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손의 출가

천손의 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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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 : 본생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장아함존경

석존께서 사위국(舍衛國)의 기원정사에 계시면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 하실 때의 일이다.
지주왕(地主王)에게는 자비(慈悲)라는 태자가 있었다. 한편, 대신 천손에게는 원만이라는 이름의 아들이 있었다. 지주대왕은 항상 깊은 궁중에서 갖가지 오락에 정신을 잃고 있었다. 그리하여 나라 일은 전부 대신 천손에게 맡겨 두었다.
이 천손 대신은 나라 일을 처리함에 있어 언제나 그 아들 원만과 의논을 한 다음에 결단을 내리고, 또 모든 문제에 대하여 아들의 의견을 듣는 형편이었다. 어느 때, 천손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모든 일을 그에게 맡기고 있던 왕은 이 소리를 듣고 미칠 듯이 놀라고 또 울며 슬퍼하였다. 그리고 그의 슬기를 아까와 하였다. 자비 태자도 아버지 왕과 같이 그의 죽음을 슬퍼하였다. 그러나 아버지 왕만큼 슬퍼하지는 아니하였다.
어느 때, 태자는 대왕에게,
『천손을 잃은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오나, 아무리 마음 아파한들 이제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더욱이 천손의 아들 원만은 총명하고 슬기로움이 뛰어났습니다. 도리어 천손 이상으로 쓸모 있는 인물입니다. 그러하오니, 빨리 그를 불러들여 나라 일을 맡기는 것이 지금에 있어서 가장 현명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왕은 태자의 추천을 받아들여 곧 원만을 불렀다.
『나는 지금 네 아버지가 차지하고 있던 의자를 너에게 주어 정승에 임명하니 나라 일을 잘 보아 주기 바란다.』
왕은 원만에게 나라 일을 맡기고 다시 깊은 궁 안에 틀어박혔다. 원만은 아버지의 생전부터 여러 가지 국정의 중요한 일에 참여하였으므로 아버지가 한 일은 모두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아버지가 미처 못 하던 일에까지 정통했던 점도 있으므로, 그의 명성은 얼마 아니하여 나라 안팎에 퍼져, 온 나라의 백성들은 그를 대천손이라고 일컫기에 이르렀다.
그는 어느 때 생각하였다.
(왕은 이제 늙어서 남은 목숨이 얼마 없을 것이고, 만일의 경우에는 태자에게 왕위를 잇게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어, 왕족 출신은 여섯 대신에게 이 일을 이야기하고, 태자가 왕위에 오르거든 영토를 분양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여섯 대신도 이 일을 태자에게 여쭈었다. 그리고 태자도 여섯 대신의 말대로 즉위하면 국토를 나누어 주기로 약속을 하였다.
그 뒤 얼마 아니하여 지주왕은 병으로 오르자 부왕과 같니 그에게 명하여 국정을 맡아보게 하고 자기는 깊은 궁중에 틀어박혀 오욕의 즐거움에 날 가는 줄을 몰랐다.
그리고 여섯 대신과의 약속이 이행될 기미도 보이지 아니하였으므로, 그 촉진 방안에 대하여 의논하기 위하여 그는 여섯 대신을 찾아갔다.
『그대들은 이전의 약속을 이지고 있지는 않은가. 태자는 즉위한 뒤로 매일 같이 깊은 궁중에서 오욕의 즐거움에 빠지고 있어. 그대들은 왕 앞에 가서,
「왕께서는 즉위하신 뒤 오욕을 즐기고 있사온데, 지난날의 약속을 잊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하고 여쭈어 보는 것이 어떤가.』
이렇게 그에게 재촉을 받고, 여섯 대신은 왕의 앞으로 나아갔다.
『대왕님, 왕께서는 지금 왕위에 오르시어 오욕의 즐거움에 젖어 있사온데, 일찍이 말씀하니 영토 분양의 건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 일이라면 잊어버리지는 않고 있다. 영토는 너희들에게 안 주고 누구를 주겠느냐.』
이렇게 대답함과 동시에 왕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염부제(閻浮提) 땅에 내부는 넓지만 외부는 끝으로 갈수록 좁아져 있다. 이것을 일곱으로 나누려면 그 알을 누구에게 시켜야 좋을까.)
이렇게 생각하니, 결구 대천손 밖에 영토 칠 등분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생각나지 않았다. 이에, 염부제의 명령은 그에게 내렸다. 그는 왕의 영토의 동·면·군·을 모두 평등하게 칠 등분 하였다. 그리고 그 중의 여섯은 여섯 대신에게 나누어 주었다.
왕은 자기의 약속을 이행하였으므로 매우 기뻐하여,
『이 모두가 대천손의 힘이다.』
하고, 재상의 수고를 달래는 것이었다. 또한 여섯 대신들도 각각 영토를 분배 받았으므로 또한 크게 기뻐서,
『우리들의 숙원도 이제 이루어졌다. 이 모두가 대천손의 힘이요.』
왕족의 여섯 대신은 왕위에 오르자 각자의 나라에 정승을 두지 않으면 안 될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누구가 적임자일까. 이 사람 저 사람 물색해 보았으나 우선 대천손 외에는 재상으로서 적당한 인물이 발견되지 않으므로, 여섯 나라의 여섯 사람의 새 왕은 대천손에게 다음과 같이 명령하였다.
『그대는 우리들의 나라에 정승이 되어 우리들의 나라 일을 맡아보아 주게.』
그리하여 그는 여섯 사람의 왕으로부터 여섯 개의 대신의 인장을 받아 여섯 나라의 일을 맡아보게 되었다. 여섯 왕은 그에게 나라 일은 맡겨두고, 자기들의 궁중에서 즐거움을 누리게 되었다. 그 후, 그는 일곱 나라의 국정을 맡아 보았으나, 어느 하나도 지체함이 없이 국정은 원만히 처리 되었다.
그 당시, 나라 안에는 일곱 사람의 대거사(大居士)가 있었는데, 그들 또한 대천손에게 집안일에 대한 지도를 받았다. 또한 7백의 바라문은 대천손으로부터 교수를 받아 불경을 소리를 내어 읽게까지 되었다. 이리하여, 일곱 왕의 그에 대한 신뢰와 존경은 더욱 더하여 그를 신명(神明)과 같이 대우하였다. 또 일곱 거사는 국왕처럼 그를 공경하였다. 또한 七백의 바라문들은 마치 대범천왕(大梵天王)과 같이 그를 존경하였다. 그리하여, 일곱 왕·일곱 거사·七백의 바라문은 정승의 비상한 수완에 경탄을 마지 아니하였다. 그리고, 그가 늘 범천왕과 이야기하고, 기거를 같이하기까지 하는 친선관계를 맺고, 범천왕의 지도를 받고 있음이 틀림없다는 생각을 가지게끔 되었다. 사실인즉 일찍이 한번도 그는 범천왕을 만난 적도 없고, 따라서 서로 이야기도 나누어 본 적도 없으며, 기거를 함께 한 일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마음속으로 일곱 왕과 일곱 거사들의 생각하고 있는 바를 충분히 알고 있었다. 또한 그는 선배에게서 일찍이 다음과 같은 말을 듣고 있었다. 그것은 여름 넉달 동안 사무량(四無量)―사등(四等)·사범행(四梵行) (一) 한없는 자비심 (二) 한없는 괴로움을 없애는 마음 (三) 남의 고락을 함께 하는 마음 (四) 모든 집착을 버리는 마음, 이 네가지 마음은 많은 사람들에게 인연을 주며, 많은 복을 끌어 오면 무량심(無量心)이라 일컫고, 평등하게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하면 등심(等心)이라 부르며, 이것을 닦으면 색계(色界)의 범천에 태어날 수 있으므로 사범행이라 한다―이라는 수행을 하면, 범천왕은 그 수행자에게 내려가 그 수행자를 만나 준다는 것이다.
이것을 생각한 그는 선배가 말한 일의 사실 여부를 알아보기 위하여, 범천왕을 만난다는 호기심도 거들어 사무량의 수행을 하기로 결심하였다.
『대왕님, 나는 여름 넉달 동안 사무량의 수행을 하고자 하오니, 그 동안은 나라일을 친히 처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곱 왕은 그의 이 소원을 쾌히 승낙하였다. 다음으로 그는 일곱 대거사에게도, 7백 바라문에게도 같은 양해를 구하여 뒷걱정도 없어졌으므로, 성 동쪽 조용한 곳에 건물을 짓고 여름 넉달 동안 열심히 사무량의 수행을 하였다. 그러나 범천왕은 내려오지 아니하였다. 이에 그는 선배의 말과 사실이 다를 뿐 아니라, 범천왕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딴 까닭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고민하였다. 그런데 십오야 만월 밤에 상상도 못할 일이 생겼다.
그날 밤, 그는 수행하는 도장(道場)에서 나와 맑은 달빛 아래 빈 땅에 앉아 있었다. 그랬더니, 한줄기 대광명이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는 한편 놀라고 한편 이상히 여기면서 이 광명은 어쩌면 범천왕이 내려오시는 전조가 아닐까 하고 생각할 사이도 없이 범천왕은 동장(童子)의 모습으로 그의 머리 위 공중에 나타났다.
이에 그는 게를 불렀다.

『어떤 하늘의 모습이신가
허공에 계시오면서
사방을 비추는 광명의 모습
마치 불타는 큰 불 같도다.』

그 때, 공중의 동자도 게로써 대답하였다.

『범세(梵世)에 계시는 제천만이
동자를 알아 볼 것이니라.
여남은 사람은 동자들랑
대신(大神)으로 우러르리라.』

그는 이 동자야말로 기다리고 기다리던 범천왕이 분명하다고 확신하였다.

『나에게 구하는 바 있어
깊이 공경의 뜻 품었소이다.
갖은 별이 마련하였사오니,
불쌍히 여기사 들어 주시옵소서.』

동자의 범천왕은,

『천손이여, 그대의 수행이야말로
무엇을 구하려 함이요.
그대의 깊은 정서의 표시
그 공양 즐겁기도 하여라.』

이렇게 대답하고 동시에 동자는 무슨 일이든지 물으라고 덧붙이었다. 그는 먼저 현재의 일을 물어 볼까. 그렇지 않으면 미래의 일을 할까 망설이다가 현재의 일을 뒤로 미루고 미래 저승의 일부터 물어 보려고 일심하였다.

『범천의 동자여, 내 묻노니
나의 의문 풀어지이다.
무엇을 배우고 닦으면
범세에 태어날 수 있으오리.』

동자의 범천왕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인간의 생각 떨쳐 버리고
자비의 마음을 닦고 닦으라.
욕심없고 때묻지 않은 사람은
범세에 태어날 수 능히 있으리.』

이 대답을 얻은 그는, 범천의 동자는 때묻지 말라고 하였는데, 그 때라는 것이 대체 무엇일까. 그가 범천에게 이것을 게로써 물었더니 동자는 대답하였다.

『남을 속이고 시기하고
주제넘은 깨달음 마음에 그득
욕심과 노여움에 사로잡혀
도리어 어둡고 불만이 가득
이것이야말로 세상의 때 이니라.
그대 위하여 내 설법하리니.
이런 때를 떨어버리지 못한다면
범세에 태어날 가망 바이없도다.』

그는 이 게를 듣고 그 더러운 때가 무엇인가를 알았다. 그런데, 속세의 생활에서는 이 더러움을 떨어버릴 도리가 없다. 오직 세상의 모든 지위도 권세도 다 팽개치고 머리를 깎고 법의를 몸에 걸치고 불도에 정진하는 길밖에는 없다. 이렇게 되는 이상 다른 생각을 모두 버리고 출가의 몸이 되려고 결심하였다.
동자의 범천왕은 그의 마음속을 꿰뚫어 보고,

『그대의 마음 씩씩하여라.
그대의 뜻 갸륵하도다.
슬기로운 자의 소행이여
미래의 삶은 범세로다.』

이 게를 말하고 나자 공중의 동자는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는 깊이 결심하고 수행의 도장을 나와 일곱 왕에게로 돌아왔다.
『대왕님, 덕택으로 나는 범천왕을 만나 뵈었습니다. 범천왕으로부터 친히 더러움을 떨어버리라는 가르침을 받았으므로 일체 세상일에서 손을 떼고 출가 수도의 몸이 되려고 합니다. 속세의 생활을 하고 있어서는 범천왕이 말하는 더러움을 떨어버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오니, 나라의 정사는 대왕께서 친히 하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일곱 왕들은 그의 결심과 지망을 듣고 이것을 대단한 큰일이라고 생각하였다. 또한 모든 바라문은 재물에 대한 집착이 대단한 사람들이므로, 왕실의 창고를 열어 바라문 출신인 그에게 마음껏 재물을 주면 출가를 단념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다.
『그대가 원하는 재물은 무엇이든지 다 줄 터이니 출가를 단념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나는 매양 두터운 총애를 받아서 재물은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을 버린 이상 세로 주신다는 재물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러하오니, 나의 소유 재물의 전부를 대왕께 도로 바치고 싶습니다. 원컨대, 출가를 허락해 주시어 나의 소원을 풀어 주시기 바랍니다.』
천손의 이 뜻밖의 말을 들은 왕들은 다시 생각하였다. 원래 바라문들은 여자에 대한 욕망이 대단하다. 재물을 쓸데없다고 하니, 꽃같이 아리따운 궁녀는 모조리 그에게 주어 그의 욕망을 만족시키면, 출가 같은 것을 얼른 단념하리라 생각하고,
『그대가 시녀를 가지고 싶다면 일곱 왕실의 궁녀 전부를 주어도 좋다. 그 대신 출가만은 단념해 주게.』
『나는 매양 두터운 총애을 받아, 이미 내려주신 시녀도 집에 많이 있습니다. 하오나 세상을 버릴 결심이오니, 이 여자들을 모두 자유의 몸으로 만들어 주려고 합니다. 모든 은애(恩愛)에서 떨어져 출가할 것을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범천왕은 나라에 더러움을 버리라고 가르쳐 주었습니다. 속세의 생활을 하고 있어서는 이 더러움을 떼어버릴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대답하는 동시에 그는 자비왕에게, 다음 게를 불러 거듭 탄원하였다.

『왕이어, 들으시라 내 말을
소원은 오직 하나.
재물, 시녀를 내려주신들
지금의 나에게 무슨 소용 있으리.』

자비왕은 또 게로써 대답하였다.
『단특 가능성(檀特迦陵城), 아바후아성
수미사라성, 바라나시성, 이 모두 그대 지은 것,
소원이라면 남김 없이 모조리
그대 위하여 내어 주리니
세상 버리고 집 나가기 그만두고
함께 같이 나라 다스리고자.』
그는 이에 대답하였다.
『오욕의 즐거움 모자람 없이
즐길 마음 이제 없도다.
하늘의 가르침 들은 뒤로는
마음은 이제 집에 없도다.』
자비왕은,
『대천손이여, 세상을 버리고
오욕의 즐거움 벗어 나라고
어느 하늘의 가르침이냐,
대답하라, 나는 듣고 싶도다.』
그는,
『고요한 밤에 나는 혼자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데
때마침 범천왕이 내려오셔서
대광명을 던져 비추면서
내리신 가르침을 들은 뒤부터
나는 세상에 미련 끊었소.』
자비왕은,
『잠깐 기다리라 천손이여,
그러면 나도 함께 출가하리니
그대는 나의 스승일테다.
허공 중에 맑고 또 맑은
유외의 보배 구슬 바라본 듯이
내 마음 깊은 그 속에
참마음 그 속에 반짝이면서
불법 그 속에 차고 넘쳤네.』
그는,
『일체 재천(諸天)도 세상 사람도
오욕의 즐거움을 팽개치고서
마음의 더러움 씻어 버리고
맑은 행실 닦아나 보라.』

이 때, 일곱 국왕은 비로소 그의 굳은 결심과 출가의 참뜻을 알게 되었다. 이에,
『대천손이여, 지금부터 七년 동안만 출가를 연기해 줄 수는 없겠는가. 그리고 그 동안에 마음껏, 실컷, 세상의 오욕을 즐겨 보지 않겠는가. 그리고 나서 우리들도 나라를 버리고, 왕위를 태자에게 물려주고, 그대와 함께 출가하기로 하자. 어때, 七년 동안만 출가를 연기해 주지 않겠는가.』
『왕이여, 세상은 덧없습니다. 사람의 목숨은 내일을 헤아리기가 어렵습니다. 입으로 들고 나는 숨조차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七년동안은 너무 길다고 생각합니다.』
『七년 동안이 너무 길다면, 六년도 좋고 五년도 좋다. 아니, 一년 동안이라도 좋으니 유예해주기 바란다. 그러면, 아까도 말했듯이 그 동안에 마음껏 세상의 즐거움을 맛보고 나서 함께 출가할 수는 없겠는가.』
『세상은 덧없습니다. 사람의 목숨은 내일을 헤아릴 수 없는 것입니다. 一년은 아직도 너무 깁니다. 一년이 무엇입니까, 반년, 아니 한달도 너무 길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이러면 어떠냐. 깊은 궁안에서 조용히 오욕을 채운 다음 왕위를 태자에게 물려주고 그대와 함께 출가하자. 이레 동안이라면 못 기다릴 것도 없겠지.』
『이레라고 말씀하신다면, 그 동안 기다리기로 합시다. 그러나 거듭 말씀 올립니다마는 이레가 지난 뒤에 대왕의 출가가 연기되는 일이 있을 경우에는 나만 출가할 터이오니 미리 양해를 청하여 두기로 하옵니다.』
일곱 국왕의 굳은 약속을 한 뒤에 대천손은 일곱 거사를 찾아갔다.
『대거사여, 각자의 집안일 일체는 자신들이 처리해 주시오. 그 까닭은, 나는 이번에 몸소 범천왕으로부터 세상의 더러움에 대하여 가르침은 받았으므로 그 더러움은 없애버리기 위하여 출가하기로 결심했소.』
『그렇습니까. 그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들도 함께 출가하여 그 더러움을 떨어버리고 싶습니다.』
일곱 거사의 출가 지원을 듣고 다음에 그는 七백 바라문들을 방문하였다. 그리고 출가의 사정을 이야기하였으나 바라문들은 얼른 승복하지 아니하였다.
『대사 천손이여, 출가는 단념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생활은 안락하고 오욕의 즐거움은 마음대로입니다. 더욱이 당신은 많은 사람들의 시중을 받고 이렇다할 걱정도 괴로움도 없을 터입니다. 그와는 반대로 출가한 사람은 쓸쓸한 곳에 외롭게 살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아무런 즐거움도 없고, 가지고 싶어도 아무 것도 손에 들어오는 것은 없습니다. 그런 멋없는 곳에 어떻게 살 수가 있겠습니까.』
세상 살림에 지극히 깊은 집착을 가지고 있는 바라문의 사람들에게 그는 가엾은 생각마저 들었다.
『내가 만일 집에 있는 것을 즐겁게 여기고 출가를 괴로움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출가할 생각을 했을 리가 없습니다. 지금의 나로서는 집에 있는 것은 괴롭고 출가는 즐거운 것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출가하려고 결심한 것입니다.』
七백의 바라문은 그이 대답과 결심에 깊은 감격과 공명을 느끼고 드디어 함께 출가 수도의 몸이 되기로 결심하였다. 그 때, 그에게는 四십인의 부인이 있었다. 그는 이 부인들한테도 양해를 얻지 않으면 안 되므로, 마지막으로 그녀들을 찾아가 출가를 결심한 동기와 목적 등에 대하여 자세한 사정을 이야기하여 앞으로의 생활에 대해서는, 종전대로 이 집에 머물러 살든지 생가로 돌아가든지 마음대로 행동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이었다.
四십인의 부인은 그의 출가가 어쩔 수 없음을 깨달았으므로 별로 새삼스럽게 이러니 저러니 말하지 아니하였다. 그리고
『우리들에게 있어서 당신은 남편인 동시에 또한 아버지 같기도 하였습니다. 설사, 출가는 하시더라도 우리들은 함께 모시고 가고 싶습니다.』
하고 청하였다. 이리하여, 약속한 이레는 지나갔다. 그는 곧 머리를 깎고, 법의를 몸에 걸치고 오랫동안 몸 담아 살던 집도 버리고, 몸을 뜬 구름, 흐르는 물에 맡기어 수행 구법의 나그네 길에 올랐다. 그와 동시에 출가한 사람은 일곱 국왕, 일곱 대거사, 七백의 바라문, 四十인의 부인, 그밖에 너도 나도 하여 따라가기를 지망한 자가 생겨 八만 四천명에 이르렀다. 그는 이 많은 일행들과 함께 여러 나라를 노닐면서 불법을 구하고 불도를 펴서 광대한 이익을 얻었다.

이 이야기의 대천손이란 지금의 석가모니이시다.

<長阿含典尊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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