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안 바라문

악안 바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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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 : 본생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불설월광보음경

석존께서 왕사성의 영취안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셨을 때의 일이다.
그 무렵 북(北)인도에 현석성(賢石城)이라는 큰 성이 있어 거기에 월광왕(月光王)이라는 왕이 살고 있었다.
이 왕의 모습은 극히 엄숙하여 그 몸에서는 달과 같은 광채가 나 눈부실 정도로 번쩍이기 때문에 월광왕이라고 불리었다고 한다.
이 왕은 네 개의 주와 六백八十개의 나라를 다스렸는데 나라를 중요시 하고 있었기 때문에 백성들은 태평하였다.
현석성은 가로 세로 十二유순이나 되는 큰성으로 사방에는 네 개의 문이 있고 문에는 누각이 있었다. 문도 누각의 창도 여러 가지 보석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성안의 도로는 항상 깨끗이 청소되어 있고 깃발이 줄지어 서 있는데 보석의 천막이나 진주 등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또 갖가지 향이 타고 있어 산들바람이 불면 그 향기가 온 성안에 퍼졌다. 이처럼 현석성은 부귀하였고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하루는 월광왕이 성안의 시장과 네 거리와 성문에 금은 동의 진기한 보물 많은 음식과 의복, 칠구와 의약품 등 여러 가지 물건을 산같이 쌓아놓고는 북을 쳐서,
『월광왕이 모든 사람에게 재산을 나눠 준다. 가지고 싶은 사람은 오라.』
고 사방에 보고했다. 그러자 성안의 주민은 물론 인도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현석성에 모여와서 왕의 보시를 받았다. 재산은 적적하여서 빈 손으로 돌아가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월광왕은 만족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백성은 가난하지 않았지만 왕의 부귀에 비하면 너무나도 큰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왕은 최고의 옷과 침구, 음식들은 나누어 주어서 모든 사람들을 왕과 똑같은 부귀를 갖추도록 하였다.
월광왕의 궁전에는 二천백명의 신하와 대월(大月), 지지(持地)라고 하는 두 대신이 왕을 도와주고 있었다. 특히 대월과 지지는 위엄이 있고 덕과 슬기가 있어 만 백성의 스승이라고 존경을 받고 있었다. 하루는 대월이 불길한 꿈을 꾸었다. 그것은 왕이 쓰고 있는 관이 검정색으로 변하더니 귀신이 와서 왕의 머리에서 그 관을 벗겨간 꿈이었다.
그는 꿈에서 깨어나자 크게 걱정하며 생각했다.
『이것은 왕에게 무엇인가 좋지 못한 일이 일어날 징조다. 왕은 자비심이 많다. 무엇을 달라고 해도 그것을 거절한 일이 없다. 이것은 반드시 악인이 와서 왕의 목을 달라고 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는 당당히 칠보(七寶)를 가지고 인간의 머리를 만들고 만약 왕의 목을 달라는 사람이 있으면 그것을 대신 주려고 준비를 했다.
지지도 또한 불길한 꿈을 꾸었다. 그것은 왕의 사지가 갈기갈기 떨어지는 꿈이었다. 그는 곧 바라문을 불러 그 꿈을 점치게 하였다. 그런데 바라문이 말하기를,
『이것은 아주 나쁜 꿈입니다. 반드시 멀리서 사람이 와서 왕의 목을 달라고 할 것입니다.』
그는 이 말을 듣고,
『자비심 많은 월광왕에게 어찌 이러한 재난이 온단 말인가.』
하고 슬퍼하였다
또 다른 대신들도 똑 같이 불길한 꿈을 꾸었다. 그것은 길에 서 있는 깃발이 쓰러지고 북을 쳐도 소리가 나지 않으며 부부와 부모 아이들이 이별을 하고 슬피 우는 꿈이었다. 꿈에서 깨어난 그들은 서로 꿈 이야기를 하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왕에가 만약 불길한 일이 생긴다면 이 나라의 백성들은 누가 구제한단 말인가. 우리는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
이러한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왕은 대신을 모아 놓고 말했다.
『내 수명도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다. 조금도 쉬지 말고 보시를 해주기 바란다.』
그 무렵 향취산(香醉山)에 악안(惡眼)이라는 바라문이 살고 있었다. 총명하여 모든 재주를 갖추고 있었다. 월광왕이 성문에서 보시의 모임을 열고 구하는 자에게는 무엇이든지 거절하지 않고 베풀어준다는 말을 듣고,
『나는 왕의 머리를 얻어와야겠다.』
고 말하고 그는 향취산에서 내려왔다.
향취산에 살고 있는 천인(天人)이 이 바라문이 왕의 머리를 얻으러 갔다는 것을 알고 한탄하기를.
『이 왕은 자비심이 많아 많은 사람들을 기쁘게 하였다. 만일 이 왕이 세상을 떠난다면 얼마나 쓸쓸해 질 것인가.』
하고 말했다.
천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천지는 어둠에 싸이고 달과 해는 모습을 감추었으며, 우물에 물은 마르고 폭풍우가 일어나 흙먼지가 일고 나무가 부러지고 대지가 진동하였다.
그때 현석정 근처에 한 선인이 五백명의 제자와 함께 살고 있었다. 그도 이 뜻밖의 흉조(凶兆)를 보고 슬퍼하였다
『왕의 일신에 화가 온다는 징조다. 우리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이 불행에서 왕을 구해드려야 한다.』
하늘의 천인들도 모두 슬픔의 눈물을 흘리고 전국의 백성들은 두려움에 떨며 왕이 무사하기를 빌었다.
이러는 동안에 그 바라문은 현석성에 가까이 왔다 성을 지키고 있던 천인은 왕 앞에 와서 말했다.
『지금 향취산에서 한 악인이 당신의 머리를 달라고 옵니다만 제발 그 놈의 말을 듣지 마시고 육체를 보전 하십시요.』
왕은 그 말을 듣고 몹시 기뻐하였다.
『이제 나는 보시를 완전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악인 바라문이 성안에 이르자 문지기는 그 흉악한 모습에 겁이 나서 문안으로 들여보내지 않았다. 월광왕은 이것을 알고 대월을 불러서,
『향취산에서 나를 찾아오는 바라문이 있을 것인즉 문지기에게 그 바라문의 입성을 거절해서는 안 된다고 명령해주기 바라오.』
대월은 왕의 명령을 문지기에게 전하여 바라문을 성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대월은 이 바라문을 보고 물었다.
『너는 무엇을 얻고 싶어서 여기에 왔소.』
그러자 바라문은,
『저는 월광왕이 자비심이 많아 구하는 자에게는 무엇이든 거절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왕의 목을 얻으러 왔습니다.』
놀란 대월은 바라문에게 말했다.
『바라문이여, 왕의 머리에는 피와 고름이 있어서 언젠가는 썩어버리고 만다. 그런 것을 얻어가지고 무슨 소용이 되겠소. 나는 칠보로 만들어진 머리를 가지고 있다. 또 여러 가지 금은과 진기한 보물을 가지고 있소, 그것을 모두 줄테니 그걸 가지고 가서 자손 만대의 번영을 누리는 것이 어떻소?』
그러자 바라문은 듣지 않았다.
『저는 왕의 머리가 필요합니다. 다른 보물은 필요 없습니다.』
두 대신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쉴 뿐이었다.
바라문은 왕 앞에 나가 왕의 발밑에 엎드려 절하고 합장하며 말했다.
『듣는 바에 의하면 임금님은 모든 사람에게 보시를 베풀어 주신다고 합니다. 저는 왕의 머리를 얻고자 멀리서 찾아왔습니다. 저에게 임금님의 머리를 주시기 바랍니다.』
바라문은 곁들여서 시를 한 수 지어 올리고 왕에게 부탁했다.
『다시없는 슬기를 구하는 사람이여,
다시없는 법에서 사는 사람이여,
당신의 머리를 버리시고
보시의 덕을 완수하시옵소서.』
월광왕은 일어서서 합장하고 시로써 이에 대답했다.
『보잘것없는 이 머리를,
즐겁게 버리겠나이다.
그대의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나의 깨우침도 열리리로다.』

그리고 나서 월광왕은 덧붙여서 말했다.
『내 이 머리를 싫다고 하지 말아다오. 뼈와 골, 피와 고름, 가죽과 살덩이가 엉켜있어 조금도 깨끗하지는 않소. 이것을 너에게 베풀터이니 너의 소방을 이루어주오.』
바라문은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였다. 왕은 먼저 관을 벗었다. 대월, 지지의 두 재상은 왕이 목숨을 버리는 것을 보고 있을 수 없어, 그 자리서 스스로의 목숨을 끊어버렸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이 착한 마음으로 해서 하늘 나라에 다시 태어났다.
그때 공중에서 야차(野次)가 높은 소리로 소리 질렀다.
『왕의 목숨 이제 끝나려 한다.』
수천만의 백성들은 이 말을 듣고 왕궁으로 달려와 이별을 슬퍼했다. 왕은 이 사람들을 위해서 설법을 하여 모두가 착한 마음을 일으키도록 하였다.
바라문은 왕을 보고,
『임금님, 머리를 주시겠다면 깨끗한 곳에서 주십시오.』
왕은 이 말에 대답하기를,
『나는 마니보장(寶藏)이라는 정원을 가지고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유원(遊園)중에서 가장 훌륭한 곳이다. 거기서 내 머리를 버리려고 하는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좋습니다. 빨리 그곳으로 갑시다.』
하고 바라문은 대답했다.
그래서 왕은 손에 칼을 들고 바라문을 데리고 그 정원으로 갔다.
왕은 정원의 나무 밑에 서서 바라문에게 말했다.
『이게 여기서 내 머리를 버리겠다. 자 내 머리를 베어가십시오.』
그러자 바라문은,
『내가 베어서는 보시가 되지 않습니다. 당신 손으로 베어주십시오.』
이때 정원을 지키고 있던 천인(天人)이 이것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바라문에게,
『이 악마야, 자비심 많은 월광왕의 목숨을 무슨 일로 뺏으려 하는가.』
왕은 이 천인을 달래서 말했다.
『그런 말을 해서 내가 하는 보시를 방해하지 말아주게. 나는 과거 헤아릴 수 없는 오랜 동안 큰 나라의 왕이 되어 이곳에서 천 번 내 목숨을 버렸다. 그때 그것을 방해하는 천인은 하나도 없었다. 또 옛날 굶주린 호랑이를 위해서 목숨을 버린 일도 있지만 그 때도 천인은 방해하지 않았다. 너도 오늘 내가 하려는 일에 기쁨의 눈물을 흘림으로써 깨우침을 얻어다오.』
그리고 모든 천인에게도 말을 했다.
『나는 지금 머리를 버린다. 그렇게 함으로써 전륜성왕(轉輪聖王)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제석천왕(帝釋天王)으로 고쳐 태어나기도 바라지 않는다. 범천왕(梵天王)으로 태어나기도 바라지 않는다. 다만 다시없는 깨우침을 얻고자 하는 것만이 소원이다. 특히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깨우침을 얻도록 하는 것만이 소원이다. 나에게 또 하나의 소원이 있다.
그것은 사람으로 하여금 깨우침을 얻도록 하는 것만이 소원이다. 나에게 또 하나의 소원이 있다. 그것은 내가 죽거든 내 유골을 모아 이 마니보장원에 탑을 예배하게 공양토록 함으로써 깨우침을 얻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다.』
이렇게 서원(誓願)을 하고 나서 왕은 머리카락을 무우수(無優狩)의 가지에 묶고 칼로 자기의 목을 베었다. 그때 대지는 진동하고 하늘에서는 갖가지 연꽃이 비오듯 쏟아졌다. 천인들은 이것을 보고 월광왕을 칭찬하여 마지 않았다.
『월광왕은 이제 부처님이 되었다.』
그리고 향목(香木)으로 그 유해를 태우고 유골을 거두어서 마니원(圓) 및 성안의 네 거리에 탑을 세워서 예배 공양을 그치지 않았다고 한다.

이때의 월광왕은 지금의 석가모니이다. 대월, 지지의 두 재상은 지금의 사리불(舍利弗), 목갈라나이다. 악인 바라문은 데바닷이다.

<佛說月光菩蔭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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