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의 행원

영원의 행원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본생설화

• 주제 : 본생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불설화경

석존께서 사위국의 기원정사에 계시면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실 때의 일이다.
어느날 보덕증상운음등불(普德增上雲音燈佛)이라는 부처가 나타나, 많은 성문(聲聞)과 보살을 인도하고, 숱한 교법(敎法)을 편 일에 대하여 석존께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셨다.
이 보덕증상운음등불이 입멸(入滅)하였을 때, 우주에 산재하는 백억의 세계에 각각 한 사람씩의 대법사를 보내어 하나 하나 부처의 신력(神力)을 가하여, 부처가 죽은 뒤, 八백 천만억 나유타(那由他)라는 길고도 긴 세월 동안, 교법을 퍼뜨리고, 이것이 끊어지지 않게 하도록 계획하였다.
그 때에 이 세계에 배치된 대법사는 정명(正命)이라는 사람이었다. 부처는 그에게 신력을 가하여 그는 부처의 교법에 따라 보살 수행을 하고, 실상(實相)의 이치(理)에 안주하고, 불퇴(不退)의 위치에 도달하게 되었다.
이 부처가 입멸하여 八만억년 뒤의 일이다. 정명법사는 여러 나라를 두루 다니며, 마을에서 마을로 보덕증상운음등불의 무량의 교법을 설법 하였다. 이때 그 세계의 변경(邊境)에 견뢰 라는 성이 있어 그곳에 연수(硏修)라는 거사가 살고 있었다. 그는 젊은 나이에 많은 성을 지배하는 몸이었는데, 어느 날 이런 생각을 하였다.
(어떻게 해서든지 참된 도리를 얻고 싶다. 그리고 이 도리를 많은 사람들에게 닦게 하여 세속의 업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다.)
그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하늘로부터 소리가 흘러와 이르기를,
『연수거사야, 보덕증상운음등불이라는 부처가 세상에 나타났었으나 이제는 이미 입멸하시었다.』
그는 부처의 이름을 듣고 기뻐했으나 이미 죽었다는 소리를 듣고 슬퍼 울었다.
그랬더니 하늘에서 또 소리가 흘러와서 그에게 묻기를,
『연수거사야, 너는 왜 처음에 기뻐하고 뒤에 슬퍼하느냐.』
그는 대답하였다.
『나는 부처가 세상에 나타났다고 해서 기뻐했으나, 돌아가셨다는 소리에 슬퍼 울고 있습니다.』
하늘의 소리는 다시 말하였다.
『연수거사야, 슬퍼 울 것 없다. 보덕증상운음등불이 입멸할 때에 스스로 신력을 가하여 정명이라는 한 법사를 이 세상에 보내시었다. 그는 이 부처의 교법을 낱낱이 받아 가지고 있다.』
그는 하늘에게 물었다.
『정명법사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하늘은 대답하였다.
『연수거사야, 정명법사는 지금 여기서 동쪽 三백 六십리 저쪽에 있는 가비라(迦毘羅)성에 계신다.』
그는 하늘로부터 이 소리를 듣자 그 이튿날 아침에 八십억짜리 보물인 구슬목걸이를 들고, 숱한 일족들과 함께 정명법사를 찾아서 카필라성으로 출발하였다. 그는 카필라성에 이르러 법사를 만났다.
법사는 그에게 설법하여 말하기를,
『많은 사람들의 의문을 끊고 많은 사람을 기쁘게 하며, 모든 보살의 선근을 잘 모으는 것을 대승(大乘)의 경(經)이라 한다.』
거사는 설법을 듣고 크게 기뻐하여, 가지고 온 보물 목걸이를 법사에게 바치고 또 몸소 법사의 시중을 들며 공양을 하였다.
이리하여, 그는 이 대승경을 써서 베끼고, 받아서 가지고, 읽어서 외우고 닦아서 행하고 싶어, 六십억년 동안 법사를 따라 진심으로 공경하고 공양하였으나 맨 처음에 단 한번 설법해 주었을 뿐, 그 뒤에는 암만 물어 보아도 아무런 설법도 해 주지를 아니하였다. 물론 써서 베끼고, 받아서 가지고, 읽어서 외우는 일은 어림도 없었다.
그러나 거사는 아무리 법사가 매정하게 대하여도, 조금도 구도의 마음은 버리지 않고 욕심도 원망도 번뇌도 일으키지 않고, 낮에도 밤에도 자지 않고, 언제나 법사의 문밖에 서서 대법(大法)의 가르침을 기다렸다.
이 때 상구변(上求辯)이라는 악마가 이 광경을 보고 연수거사의 구도심을 파괴해 주려고, 정명법사의 몸을 변화시켜 한 예쁜 여자를 데리고 거사의 눈앞에 나타나, 눈뜨고 볼 수 없는 추잡한 짓을 보였다.
그리고 악마는 거사에게 말하였다.
『네 스승을 보아라. 항상 스스로 부처 같은 지혜를 가지며 바다와 같은 학문을 지녔다는 너의 스승의 저꼴을 보았느냐. 사람들에게 깨끗한 계(戒)를 가지라고 가르치면서 자기는 그런 계를 깨뜨리고 있지 않은가. 남에겐 범행(梵行)을 닦으라고 하면서 스스로는 범행을 깨뜨리고 있지 않느냐, 사람들에게는 깊고 맑은 법을 행하라고 가르치면서 자기 스스로는 추잡한 짓을 하고 있다. 이런 사람일랑 저버려라.
두 번 다시 스승으로 존경하지 마라. 너는 맑은 계를 지내고 속세의 욕망을 떨어버리고 일심전력 부처의 지혜를 구하고 있다. 너야말로 저 법사보다 나은 이런 덕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저런 사나이를 스승으로 존경할 수가 있겠느냐.』
거사는 눈앞에 곡두(幻)로서의 법사의 추잡한 행위를 보고, 귀 속에 법사를 헐뜯는 악마의 속삭임을 들었으나, 그가 집에 있을 때에 공중에서 흘러오는 법사를 찬양하는 하늘의 소리가 생각나서 악마의 유혹을 물리쳤다.
그리고 그는 생각하였다.
(내가 집에 있을 때에 하늘은 나에게 다음과 같이 일러 주었다.
「보덕증상운음등불은 세상에 나타나시었다가 이미 돌아가셨다. 그리고 죽을 때에 이 세상에 정명법사를 남겨 두고, 부처의 신력을 가하여 그 간직한 법을 전하게 하시었다. 이 법사야말로 저 부처의 법을 가지는 사람이다. 가서 이 사람에게 법을 구하여라.」하고,
나는 이 하늘의 소리를 듣고 매우 기뻐하여 곧 정명법사를 찾아갔다. 법사는 그 때에 나에게 보살의 경법(經法)을 설법하여 인도해 주시었다. 나는 매우 기뻐서 공양을 바치고 몸소 시중을 들고 모시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법사를 참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법사는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과 같은 것은 절대로 안 하시리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악마가 하는 짓이고, 왜냐하면, 부처의 수호를 받고, 부처의 신력을 받는 이가 어떻게 이런 짓을 하실 수 있겠는가, 그럴 리가 없다. 이것은 반드시 악마의 짓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법사가 말씀하신 법 가운데 이러한 일은 절대로 없었다.
그런 법사가 어떻게 이런 짓을 하시겠는가. 나는 지금 눈 앞에 나타난 한 쌍의 남녀의 모습을 잘 관찰해 보자. 내가 이 눈앞의 허깨비의 모습을 가지고 진실이라고 생각한다면 모든 악은 거기에서 생겨난다. 왜냐하면, 일체의 죄업은 눈앞의 모습에 집착하는 억상 분별(億想分別)애소 생기기 때문이다. 내가 만일 지금 보이는 이 모습에 따라 법사를 업신여기고 천하게 여긴다면 부처나 부처의 가르침도 업신여기지 않으면 아니된다.
왜냐하면, 이 법사는 보덕증상운음등불의 신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맹세를 한다. 만일에 이 법사가 저 부처의 신력을 받고 있다면, 또 만일에 내가 진정 깊이 법을 구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추잡한 꼴은 당장에 없어질 것이다.)
그는 공손히 합장하고 염불을 하였다. 그랬더니 지금까지 나타나 있던 추잡한 남녀의 모습은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는 악마가 나타낸 이 곡수가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내가 이렇듯 한마음 한 뜻으로 법을 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사가 나에게 한 마디도 설법해 주시지 않는 것은 내가 악마에 지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나의 숙세(宿世)의 죄업에 지펴 있기 때문이다. 결코 법사께서 설법을 안 해 주시는 것이 아니고, 이제부터는 한층 더 정진하여 모든 악마를 떨어 버리고 숙세(宿世)의 죄업을 없애 버리고 큰 법이 열리 때를 기다리자.)
그는 더욱 더 법사를 공경하고 시중들어 모시기를 게을리 하지 아니하였다. 거사는 이렇게 법사를 공양하기 六십억년, 그리고도 한마디의 법도 듣지 못한 채 죽어 버리었다.
이 세계에서 목숨을 바친 연수거사는 무쟁(無諍)이라는 하늘 세계의 어느 국왕의 집에 태어났다. 이 세계에는 그때 대견(大肩)이라는 부처가 있어, 九십六억의 성문중(聲聞衆)을 지도하고 계시었다.
연수거사는 이 세계에 태어났을 때 하늘은 그에게 다음과 같이 알려 주었다.
『네가 과거 세계에서 한 마음 한 뜻으로 법을 구한 인연에 의하여 이 세계에 태어나는 과보를 얻은 것이다.』
그는 이 소리를 듣고 생각하였다.
(만일, 그러하다면 나는 지금의 세계에서도 법을 구할 것이다.)
나서 천년 뒤에 그는 대견불한테로 출가하였다. 그는 본래의 행원(行願)과 부처의 신력에 의하여 자기의 과거를 낱낱이 알 수가 있었으며, 부처가 깨우친 법을 모두 다 받아 가지고 범행(梵行)을 닦고, 중생을 교화하였다.
그는 여기에서 목숨을 마치고, 그 다음에 생을 받아 수미견불(須彌肩佛)을 만나 일곱 살 때에 출가하여 본래의 행원과 부처의 신력으로 대견불에게서 들은 법을 낱낱이 마음속에 굳게 다져 잊지 않고, 또 수미견불이 깨우친 법을 모두 받아 가지고, 범행을 닦고, 중생을 교화하였다.
이렇게 바꾸어 태어난 중에 六백천만억 나유타(那由陀)의 부처를 만나, 그들이 깨우친 법을 모조리 받아서 가지고, 읽어서 외우고, 풀어서 설명하고, 닦아서 행하였다.
이리하여 연수 보살은 바다와 같이 허공과 같이 깊고 넓고, 맑고 자재로운 지혜를 얻게 되었다.

이 연수거사란 정광불(錠光佛)의 전신이다.
(佛說華經第六)

연관목차

435/1978
영원의 행원 지금 읽는 중
인연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