삶아 먹으려 한다.」
눈을 부릅뜨고 입에서 불이 쏟아져 나오는 한 옥졸의 이 같은 말을 듣고 마왕은 벌벌 떨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왕자가 옥졸에게 물었다.
「집념마왕을 구제하는 길은 없습니까?」
「저 가짜 중 옷을 입고 도인행세를 하는 저 놈이 바른 마음을 먹고 참된 구도자가 되게 하면 됩니다.」
이 말을 들은 마왕은 곧 마음을 돌리어 왕자에게 함께 출가하기를 청했다.
「왕자님 나도 이제 출가를 원합니다. 마왕의 자리도 좋지만 지옥의 고통은 정말로 싫습니다.
하루에도 만 번 살렸다 만 번 죽는 지옥에서 어떻게 저들의 밥 노릇을 한단 말입니까?」
「마왕이여, 착하다. 그러나 출가라 하는 것은 그렇듯 머리만 깍고 가사만 입고 바루만 든다고 되는 것은 아닙니다.
불법문중에는 나나 나의 소유에 집착하거나 또 경계에 대해서 분별을 하는 사람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요.」
「감사합니다. 왕자님 나는 이제 이 옷을 입고 머리를 깍은 채 바루를 가지고 진짜 저 덕명 왕불의 행을 본받겠습니다.」
그리하여 뜻 밖에 왕자는 출가도중 한 마왕을 구제하였다.

그 때의 왕자는 견의보살(努意菩薩)이요, 집념마왕은 구산제불(拘珊提佛)이 되어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하였다.

<佛說華手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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