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루다이의 최후

카루다이의 최후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본생설화

• 주제 : 본생
• 국가 : 인도

석존께서 사위국(舍衛國)의 기원정사(祇園精舍)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고 계실 때의 일이다.
음탕하고 세속적인 카루다이라는 중은 마침내 부처의 교화를 받아 아라한(阿羅漢)의 깨달음을 얻게 되었는데, 그는 깨달음을 얻고 나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아직 도를 얻지 못했을 무렵에는 난다(難陀)와 발난다(跋難陀)와 차닉(車匿)과 아세카와 호와나발리 등과 함께 육구비구(六群比丘)라는 별명까지 붙어, 이 사위국(舍衛國)에서 꽤 나쁜 짓을 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폐를 끼쳤다. 이제야말로 이 나라 사람들을 가르치고 인도하여, 옛날 저지른 나쁜 짓에 대한 속죄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그는 열심히 포교를 했기 때문에 사위국 안에서 천에 하나가 모자라는 구백 아흔아홉 집을 교화하였다. 이 구백 구십구라는 수 중에는 남편이 교화되고 아내는 교화되지 않은 집과 아내만이 불도에 들어가고 남편이 이에 반대하는 따위의 집은 들어 있지 않았다. 한집안이 모두 도를 얻은 집안인 것이다.
그 때, 사위성의 한 사람의 바라문이 아내와 함께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카루다이는 동냥을 하러 성안에 들어가 이 바라문의 집안에 섰다. 남편이 외출하고 있었으므로 그 아내는 대문을 닫고 안에서 아침밥을 짓고 있었다.
카루다이는 이 집을 교화하려고 명상에 들어가, 바라문의 아내가 밥을 짓고 있는 부뚜막 앞 흙 속으로부터 나왔다.
그녀는 부뚜막 앞에 불시에 나타난 남루한 거지 중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거지 중은 갓 지은 이 새 밥이 먹고 싶어 여기에 온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 밥은 거저 줄 수는 없다. 공중에서 물구나무를 서 보이면 주리라.」
카루다이는 바라문의 아내가 생각한 대로 공중에서 물구나무를 섰다. 이것을 본 그녀는 흥에 겨워 이렇게 생각하였다.
「눈을 솥 아가리만큼 크게 떠 보이면 이 밥을 주리라.」
이번에도 카루다이는 그녀가 생각하고 있는 대로 눈을 솥 아가리만큼이나 크게 떴다. 이것을 보고 그녀는 생각했다.
「입을 치켜올려 이마에다 갖다 대어보이면 이밥을 주리라.」
카루다이는 역시 그녀가 생각하고 있는 대로 입을 비뚜러지게 치켜올려 이마에다 대었다.
이것을 본 그녀는 더욱 흥이 나서,
「내 앞에서 죽어 보이면 이 밥을 주리라.」
그랬더니, 카루다이는 그녀의 생각대로 그 자리에서 죽어 보였다. 이것을 본 그녀는 놀라서 겁에 질려 새삼스럽게 자기의 장난을 뉘우치고,
「이 중은 훌륭한 사람임이 틀림없다. 파세나디왕(波 匿王)과 말리부인(末利夫人)의 스승임에 틀림 없고, 우리 집에서 이 중이 죽은 것이 왕의 귀에 들어가는 날에는 우리 식구는 다 죽는다. 제발 살아나 주시오. 살아나 주기만 한다면 무슨 소원이든 들어주겠습니다.」
이렇게 애원하였다.
그랬더니, 카루다이는 꿈지락 꿈지락 일어났다. 이것을 본 바라문의 아내는 안심하고 한편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가마 밑의 누룽지나 주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다 된 밥을 휘저어 보았으나, 가마 밑에는 누룽지라고는 하나도 없고, 모두 먹음직한 밥뿐이었다.
그녀가 이 밥을 솥에서 바릿대에 옮겨 담으려하니, 솥의 밥은 저절로 바릿대 안으로 흘러 들어간다. 이 기적을 보고 그녀는 마음이 열리어 깨닫는 바가 있었다.
「이 이상한 중이 오늘 아침 여기 나타난 것을 나에게서 밥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나를 가르치기 위하여 온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그녀는 자기의 지금까지 장난이나 모욕을 깊이 후회하였다.
그녀는 바릿대에 담긴 밥을 카루다이에게 바치고,
『이것을 받아 주십시오.』
하고 원하였다.
그랬더니 중은,
『누이동생이여, 이 밥이 소용없거든 가지고 가서 중들에게 공양해 주지 않겠는가.』
하고 말하였다.
이 바라문의 아내는 타고난 선(善)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카루다이의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며,
『말씀대로 나는 이 밥을 전부 스님께 공양하렵니다. 원컨대 당신도 거들어 이것을 날라주시오.』
『좋소.』
하고 카루다이는 대답했다.
그리하여 밥통을 인 그녀를 데리고 기원정사로 돌아왔다. 딱따기를 쳐서 중들을 모아 그 밥을 모조리 공양하였다.
공양이 끝나자 여러 가지 설법을 하고, 많은 중을 찾아내어 깨우쳐 주고, 성도(聖道)의 첫 걸음에 들어가게 하였다.
진리를 취득한 바라문의 아내는 카루다이의 발에 이마를 대고 절하며,
『나는 오늘부터 부처에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스님에게 귀의합니다. 그리고 한평생 살생하지 않는 계를 지키겠습니다. 원컨대, 나에게 신녀(信女)가 되기를 허락해 주소서.』
이렇게 말하고, 다시 카루다이 발에 이마대어 절하고 돌아갔다.
그녀는 집에 돌아가서 남편 바라문에게 이 전말의 이야기를 하였다.
『오늘 아침 카루다이라는 성자가 와서 여러 가지 신통을 나타내었습니다. 그 인연으로 솥의 밥을 부 처님께 공양하여 그리하려 설법을 듣고 성도의 첫 걸음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당신도 이제부터 가서 가르침을 듣고 오는 것이 어떻겠소.』
바라문도 타고난 선을 지니고 있었으므로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기뻐하였다. 곧 카루다이에게 가서 가르침을 청하였다.
카루다이는 여러 가지 설법을 하고 바라문의 아내와 마찬가지로 나쁜 생각을 버리고 성도에 들어갈 수가 있었다.
그는 카루다이 발에 이마대어 절하고,
『나는 오늘부터 부처에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스님에게 귀의합니다. 그리고 한평생 살생하지 않는 계를 지키겠습니다. 원컨대, 나에게 신사(信士)가 되기를 허락해 주소서.』
이렇게 말하고 다시 카루다이 발에 이마대고 절하고 돌아갔다.
남편이 집에 돌아와 그 아내에게,
『카루다이 성자는 우리 두 사람의 선지식(善知識)이고 우리들의 생사의 헤매임을 끊고 지옥의 문을 닫고, 피안(彼岸)의 세계로 건네 준 위대한 도사이다. 앞으로는 옷이고 음식이고, 앓을 때에는 약이고 필요한 것을 모두 우리들이 공양해 드리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말을 들은 아내는 크게 기뻐하며,
『그렇다면 나는 이제 가서 우리들의 공양을 받아 줍시사고 말씀드리고 오겠어요.』
하고, 아내는 즉시 카루다이에게로 가서 말에 이마대고 절하고 공손히 말했다.
『원컨대, 옷이든 음식이든 약이든 무엇이든 필요하신 물건은 우리집에 와서 가져가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카루다이는 이 소원을 받아들이고, 그리고 필요한 물건은 언제나 그들의 집으로 가지러 가곤 하였다.
이 바라문 부처는 상당히 늙은이였다.
그리하여 점점 죽음으로 가까워져 갔다. 그들 사이에 아들 하나가 있었다. 이 아들을 장가들이고,
그 아들 부부를 불러 부모는 간곡히 당부를 하였다.
『우리 두 사람이 죽은 뒤에도, 너희들은 우리와 같이 카루다이 성자를 공양해야 한다.』
아들 부부는 공손히 그 가르침을 받들 것을 약속하였고, 얼마아니하여 부모는 죽어다. 부모가 죽자 이레만에 바라문의 아들은 갓 빨은 새 옷을 입고 카루다이에게로 가서 정례(頂禮:발에 이마를 대고 절함)하고 말하였다.
『카루다이 성자는 저희들의 부모입니다. 필요하신 옷이든 음식이든 약이든 아무쪼록 저희 집에서 가져 가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리하여, 카루다이는 대가 바뀌었어도 늘 이 집의 공양을 받고 있었다.
어느 때, 바라문의 아들은 용무로 여행에 나가 잠깐 동안 집을 비었다. 이때, 사위성에 5백명의 도둑이 쳐들어와 도처에서 노략질을 하였다. 이 도둑의 우두머리는 아주 잘 생긴 미남 청년이었다.
바라문의 아들의 아내는 그 때 옥상에서 이 도둑의 우두머리를 보고 그에게 반하였다.
그래서 하녀를 보내어 그 도둑에게 자기의 뜻을 이야기하였다.
『누추한 집이지마는 저의 집에 와 주시지 않겠어요.』
도둑은 그 집에 가서 남의 아내와 불륜한 즐거움에 빠졌다.
이때 카루다이는 또 그 집에 가서 전과 같이 음식의 공양을 받고, 손을 씻고 천천히 그 아내에게 설법을 시작하였다. 그 설법은 모두 간음을 경계하는 가르침이었다.
간음하는 자는 지옥에 떨어지고, 계율을 지키는 자는 하늘나라에 태어난다고, 되풀이하여 간음의 무서움을 역설해 보였다. 이것을 듣고 있던 바라문의 아내는 생각하였다.
「이 중은 내가 현재하고 있는 짓을 알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분명하다. 이 중은 남편과는 각별히 친한 사이인데, 만일 내 일을 남편에게 알리면 나는 어떤 죄를 지게 될지 모른다.」
카루다이가 돌아간 뒤에 그녀는 도둑의 우두머리를 불러 꾀었다.
『저 중은 지금 나에게 간음계 만을 들려주고 갔습니다. 틀림없이 우리들의 한 일을 보았다고 생각됩니다. 저 남편과 지금 그 중은 특별히 사이가 좋습니다. 만일에 이 일을 남편에게 이야기하게 되면 나 는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도둑의 우두머리는 이 말을 듣고 물었다.
『그러면 어찌해야 되겠어요.』
바라문의 아내는,
『그 중을 죽여 주시오.』
『아니야, 죽일 수는 없어.』
『왜 못 죽여요.』
『그 스님은 파새나디왕과 말리부인의 스승에 틀림없다. 그런 거룩하신 스님을 죽일 수는 없어.』
그렇게 말하고 도둑의 우두머리는 망설이고 있었으나, 바라문의 아내는 어디까지나 죽이기를 주장하였다.
『지금 여기 불러올 터이니 죽여 버리시오.』
그는 드디어 이 여자의 말대로 따랐다. 바라문의 아내는 카루다이에게 글월을 주어 병으로 고생하고 있으니 와 달라고 거짓말을 해서 불러왔다.
그런 줄은 꿈에도 모르는 카루다이는 식사를 끝내고 옷을 걸치고 바릿대를 들고 이 집에 와서 그녀에게 설법을 하였다. 설법을 끝마치고 돌아가려는데,
『조금만 더 계셔 주십시오. 그리고, 더 가르쳐 주십시오. 당신의 설법을 듣고 병이 조금씩 나아가는 것 같습니다.』
하고 그녀는 청하였다.
카루다이는 그녀가 청하는 대로 다시 설법을 시작하였다. 이리하여, 해가 질 때까지 그녀는 카루다이를 돌려보내지 않았고 해가 진 뒤에 그 도둑의 우두머리는 칼을 들고 카루다이의 뒤로 살금살금 다가와서 머리를 내려쳐 한칼에 그 목숨을 빼앗아 버렸다. 그리고 난 뒤 말똥 밑에 그 시체를 묻어 버렸다.
그 날은 마침 보름날의 설법 일이었다. 딱따기를 쳐서 중들이 모였으나 카루다이 한 사람이 보이지를 않는다. 중들은 이 사실을 석가모니께 여쭈었다.
그 이튿날 석가모니께서는 가사를 걸치고 바릿대를 들고 많은 중들을 데리고 사위성에 들어가 그 바라문의 집까지 오셨다.
그리고 부처의 신통으로 말똥 밑에 묻혀 있던 카루다이의 시체를 꺼내어 땅 위 일곱간쯤 되는 공중에 걸어놓으시었다.
중들은 평상으로 우러러 그것을 받아 영상에 태운 채, 그것을 메고 성을 나가 묘지에 보내어 갖가지 꽃과 향을 바치고, 번개를 둘러치고, 풍악을 울리고, 향유를 뿌리어 화장에 붙이고, 탑을 세워 그 표지로 하였다.
뒤에 이 사건을 안 바새나디왕은 그 바라문의 일족 열여덟 집을 모조리 사형에 처하고, 5백명의 도둑떼를 잡아 모조리 팔다리를 잘라 기원정사 못 속에 버렸다고 한다.

<鼻奈邪 第九>

연관목차

446/1978
카루다이의 최후 지금 읽는 중
인연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