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동자의 살코기

선생동자의 살코기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본생설화

• 주제 : 본생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보음본생론

석존께서 왕사성의 영취산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설법하셨을 때의 일이다.
그 무렵 인도의 토큐샤시라는 큰 나라에 데바라는 왕이 있었다. 이 왕에게 열 사람의 왕자가 있어서 각각 한 나라씩을 다스리고 있었다. 그중 제일 작은 나라를 다스리던 왕자를 선주(善住)라고 하는데 나라도 편안하고 백성도 부유하였다.
그런데, 그 이웃나라에 라고라는 나쁜 왕은 선주국(善住國)이 부유하다는 것을 부러워 한 나머지 쳐들어왔다. 선주국왕도 힘을 다하여 싸웠지만 워낙 군대의 수효가 모자라 비참한 패배를 당하여 나라를 버리고 부왕(父王)의 나라 토큐샤시라로 도망가기로 했다.
그때 이 왕에게 선생(善生)이라는 일곱 살이 된 귀여운 사내아이가 하나 있었다. 왕과 그 부인은 이 아이를 데리고 난군(亂軍)속을 빠져나와 국경 밖으로 나갔다. 여기에서 부왕(父王)의 나라까지는 七일이나 걸리는 길이었다. 그 사이에는 광야뿐이어서 음식을 구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七일분의 식량을 가지고 그 광야에 발을 들여 놓았다.
그러나 도중에서 길을 잃어 七일이 지났는데도 부왕(父王)의 국경에까지는 나서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에 식량은 다 떨어지고 말았다. 그대로 두었다가는 그들 세 사람은 굶어죽을 도리밖에 없었다.
(세 사람이 다 같이 죽을 것은 없다. 세 사람 중 누군가 한 사람이 죽고 나머지 두 사람은 살아야 한다.) 하고 선주왕(善住王)은 생각하고 부인이 아들의 손을 잡고 가는 것을 뒤에서 칼을 빼고 베려고 하였다.
이때 선생은 놀래어 부왕에게 말했다.
『어머니를 죽여서는 안됩니다. 저를 죽여 주십시오. 아들이 어머니의 살코기를 먹고 목숨을 부지한다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제 살코기를 양식으로 삼아 주십시오.』
이렇게 말하고 어머니에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왕은 칼을 거두고 눈물을 흘렸다. 선생은 계속해서 왕에게 말했다.
『제 살을 베어서 양식으로 삼아 주십시오. 나를 죽여 버리면 고기가 당장에 썩어 버릴테니 죽이지 말고 조금씩 살을 떼어 먹어서 목숨을 이어 주십시오.』
그러나 부모는 도저히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어떻게 귀여운 아들의 살을 베어 먹을 수가 있겠는가.』
아버지는 이렇게 말하고 선생의 소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생은 이것을 보고 당장에 칼을 뽑아 자기의 살을 도려내고 무릎을 꿇어 부모에게 바쳤다. 왕과 부인은 이 광경에 놀래어 잠시 비통한 슬픔에 잠겨 있었지만 결국은 사랑하는 아들의 뜻을 받아들여 그 고기를 먹었다. 이렇게 하여 수일 동안은 슬픔과 굶주림의 여행이 계속되었다. 선생동자의 살은 거의 없어지고 말았다. 다만 뼈와 관절의 사이에 약간이 살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부모는 그것을 도려내어 앞으로의 양식으로 삼고 뼈만 남은 선생동자를 눈물을 머금고 광야의 한가운데 버리고 발길을 재촉했다.
뼈만 남아 버림받은 선생은 마음 속으로 빌었다.
『부모님, 제발 편안히 본국에 돌아가 주십시오. 그리고 저는 자신을 희생한 공덕으로 저승에서 부처님의 깨우침을 얻을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이렇게 기도하자 천지는 감격해서 진동하였고, 천상의 사람들은 감탄한 나머지 눈물을 비처럼 흘렸다.
이 때 제석천왕은 선생동자의 마음을 시험해 보려고 한 마리의 늑대로 둔갑하여 그를 잡아먹으려고 했다.
선생은 조금도 겁내지 않고,
『이제 뼈밖에 남아 있지 않지만 이 굶주린 늑대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자.』
이렇게 결심하고 기꺼이 몸을 내던졌다. 제석천은 이 모습을 보고 늑대의 모습에서 제 모습으로 돌아가 왕자를 찬양하면서 말했다.
『자기 살을 베어 부모의 목숨을 부지케 하였다는 것은 세상에도 드문 효도이다. 무엇이든 소원이 있으면 나에게 말하시오.』
그러자 선생은,
『달리 소원은 없습니다만 부처님의 깨우침을 얻고자 합니다.』
제석천은 또 물었다.
『네 몸을 보니 살은 하나도 없고 뼈만 남아 아주 처참한 모습이다. 그렇게 까지 되었는데도 너는 부모를 원망하지 않는가.』
그러자 선생은,
『털끝만큼도 원망하지 않습니다. 만약 미래에 부처님이 된다면 그 증거로서 저를 옛날 모습으로 되돌려 주십시오.』
하고 말하자 뼈만 남았던 선생의 몸에 살이 붙고 가죽이 붙어 순식간에 옛날의 귀여운 모습으로 돌아갔다.
선생동자란 지금의 석가모니이다. 선주왕은 슛도다나왕, 왕의 부인은 마야부인이다.

<菩蔭本生 論第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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