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왕자의 전생이야기

약한 왕자의 전생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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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 : 본생
• 국가 : 인도

이 전생 이야기는 부처님이 비사리의 근교에 있는 대림의 중각강당에 계실 때, 사나운 태자는 이차에 대해 말씀하실 것이다. 그 때 비사리는 매우 번화한 도시였다.
세 겹의 성벽은 몇리(里)에 뻗쳐 있고 3방에는 장엄한 누각이 솟아 있었다.
그 성 안에는 항상 칠천 칠백 칠인의 국왕이 있어 그 나라를 지배하고 있었다.
또 그와 동격의 태수(太守)와 장군과 부호가 살고 있었다.
그들의 많은 태자 가운데 이차라는 나쁜 태자가 있었다. 그 성질은 실로 사납고 잔인하며 거칠었다.
분노와 해치려는 마음은 언제나 독사처럼 불타고 있었다.
그가 한번 성을 내면 아무도 그 앞에서 이러니 저러니 충고도 하지 못하였다.
그 부모도 친척도 벗도 그를 훈계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므로 그 부모는
「이 태자의 성질은 실로 사납고 거칠다.
그러므로 부처님 이외에는 아무도 그를 지도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하고, 그를 데리고 부처님께 나아가 사뢰었다.
「부처님, 이 태자에게 좋은 교훈을 주십시오.」
부처님은 그 태자에게 말씀하셨다.
「태자여, 사람은 그 마음에 성내거나 사납거나 미워하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친절하지 않은 말은 부모에게도 그 형제자매에게도 아내에게도 친척이나 벗에게도 미움과 불쾌한 감정을 안기는 것이다.
물려고 달려드는 독사처럼, 숲 속에 잠복해 있는 도적처럼, 또 덮치려고, 다가오는 악마처럼, 그 심신이 물듦으로, 다음 세상에는 반드시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현세에 있어서도 잘 성내는 사람은 아무리 그 몸을 아름답게 장식했더라도 그 모습은 추한 것이다.
그 얼굴은 보름달처럼 아름답고 빛나더라도 그 마음은 햇빛에 시든 연꽃처럼 먼지에 덮인 황금 바루처럼 더한 것이다.
그러므로 그 추한 분노로 말미암아 사람들은 날카로운 칼로 스스로를 헤치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현세에서는 마음의 가책을 받고 죽어서는 반드시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해치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현세에서는 마음의 가책을 받고 죽어서는 반드시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그는 혹 인간에 태어나더라도 그날때부터 많은 병을 앓을 것이다.
즉 눈병·귓병등 여러 가지 병이 차례차례로 생길 것이다. 분노를 버리면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므로 일체 중생에 대해 인자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사람은 지옥 등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 태자는 이 설법을 듣자 깊이 회한(悔恨)하고 인자한 마음과 유순한 마음을 내게 되었다.
그는 큰 감격과 부끄러움에 그 얼굴을 바로 듣지 못하였다.
그는 마치 독아(毒牙)를 뽑힌 독사와 같고 가위발이 부러진 게와 같으며 뿔이 부러진 물소와 같이 되었다.
태자의 이 모양을 본 비구들은 법당에 모여,
「법우들 오랫동안 그 부모도 친척도 벗들도 충고하거나 훈계할 수 없었던 저 나쁜 태자 이차를 어쩌면 부처님은 한 설법으로 그 기를 꺾어 참회시킬 수 있을까.
그것은 조상사(調象師)가 여섯 가지 기슭을 다하여 미처 날뛰는 코끼리를 굴복시키는 것과 같았다.
부처님은
「비구여, 조상사의 훈련을 받은 코끼리는 잘 달린다.
혹은 한쪽으로 혹은 앞뒤로 혹은 좌우로 자유로이 걸어 다닌다.
조마사·조우사(調馬師·調牛師)도 이와 같다.
비구여, 여래·응공·등겅각자에 의해 훈련된 사람들은 잘 이끌어진다. 즉 팔방으로 이끌어진다.
그는 빛깔을 빛깔로 보고 나아가서는 그것을 여실히 안다.
이것이 유가행(楡伽行)의 위없는 인법진실의(人法眞實義)라는 것이다.
고 말씀한 것은 실로 부처님에 의해 설명된 인법진실의가 아닌가.」
하며 서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때 부처님은
「비구들이여, 내 한 번 설법에 그가 여진 것은 지금만이 아니요, 전생에도 했다.」
하고 그 과거의 일을 말씀하셨다.

『옛날 범여왕이 바라나시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보살은 서북지방의 어느 바라문 집에 태어났다. 그는 성장하자 득차시라로 가서 유학하여 3베다와 기타의 학예를 배우고 집에 돌아와 잠깐 동안 가정생활을 경영하였다.
그러나 얼마 안 되어 그 아버지를 잃었기 예문에, 출가 득도할 뜻을 품고 출가하여 수행하였다.
그리하여 신통의 힘과 선정의 힘을 얻고 설산에서 숨어살았다.
거기서 얼마 동안 살다가 소금과 기타의 생활필수품을 얻기 위해 다시 세상에 내려와 바라나시로 가서 왕의 동산에서 한 밤을 지냈다.
그 이튿날 그는 선인의 옷을 입고 위의를 단정히 하여 성 안에 들어가, 행걸하다가 마침내 왕성의 문 앞에 이르렀다.
그 때 왕은 높은 누각의 참에 기대어 멀리 바라보고 있다가. 그의 정숙한 작법(作法)과 숭엄한 위의를 보고 감격하여 한참 동안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아아, 저 선인은 실로 그 위의가 성숙하고 마음이 단정 되어 있다.
위엄스러운 모양은 뛰어나고 걸음마다 천금(千金)을 뿌리는 것 같으며 또 사자 왕처럼 위광(威光)을 보이며 걸어간다.
만일 이 세상에 정법을 체득한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실로 저 사람의 가슴 속에 있을 것이다.」
하고, 왕은 그 가신(家臣) 한 사람을 불렀다.
「제하, 무슨 일이십니까.」
가신은 곧 보살(선인) 곁에 가서 공손히 경례하고, 그가 들고 있는 쇠바루에 갑자기 손을 대었다.
보살은 놀라면서
「성자(聖者)님, 국왕님이 부르십니다.」
「나는 설산에 사는 사람이다. 국왕이 나를 아실 턱이 없다.」
하면서 가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가신은 돌아가 그 사정을 왕에게 아뢰었다.
왕은 그 주위에 아무도 마음으로 이야기할 사람이 없었으므로 어떻게 하든 그를 불러 이야기를 하였다. 자신은 다시 가서 보살에게 경례하고 무리로 그를 데리고 왕성으로 왔다.
왕은 보살에게 정성껏 경례하고 하늘 일산을 받들게 하고 황금의 옥좌(玉座)에 그를 앉힌 뒤에, 스스로 수저를 들어 갖가지 맛난 음식을 공양하였다.
그리고 물었다.
「성자님, 지금 어디 계십니까.」
「대왕님, 나는 설산에 있습니다.」
「성자여, 지금부터 어디로 가시렵니까.」
「대왕님, 우기(雨期)의 안거(安居)할 곳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면 성자님, 우리 동산에 머무르십시오.」
하고 간청하였으므로 보살도 기꺼이 승낙하였다.
왕은 곧 음식으로 보살에게 공양하고 동산으로 함께 나갔다.
거기에 향실(香室)을 짓고 밤에 있을 방과 낮에 있을 마루를 만들고 사문에게 필요한 기구를 마련한 뒤에, 동산지기에게 잘 들보라 명령하고 왕성으로 돌아왔다.
그러하여 보살은 얼마 동안 그 동산에서 머무르게 되고 왕도 날마다 하루에 두, 세 번씩 그를 찾아갔다. 그런데 그 왕에게는 나쁜 태자라 불리는 왕자가 있었다.
그 성질은 실로 거칠고 사나와 국왕으로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대신이나 바라문이나 시민들이
「왕자님,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일은 할일이 아닙니다.」
하고 충고하면 그는 더욱 성을 내었으므로 도저히 그 말을 듣게 할 수 없었다.
왕은
「저 유덕한 고행하는 성자가 아니면 아무도 태자를 훈계해 줄 사람은 없으리라.
저이만은 잘 훈계해 주리라.」
고 가만히 생각하고 태자를 데리고 보살에게로 갔다.
「성자님, 이 태자는 성질이 매우 거칠어 성을 잘 냅니다. 우리는 아무도 이 태자를 훈계할 수 없습니다. 부디 선교한 방편으로 지도해 주십시오.」
하고, 태자를 보살에게 맡겨 두고 돌아왔다.
보살은 태자와 함께 동산을 이리 저리 거닐다가, 한 그루 임바나무의 속잎을 보고는 말하였다.
「태자님, 저 나무 싹을 하나 따서 씹어보십시오. 그 맛이 어떤지요.」
태자는 곧 그 싹을 하나 따서 맛이 어떤가 하고 씹어보았다. 그러다가 앗 하고 뱉어 버렸다.
보살은
「태자님, 그 맛이 어떻습니까.」
하고 물었다.
태자는
「성자님, 이 나무는 지독한 독수(毒樹)같습니다.
지금 속잎이 이럴 정도라면 이것이 이대로 자라서는 많은 사람을 죽일 것입니다.」
고 하였다. 보살은 그 잎을 따서 손으로 비벼버리며 다음 게송을 읊었다.

이 나무는 아직 한 잎의 싹
땅에는 네 잎도 나지 않았다
그 싹이 그처럼 독하다면
큰 나무 되면 장차 어떠리.

그 때 보살은 그에게
「태자님, 당신은 지금 이 나무 잎을 씹어보고 이런 싹조차 이런 독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자라면 어떻겠는가 하고 그 잎을 따서 비벼 땅에 던져 버렸습니다.
당신이 이 나무에 대해 일으킨 감각과 같은 감정을 당신은 여러 사람들에게 주고 있지 않습니까.
즉 저 태자는 아직 어리면서도 저렇게 잔인하고 난폭하다.
만일 성장하여 왕이 된다면 어떤 일을 하겠는가.
우리는 저 왕에게 무슨 일을 당할는지 모른다 하고, 왕위를 빼앗고는 저 임바나무 뿌리를 뽑듯 당신을 국외로 쫓아 버릴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 임바나무처럼 되지 말고, 지금부터는 인자한마음으로 관대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하고 훈계하였다. 그 뒤로 그는 보살의 훈계를 명심하여 인자한 마음으로 아주 겸손하고 친절하였다.
부처님은 이 설법을 마친 뒤에
「비구들이여, 저 나쁜 태자 이차가 내 훈계를 받은 것은 지금만이 아니요 전생에도 그러했다.」
하고
「그 때의 그 나쁜 태자는 지금의 저 이차요, 그 왕은 아난다이며 훈계한 선인은 바로 나였다.」
고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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