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란분재가 생긴 인연

우란분재가 생긴 인연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인연설화

• 주제 : 인연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목련경

우란분은 해도현(解倒懸),구도현(救倒懸)의 뜻으로 거꾸로 매달린 고통을 구제한다는 뜻이고 우란분재(盂蘭盆齋)는 그러한 고통을 구제하기 위하여 행해지는 재이다.
우란분재는 대재 스님들의 여름 안거가 끝나는 7월 15일 백종일에 지내게 되어 있다.
원래 백종은 농부들이 봄부터 여름까지 일하고 7월 15일에 당해서 비로소 발을 씻고 깨끗한 발로 하루를 쉬게 된다 하여 흰백자(白), 발뒤꿈치 종자(踵), 백종이라 일러왔는데 불교에서는 이날 백 가지 음식을 마련하여 고통 속에 빠져있는 혼백을 구제하는 날이라 하여, 백종(百種)이라 하고 또 그 날은 모든 스님들이 3개월 동안 공부한 결과를 대중 앞에 고백하는 날이라 하여 백중(白衆)이라 이르기도 하였다.
우란분재의 유래는 부처님 제자 목건련으로부터 시작된다. 목건련의 본래 이름은 구율타이었다.
아버지는 부상이고 어머니는 청제부인, 일찍이 아버지를 잃고 그의 유산을 받들어 어머니를 모시고 있었는데 날이 갈수록 생산은 적고 소비가 많아 아버지의 유산을 지켜가기 어려웠다.
그래서 그는 생각 끝에 그의 재산을 모두 3분하여 일부는 어머니와 종들의 생활비로 드리고 일부는 아버지의 혼을 위한 기도비로 책정하고 또 일부는 자기가 가지고 장사밑천을 삼았다.
그는 무역차향지국으로 떠나면서,
「어머니, 그동안 고생이 많으시겠지만 아버지의 명복을 위해 분배된 재산은 조금도 허비하지 마시고 제가 집에 돌아올 때까지 매일 500명씩의 스님들(브라만교 승려)를 청하여 기도해 주십시오.」
하고 그는 오직 몸 종 한사람만 데리고 길을 떠났다.
콜리타는 3년동안 생각 밖의 돈을 벌었다.
그래 어머니 생각을 하고 바리바리 돈을 싣고 짐으로 돌아오면서 한발을 옮겨 뛸 때마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하고 어머니가 계신 고향을 향해 예배하였다.
그런데 콜리타가 거의 성중에 다달았을 때 어떤 농부가 보고 물었다.
「그대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절을 하고 가는가?」
「어머니에게 감사하는 것입니다.」
「여보게 콜리타, 그런 소릴랑 작작하게, 자네가 집을 떠난 후로 그 요망한 청제부인은 아버지를 위해 재를 지내기는커녕 매일같이 주지육림(酒池肉林)에 오만 잡것들을 불러놓고 어떻게 야단들을 해쌌는지 동네가 시끄러워 견디지 못할 지경일세.」
하고 한 농부가 일러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콜리타는 곧 몸종 익이를 시켜 집안 사정을 알아보게 하는 한편 자기는 그 자리에 엎드려 머리를 들고 땅을 치며 울었다.
과연 종 익이가 그의 집에 도착했을 때 집안은 엉망진창이었다.
밥을 빌려온 소사들이 문지기의 방망이에 얻어맞아 쓰러져있고 집안에서는 개돼지 잡는 소리가 멀리까지 들려왔다.
청제부인이 문지기 금지의 안내로 들어간 종 익이를 보고 당황해 주저앉았다.
「내 아들이 여기 왔느냐?」
「아닙니다. 아직 오진 않았어도 여기 오고 계십니다.」
「야, 이것 큰일났구나, 어찌하면 좋을까.」
당황한 청제부인을 보고 옆에 앉았던 젊은 사람이 부인의 귀에 입을 대고 무어라고 속삭인다.
부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비로소 한숨을 내쉬면서 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익이를 불렀다.
「네가 평생 편히 먹고 살 돈과 금을 줄터이니 네 주인에게 전혀 이런 말을 입밖에 내지 말라.」
익이는 처음에는 거절하고 돌아섰으나 금과 돈을 보고 나서는 마음이 달라졌다.
「나가 적당히 꾸며대 볼 터이니 집안청소나 잘 시키십시오.」
사람들은 급히 도량을 청소하고 오색 당번을 내걸었으며, 놀러온 유객들은 금새 바라문교의 중으로 변하여 경을 읽고 염불을 외우고 기도하였다.
얼마 후 종 익이가 부인 청제와 함께 콜리타 앞에 나타났다.
「사랑하는 아들아, 이 어찌된 일이냐? 어떤 사람이 그런 못된 말로 사람을 모략하여 내 아들의 정기를 이렇게 빠뜨리게 하였다는 말이냐?」
하고 손목을 잡고 회우의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콜리타는 말이 없었다.
종 익이가 앞으로 다가서면서 말했다.
「주인마님, 그 농부의 말은 백지 거짓말이었어요. 어머니는 날마다 목욕재계하고 수많은 스님들을 모셔다가 500명재를 지내고 있던데요―이제 곧 가보시면 알지 않겠어요?」
「사실이냐?」
「사실이고 말고가 있느냐? 네가 가보면알 수가 있을 터이니―」
하고 어머니 청제부인은 그의 앞에서 맹세했다
「내가 만일 너에게 거짓말을 한다면 오늘부터 일주일안에 죽어 무간지옥에 떨어져 도현(倒懸)의 고통을 면하지 못하리라.」
어머니의 맹세를 들은 콜리타는 그 때야 일어서서 어머니에게 사과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과연 집은 말끔히 청소되어 있었고, 스님들은 베다경전을 읽고 브라만의 명호를 부르면서 아버지를 위해 기도하고 있었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제가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어머니의 마음을 괴롭혀 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런 소리 하지 말라. 내가 매일 500승재를 지내느라고 동네 인심을 잘 살피지 못한 것이 큰 병통이있구나―」
이렇게 아들 콜리타를 달래고 위안하던 청제부인은 며칠 후 돌연히 어머니가 아프다고 쓰러지면서,
「콜리타야, 나,나좀 살려다오.」하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참으로 괴이한 일이었다. 콜리타는 곧 의사를 불러 진찰하고 약을 써 보았으나 헛일이었다.
하는 수 없이 초상을 치고 산자야라고 하는 유명한 스승을 찾아갔다.
그는
「사람이 선정과 고행을 닦으면 그 공덕으로 삼세 선망부모가 다 즐거운 천당(喜樂天)에 왕생 할 수 있다」 고 믿고 있었다.」
「네가 너의 어머니를 구제하고자 한다면 모든 소유를 우리 교단에 바치고 선정과 고행을 닦아 저 하늘(神=브라만)에 경배가보라. 그리하면 그 신은 너를 위해 어머니를 그 곳으로 끌어올릴 것이다.」
콜리타는 믿었다. 그리고 그의 모든 소유를 모두 그의 교단에 바쳤다.
그러나 날이 가고 달이 가고 해가 가도 공부는 별로 나아지는 것 같지 않고 신도 볼 수 없었다.
콜리타는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어머니를 구제할 수 있을까.」
하고 있을 때, 마침 그와 같이 공부를 하고 있던 우파티사(優波帝須)가 성중에 나갔다 오더니,
「오늘 나는 훌륭한 스승을 만났다. 나와 같이 그에게 가지 않으련?」
하였다.
그는 곧 행구를 챙겨가지고 그 훌륭한 스승이 있다는 곳을 찾았다.
그 곳이 바로 왕사성 대숲절(竹林精舍)이었다.
그 절은 마가다국 빔비사라왕이 직접 지어 바친 절이다.
깊은 산, 맑은 물, 대나무 숲사이에 노란가사를 입은 수많은 스님들이 거룩한 성자를 에워싸고 법문을 듣고 있었다.
정수리에 살상투가 나고, 눈썹 사이에는 흰털(白毫)이 났으며, 긴 눈썹, 검푸른눈을 한 그 성자의 몸에서는 밝은 빛이 솟아나고 있었다.
콜리타는 전후 사정을 이야기하고 구원을 청하였다.
「거룩하신 성자이시여, 저는 일찍이 아버지 어머니를 여의고 마음 둘 곳을 몰라 허덕이다가 지금 6사외도의 한 사람인 산쟈야를 스승으로 하고 있으나 배움이 높고 뛰어나지 못해 고민하고 있나이다.
바른 길을 인도하여 미련한 마음을 헤치게 해주시옵고 또 불쌍하신 저의 어머니를 구제하게 해주십시오.」
하고 간청하였다. 부처님은 곧 제자들을 시켜 머리를 깎게 하였다.
그리고 그의 이름을 구율타 우파티사에서 목건련 사리불이라 고쳐주었다.
「불법을 닦는 데는 별로 신통한 방법이 없다. 여덟 가지의 바른 길(八正道)을 걸어가되 거문고 줄이 너무 늦어지지도 않고, 너무 조여지지도 않는 것같이 하라.」
목건련은 부처님의 말씀을 귀담아 듣고 기사굴 산중에 있는 빔비사라원으로 들어가 자성을 관하고 33천을 관하기 며칠이 못되어 큰 신통력을 얻고 화락천(化樂天)에 올라가 아버지의 복락을 친견하였다.
그러나 온 시방을 다 더듬어 보아도 그의 어머니가 거처하는 곳만은 알아볼 수 없었다.
목건련이 첫날 어머님의 죄 값이 무거운 것을 생각하고 다시 지옥세계를 윤회하면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며 찾고 다녔었다.
한 곳에 이르니 구척장군이 날쌘 칼날을 가지고 먼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목건련이 신통력으로 그 수문장의 눈을 피해 열두 대문을 들어가니 넓은 청사 좌우에 10대명왕이 앉아 있고, 장군 사자 졸병이 앞뒤를 꽉 둘러섰는데, 자리 한가운데 업경대(業鏡臺)가 놓여 있었다.
한 죄인이 마면우두(馬面牛頭)의 졸이에게 붙들려 업경대 위에 나타나니,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늙어 죽을 때까지 몸과 입과 뜻으로 지은 모든 업장이 활동사진 돌아가듯 나타났다.
거짓과 위선이 드러날 때마다
「그래도 거짓말할테냐? 이놈아, 염라국에 업경대가 무엇 때문에 생긴 줄 아느냐?」
하고 호통을 쳤다.
죄인은 뜨거운 쇠철판위에서 펄펄 뛰면서 용서해 달라고 흑흑 흐느껴 울었다.
목건련이 이 같은 광경을 보고 사지를 움츠리고 갈 길을 망설이자 한 대왕이 자리에서 일어나 읍하고, 「어떻게 이 험악한 곳을 찾아오셨나이까?」
하고 물었다.
목건련이 생면부지(生面不知)라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하다가 대왕 앞에 절하고,
「그대는 뉘이신데 저를 알아보시나이까?」
「내 비록 염라국의 주민으로 선악인과를 재판하는 판관 노릇을 하고는 있으나, 종종 사바세계에 나아가 부처님의 거룩하신 법문을 경청하나이다.
수개월 전 존자께서 관골외도(觀骨外道=해골을 두들기며 점친 사람)의 말을 듣고 염라국에 돈전불사를 하고10대명왕을 풀어 먹일 때도 내 그대의 정성에 감화하여 어머니의 명단이 이 곳에 없음을 현몽한 바 있습니다.」
하였다.
목건련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어머니의 죄고를 생각하면서 우박 같은 눈물을 비 오듯 쏟아 내렸다.
「부끄럽습니다. 대왕님」
「내 존자의 효성으로 보아서는 지옥문전을 낱낱이 살피면서 어머니의 거처를 찾아드리고 싶으나 국토의 경제가 분명하고 말은 바 임무가 전혀 달라 함께 동행하지 못함을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였다.
목건련이 염라국을 하직하고 넓은 벌판을 한참 걸어오다가 횡경나무 사이에 두 여인을 매달아 놓고 매로 치고 쇠로 지지는 광경을 보았다.
눈이 붉게 충혈되고 코끝이 빨갛게 달아오른 중년 남자가 갈지자(之) 걸음으로 네 활개를 쭉 펴고 걸어가다가 비명에 젖은 그 여인들을 보고,
「오호, 김마담 잘 만났소」
하고 그들을 다짜고짜 껴안자, 금방 사람이 불기둥으로 변하여 연기가 불꽃일 듯 하였다.
마담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천길 만길 뛰고 또 뛰는데 어떤 남자들이 두홉병, 네홉병, 한되병, 대두통에 꾸정물을 한껏 기울이며,
「술 맛좀 보아라, 술 맛―」
하고 희롱한다.
속이 타고, 가슴이 찢어질듯 부풀어 오른 마담들은 두 손을 움켜쥐고 빗방울처럼 떨어지는 꾸정물을 받아 마시니입에 들어갈 때까지 술로 보이던 물이 금방철환으로 변하여 몸이 타서 잿더미가 되었다.
목건련이 옥주에게 묻기를
「저들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저런 고통을 받습니까?」
하니, 옥주 가로되,
「술과 색으로 뭇 남성들을 놀리고 홀려서 가산을 탕진케 하고, 가정불화를 일으키고, 육친을 괴롭혔으며, 사회도덕을 문란케 한 죄입니다.」
하고 손가락으로 또 다른 곳을 가리켰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남녀들이 한데 모여 이리 두치고 저리 두친다.
어떤 사람은 미친 사람같이 헛소리를 하고 욕찌검을 하며, 어떤 사람은 아편중독자 모양으로 정신을 잃고 멍하니 누웠으며, 어떤 사람은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어떤 사람은 띠를 벗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데 선녀 같은 옥졸들이 수 십명 나와서 술을 따르고 안주를 주어 먹고 마시기만 하면 술은 변해서 불이되고 안주는 변해서 철환이 되어 온통 불바다가 되고 아비규환의 비성이 천지를 진동하였다.
옥주가 목건련을 보고,
「잘 먹으면 약이요, 못 먹으면 미치는 약이라. 술로 인해 지은 죄가 이 지옥을 이루었고 저들의 과보를 초래한 것이니 불쌍하고 가련하지 않소?」
하고 혀를 툭툭 찼다.
목건련이 다시 발걸음을 옮겨 어둡고 깊은 옥 속으로 들어가니 푸른 강물이 바다를 이루고 지나가는데 강가 다리 난간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한 번만 더 생각해 보십시오. 집에서는 어린 자식들이 울고 있습니다.」
이러한 글귀를 보고 우두커니 섰다가 다시 돌아가는 사람도 있었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볼 겨를도 없이 수건으로 눈을 가리고 물 속으로 풍덩 떨어져갔다.
강가 후미진 언덕 길 밑에선 한 사나이가 권총을 가슴에 대고 쏘아 죽고, 어떤 사람은 칼로 자기 창자를 후비며, 또 어떤 사람들은 술에 양잿물, 쥐약 등을 타 먹었으며, 또 어떤 사람들은 잠자는 약을 먹고, 나뭇가지에 목을 매고, 낭떠러지에서 떨어지고 해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방법과 수단으로 죽어가는데 이와 같이 약을 먹고, 목을 매고, 칼로 찌르고, 총으로 쏘아 죽으면 그것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몸을 비틀고 피를 토하고 소리를 지르며 몸부림을 치다가 죽어갔다.
그러나 그것은 한 번 그렇게 죽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드라큐라와 같이 이빨에 드러나고 눈이 무섭게 생긴 사자가 파초 잎파리와 같이 생긴 부채를 들고 몇 번 부치면 죽었던 사람들이 다시 살아나 또 똑같은 방법으로 죽기를 한없이 계속하였다.
그 지옥의 이름은 자살지옥이었다.
전생에 지은 죄를 은폐하기 위해서, 현생에 받은 과보를 도피하기 위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죽어간 사람들이 그러한 지옥을 만들어 그러한 고통을 받고 있었다.
자작자수(自作自受)라, 누가 지어 주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짓고 스스로 받는 것이 업과죄생(業果罪生)이었다.
목건련이 또한 다리를 건너 다른 옥사(獄舍)로 들어가니 소머리에 개 얼굴을 한 사람, 양다리에 닭머리를 가진 사람들이 솥을 걸고 불을 때는데 가마솥 속에서는 기름 국이 펄펄 끓고 있었다.
목건련이 무서운 생각이 왈칵 들어 눈을 감고 섰다가 떠보니 토끼 머리에 개다리를 한 무리들이 사람을 지게에 매달아 놓고 껍데기를 벗기고 각을 뜨기도 하고, 불로 끄을려 물에 씻기도 하고, 매로 쳐 골을 빼고 창자를 내기도 하며, 기름 국에 넣었다가 찬물에 담그기도 하고, 찬물에 담구었다가 숫 불에 구워먹기도 하는데, 그 뛰고 소리하고 몸부림치는 꼴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었다.
목건련이 정신이 망연하여 길을 잃고 방황하다가 큰 옥사가 높은 산을 이루고 있는데 수 천, 수 만의 죄인들이 그 안에 꽉 차 있었다.
주리고 헐벗은 죄인들은 밥을 찾고 물을 부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가 서로 잡아 먹고 잡혀 먹혀 마치 나찰귀(羅刹鬼)의 세상과도 같았다.
낮 열두시가 되니 주린 호랑이와 사자 삵괭이 여우 등이 쏜살같이 달려오니 사람들은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다가 서로 밟고 밟혀 죽었으며, 남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잡혀 먹혀 흐르는 피가 도랑을 흐르듯 하였다.
목건련이 옥주를 뵙고 물으니,
「제 목숨 중한 줄 알면서도 남의 목숨은 아까운 생각이 없이 함부로 죽인 자들과 죽이게 한 자들 올시다. 그러나 저렇게 죽고 죽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저 같은 죽음을 하루에 만번을 거듭하다가 마지막 번에는 저희들끼리 쇠스랑으로 찍고, 삼발이로 꿰며, 방망이로 치고, 맷돌로 갈며 하늘에서는 불비(火雨)가 내리고 땅에서는 불물(火水)이 솟아 머리를 두고 발붙일 곳이 없답니다.」
하였다.
목건련이 다리가 아파 큰 바위 위에서 잠깐 쉬고 앉았는데, 어디서 콜리타님 콜리타님 하고 부르는 소리가 났다.
사방을 바라보니 발아래 바위틈 사이에서 옛날 몸종 익이가 모가지만 빠끔히 내놓고 목건련을 애타게 불렀다. 한편 반갑고, 한편 놀라,
「아니, 네 어찌하여 이런 곳에 와 있느냐?」
물었다.
「콜리타님, 용서하십시오. 그리고 저를 좀 살려주십시오. 다시는 그런 짓 않겠습니다.」
「다시는 그런 짓 않는다니, 네가 무슨 짓을 했다는 말이냐?」
「한 입으로 두 말을 하여 콜리타님을 속이고, 어머니에게 받은 돈으로 종년들과 놀아나다 비명에 명을 마치니 내 온 곳이 여기입니다.」
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옥졸이 빨갛게 단 쇠갈구쟁이로 익이의 혀를 기고 갱이로 파되 숨이 끊어진 뒤에야 겨우 그 형을 마치었다.
그러나 얼마 있다가 익이는 또 살아나 옛날을 회고하였다.
「그 때가 좋았습니다. 콜리타님과 향지국에서 장사할 때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콜리타님이 저를 먼저 보내지 않았습니까?
그 길가의 농부의 말을 듣고― 그래 집을 가보았더니 그 농부의 말이 꼭 맞더군요.
그래서 그냥 나오려 하니까 어머니께서 황금 3천냥을 가지고 나와 통사정을 하시지 않겠습니까?
그래 결국 콜리타님에게는 그런 거짓말을 하게 됐으며, 나는 그 돈으로 콜리타님이 출가한 이후 수많은 여인네들을 사모으고 매일같이 돌려가며 방아를 찧었었지오―
그러나 제가 오늘날 그 죄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차마 누가 그런 짓을 하였겠습니까?
나가시거든 제발 저의 마누라에게 이 소식을 전하시고 아무쪼록 이 불쌍한 종을 구원해 주십시오.』
하고 사정하였다.
그러나 인정으로 보아서는 당장에라도 죄를 대신 받고 그를 잠깐이라도 쉬게 하고 싶으나 죄를 짓고 벌을 받음이 엄연하여 그도 어찌할 수 없었다.
그래 나가면 이 소식을 부인에게 알리고 어떻게 하든 부처님께 사뢰어서 이 무서운 지옥고를 구제해 줄 것을 약속하고 그는 길을 떠났다.
목건련이 여러 곳을 다니다가 할례를 이별하고 그 너래바위를 내려오니 할례의 아래 몸뚱아리에는 혀가 두 쪽으로 난 독사와 뱀들이 무서운 독기를 내뿜으며 칭칭 감고 혀를 널름거리고 있었다.
목건련이 다시 그로부터 천개의 사닥다리를 타고 더욱 길고 음친한 곳에 다다르니 황금노적이 길가에 즐비한데 옥졸들이 죄인들을 큰 수레에 채워 채찍하고 있었다.
힘이 자라지 않아 쓰러져 넘어지면 옥졸들이 몰려와서 그를 잡아다 수레 위에 얹어 놓고 쇠톱으로 손과 발을 짜르고, 또 어떤 사람은 정으로 눈깔을 파서 수레바퀴에 깔아 뭉겠다.
쓱쓱하는 톱소리며, 눈알이 굴러터지는 소리를 들으니 경락(經絡)이 온통 자지지는 것 같아 목건련은 귀를 막고 눈을 아래쪽으로 내려었다.
그런데 또 그 아래 천야만야(千也萬也)한 낭떠러지에는 더 큰 옥사가 있고 그 집에는 네 개의 큰 문이 있었으며, 가운데는 피고름물이 흐르는 강이 있었다.
옥졸들이 커다란 쇠곤장을 하늘에 닿게 올렸다가 내려치면 동쪽 문이 열리고 또 그렇게 올려치면 서쪽 문이 열리는데 남쪽 북쪽의 두 문도 그러하였다.
문이 열리면 배는 항아리만 하고 목구멍은 바늘귀만한 죄수들이 머리를 산발하고 피골이 상접한 채 발가벗은 몸으로 이리 뛰고 저리 뛰는데 몸에서는 땀이 비오듯하고, 등에서는 김이 뭉게구름 일듯 하였다.
얼마 아니되어 흐르는 땀이 바다를 이루고 솟은 김이 안개를 이루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캄캄하였다.
목마르고 주린 죄인들이 먼저 죽어간 죄인들의 뼈다귀를 혀로 핥고 입으로 빨다가 동문에서 서문으로 흐르는 피바다에 이르러 고름물을 마시려 하니 그도 또한 불이 되어 그 속에 들어간 죄인들은 하나도 남음없이 뼈만 앙상히 남고 말았다.
목건련이 그들의 광경을 애닯게 바라보다가 옥주에게 물으니,
「전생에 선영 박대하고, 간탐으로 자기 집 재물을 삼아 나누어 먹을 줄 몰랐으며, 다생에 도둑질과 노략질로 재산을 모은 죄인들인데, 그래도 그 가운데 죄목이 가벼운 자들만이 이 곳에 모여 있다.」하였다.
목건련이 이 아귀지옥을 거쳐 음사지옥으로 들어가니 아름다운 음녀 음남들이 물결처럼 움직였으며, 어떤 여인이 목련의 손을 잡고
「놀다가세오」
「자고 가세요」
「쉬어 가세요」
하고 갖은 애교를 다 떨었다.
처음에는 한 두 사람이 그러하여 간신히 몸을 빼치고 나왔으나 나중에는 어떻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그러는지 마침내 그는 정신을 잃고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한참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부처님을 향해 구원을 청하였더니, 그 때 수십 명의 옥졸들이 목건련을 잡고 몸을 당기고 옷을 벗기고 만지고 핥던 그놈들을 한꺼번에 잡아다가 쇠말뚝에 묶어 놓고 동채 방아로 음부를 찧고 짓이기다가 기진맥진하니 네 마리의 말을 두 팔과 다리에 달아 채찍을 내려쳤다.
사람의 몸은 금방 산산조각이 나고 날아다니는 새들과 기어다니는 짐승들이 미친 듯이 주어 먹고 달아났다.
그들은 음부 음녀로 남편 있는 계집, 아내 있는 남편들을 유혹하여 가정불화를 일으키고 사회 도덕을 문란시킨 죄인들이라 하였다.
그 곳에서 십 만년동안 고통을 받다가 형기가 다하면 다시 다른 곳으로 옮겨 형기가 다할 때까지 고생을 하게 되는데, 그렇게 고생을 하면서도 뉘우칠 생각을 하지 못하는 까닭에 장차 인간이나 천상에 태어나더라도 좋은 남편과 좋은 아내, 좋은 부모 자식을 만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목건련이 이렇듯 여러 지옥을 돌아다니다가 몸이 지치고 피곤하여 더 나아갈 기력을 잃고 잠시 넓은 분지에 앉아 잠이 들었다.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 없었으나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 눈을 떠보니 어머님의 가련한 비명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았다.
목건련은 미친 듯이 어머니를 불렀다.
「어머니― , 어머니― 」
그러나 산천은 울려 메아리를 이루고 그 메아리는 또 한없는 메아리를 울리며 그 세상 밖에까지 울려퍼졌지만 종내 어머니는 대답이 없었다.
이 소리를 들고 나타난 것은 머리에 뿔이 난 우두마면의 옥졸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목건련을 보지 못했는지 서로 사방을 바라보며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그 때 알 수 없는 한 사문(沙門)이 나타났다.
이름은 지장(也藏), 18세에 어머니를 잃고 어머니를 위해 기도하다가 그 어머니가 지옥 속에 고생하는 광경을 목도하고 그 꽃다운 청춘을 불사른 채 중이 되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그는 이 지옥문전을 회전하면서, 하루속히 모든 죄악으로부터 벗어나 참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자유인이 되기를 기도하고 있었다.
「스님―, 어떻게 여기를?」
「― ― ―」
목건련은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하도 존자의 효심이 지극하여 여기 와보았습니다. 당신이 어머니를 만나 뵈려 하신다면 사바세계에 나아가 부처님에게 구조를 청하십시오. 당신의 힘만으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합니다.」
「스님은―?」
「나야 저 중생이 이 괴로움을 다할 때까지 여기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참으로 거룩하신 성자이었다.
목건련은 지장보살을 하직하고 곧 부처님께 나타나 전후 사정을 소상히 아뢰었다.
부처님은 그의 효심에 감복하시며, 가사와 바루와 석장을 주시었다.
가사를 입고 석장을 들고 또 바루에는 감로수를 가득 떠가지고 대아비지옥 문전에 이르러 법장을 세 번 내려쳤다.
천정 같던 장벽이 우르르 무너지면서 지옥문이 열렸다.
성도 같고 산도 같은 높은 언덕위에서 네 마리의 동견(銅犬)이 입에서 불무더기를 내뿜으며 위아래로 오르내렸고, 아래서는 쇠 뱀과 철개가 불을 토하며 동서로 쫓아다녔다.
목건련이 아무리 목을 빼들고 사방을 돌아보아도 인적이라곤 전혀 없었다.
다시 석장을 내려치니 이젠 그 철문이 부서지고 속에서 옥졸들이 몰려나왔다.
그 위엄한 상호, 괴이한 옷차림에는 그들도 이상함을 느꼈는지 감히 손을 대지 못하고 사감으로 물러섰다.
얼마 있다가 한 사졸이한 귀왕을 데리고 왔다.
그 이름은 무독귀왕(無毒鬼王) 이었다.
「귀하는 누구요?」
「나는 사바세계 석가 부처님의 제자입니다.」
「무엇을 구해 이 곳에 오셨습니까?」
「어머니를 위해 왔습니다.」
「어머니가 누구십니까?」
「왕사성 부상 장자의 부인 청제부인입니다.」
「당신의 이름은?」
「목건련입니다.」
서사가 기록한 문서를 가지고 들어간 무독귀왕은 청제부인을 불렀다.
「청제야, 네 아들 중에 목건련이 있느냐?」
「콜리타는 있어도 목건련은 없습니다.」
무독귀왕은 밖으로 나와,
「청제부인은 여기 있어도 당신의 어머니는 아닙니다.」
「아― 대왕님, 제가 집에 있을 때의 이름은 콜리타였습니다.」
하마터면 기적의 상봉도 물위의 거품이 되고 말 뻔했다.
이 때 옥주가 다시 죄인에게 일렀다.
「여기 네 아들이 왔으니 나와 만나보라.」
옥주의 명이 끝나자 초조히 기다리는 목건련존자 앞에 보기에도 흉칙한 옥졸이 거꾸로 매달린 청제부인을 삼발 쇠스랑에 가슴팍을 끼어 내던졌다.
얼굴은 검게 타고, 머리는 산발하고, 슬픈 눈물이 뼈를 깎고 내려 흘렀다.

「어머니―」
하고 불렀으나 그는 대답할 줄 몰랐다.
「아― 콜리타, 내 사랑하는 자식, 그러나 그는 이미 부처님의 제자가 되어 어머니의 죄악을 손바닥 위의 구슬처럼 꿰뚫어보는 사문이 되었구나―.」
이렇게 속으로 되뇌일뿐 말을 하지 못했다.
혀가 타고 말라있었기 때문이다.
목건련이 가지고 간 감로수를 신통력으로 더욱 청량(淸凉)하게 하여가지고 어머니께 드렸다.
그는 미친 듯이 마셨다. 이 얼마나 달고 시원한 물인가?
그는 이제까지 <이 문중에 들어온 이후로>한 번도 마셔보지 못했던 물이다.
그는 한없이 물을 찾았다.
목건련은 어머니가 요구하는 대로 물을 떠서 배불리 대접했다.
「사랑하는 아들아, 광겁장도에 다시는 만날 길이 없는 줄 알았더니― 참으로 부처님의 신통력은 신통하구나―」
하고 그는 또 울음을 터뜨렸다.
「어머니, 진정하세요.」
목건련은 그 부드러운 손으로 어머니의 앙상한 손, 칼과 칼끝 사이에서 이미 몽드라져 조막손이 되어버린 가련한 어머님의 손을 잡고 함께 울었다.
「시간이 다 됐습니다.」
옥졸이 재촉했다.
「현명하신 옥주님, 아무쪼록 이 어머니의 고통을 제가 대신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하고 목건련은 애원했다.
그러나 옥주는 말했다.
「그 마음은 갸륵하나 인과는 털끝만큼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사바세계에 나가시거든 부처님께 여쭈어 방편을 얻어 보십시오.」
하였다.
다시 옥졸들이 그 무서운 칼끝으로 어머니의 등어리를 찍어 공중으로 날렸다.
그 지옥은 문이 없는 지옥이라 무간(無間)지옥이었다.
죽 을 때 업풍(業風)에 쓸려 공중으로 떨어져 공중에 거꾸로 매달려 가지가지 고통을 받는 무서운 지옥이었다.
목건련은 곧 왕사성 대숲절에 이르러 부처님께 사뢰고 어떻게든지 어머니의 고통을 구하지 않고는 아니되겠다고 간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너의 어머니는 워낙 죄업이 지중하여 한두 사람의 힘으로서는 구원할 수 없다.
7월 15일 여름 안거가 끝나는 날, 여러 스님들의 법력을 가자하여 구제토록 하라.」
하셨다.
그때 그는 생전에 계시던 어머님의 가산을 정리하여 대대적으로 우란분재를 지내고 스님들을 대접했다. 그 공덕으로 그 어머니는 물론, 어머니와 함께 지옥속에서 고통받던 여러 많은 중생들이 한날, 한시에 고를 여의고 낙을 얻으니, 바로 우란분재의 유래가 여기서부터 연유된 것이다.

<목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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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