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나 왕의 인연

카피나 왕의 인연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인연설화

• 주제 : 인연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찬집백연경

부처님께서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실 때, 그 남방에 금지국의 카치나왕이 아들을 낳으니, 아이의 뼈마디가 굵고 큰 힘이 있었는가 하면, 그가 출생하던 날 1만8천에 달하는 대신의 아들아이가 역시 함께 출생함과 동시에 그들과 다 큰 힘이 있었다.
그 뒤 왕자가 점점 장대하여 죽은 부왕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르자 곧 같은 날 출생한 대신의 아들 1만 8천명을 불러 그들에게 다 대신의 지위를 주어 함께 국사를 다스리기 시작했는데,
어느 때 카피나왕이 그 여러 신하들과 함께 사냥을 나아가 유회하던 끝에 신하들에게 물었다.
『지금 이 세간에 나처럼 큰 힘을 가진 이가 또 어디 있느냐.』
『듣건대 저 도하(都下)에 또 어떤 국왕이 있으니 그가 바로 프라세나짓왕이라 합니다.』
그때에 카비나왕이 상객의 말을 듣고 곧 진심을 내어 그 왕에게 서신을 보냈다.
『앞으로 7일 이내에 그대가 시종들을 거느리고 나의 국토에 와서 조배(朝拜)하고 문안 인사를 드려야 한다.』
그 때에 프라세나짓왕은 사신의 말을 듣고 매우 황급할 뿐, 아무런 계책이 없어서 곧 부처님께 나아가 사뢰니 부처님께서 곧 프라세나짓왕에게 대답하셨다.
『왕은 조금도 겁내지 말고 다만 그 사신에게 다음과 같이 말해 보내오.』
『잘못 왔습니다. 나는 소왕이고 진짜 대왕은 가까운 기원에 계시니, 그대가 이제 거기에 가서 그대의 왕명을 전달하시오.』
그 때에 프라세나짓 왕은 부처님의 지시하신 그대로 사신에게 전달하고, 한편 부처님께선 전륜성왕의 몸으로 화작하여 마우드갈라나(目健運)로 하여금 전병신을 삼아 군중들을 거느리고 온 기운을 둘러싸며, 사방 주변인 일곱 겹의 구덩이를 만들고 7보의 나무를 마주 줄지어 두는 동시, 그 구덩이 속에 마다 갖가지 한량없는 연꽃을 심어 찬란한 광명을 온 성내에 비추게 하고는,
대왕의 위의를 갖춰 전상(殿上)에 앉아 계시매 그 모습이 매우 겁나고도 존엄하였는데,
이 때 바로 저 사신이 와서 보고 놀램과 두려움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가 생각하기를,
「우리 임금께서 부질없이 화(禍)를 불러일으켰구나. 그렇지만 할 수 없다.」
하고서 곧 왕의 친서를 받들어 올렸던 바, 때에 변화한 왕이 그 친서를 받아 사신에게 타일렀다.
『나는 사역(四域)을 다 통치하는 대왕이다. 네가 이제 돌아가서 나의 명령을 이렇게 전달하라.
「나의 이 친서를 받는 그날부터 빨리 와서 문안을 드릴지니, 누워서 나의 음성을 들으면 곧 일어나 앉아야 하고 앉아서 나의 음성을 들으면 곧 일어서야 하고 일어서서 나의 음성을 들으면 곧 길을 건너야 되리라 그래서 7일 이내에 시종을 거느리고 나에게 와서 조배해야지, 만약 이 명령을 어길 때엔 그 죄를 용서하지 않겠노라.」 하더라고.』

이에 사신이 본국으로 돌아가 앞의 사실을 갖추어 저 왕에게 보고하니,
왕은 이 말을 듣고 매우 후회한 나머지 곧 3만 6천 신하들을 불러 모아 행장을 엄숙케 하여 대왕에게 조배하러 오면서도 한편 의심이 들어서 바로 접견하지 않고 먼저 한 사신을 보내 대왕에게 아뢰었다.
『제가 영솔하는 3딴 6천 소왕들을 다 인솔하기가 곤란하오니 그 반수만을 거느리고 와도 좋습니까.』 『그렇다면, 반수만이라도 빨리 거느리고 오라.』
그 때에 카피나왕은 대왕의 허락을 얻어 그 반수를 남긴 채 1만 8천 소왕들을 거느리고 빨리 와서 대왕에게 조배를 드린 다음 곧 생각하기를,
「대왕의 용모가 비록 뛰어나기는 했지만, 힘은 나보다 못하리라.」
하였다.
곧 전장신으로 하여금 선조 때부터 전해온 큰 활(弓)을 가져와서 저 왕에게 주어한번 시험 삼아 활을 당겨 보게 했으나 왕이 활을 이겨내지 못하므로, 왕이 도로 활을 잡고서 한 손가락으로 활줄을 튕겨 온 상천대천 세계를 다 진동케 하는가 하면, 다음엔 또 화왕이 화살을 쓰되 화살을 다섯 화살로 만드는 동시 그 화살꼭대기마다 연꽃 한 송이씩이 있고 연꽃 한 송이마다 화불(化佛)이 계셔서 큰 광명을 놓아 온 삼천대천세계를 비추시니 다섯 갈래 중생이 다 은혜를 입고 모든 하늘과 사람들이 도과를 얻는 이가 있었다.
지옥엔 이글거리는 불이 사라지고 아귀들에겐 만족한 음식을 주고 축생들은 무거운 짐을 벗어날 뿐더러, 그 밖의 모든 탐욕·진심·우치와 번뇌에 허덕이는 자들도 죄다 이 광명을 만나 스스로 조복되어 불법에 신심과 공경심을 내게 함으로써, 마침내 카피나왕이 이 신통 변화를 보고 화왕을 향해 온 몸을 땅에 엎드려 예배함과 함께 마음이 곧 조복되었는데,
그때 화왕도 저 왕이 이미 조복됨을 알고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 대중에 둘러싸인 그대로 1만 3천 소왕들에게 갖가지 법을 설하자, 그들은 마음과 뜻이 트이어서 제각기 도의 자취를 얻은 동시에 수다원의 과위를 얻고 곧 부처님 앞에서 출가하기를 원하므로 부처님은 허락을 하였다.
이에 수염과 머리털이 저절로 깎이고 법복이 몸에 입혀져 곧 사문의 모습을 이룩해, 부지런히 수습(修習)하여 오래지 않아 곧 아라한의 과위를 얻고 삼명(三明)·육통(六通)과 팔해탈(八解脫)을 구족하여 온 천상·세간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았는데, 그때 아난다가 부처님께 물었다.
「세존이시여, 저 카피나왕을 비롯한 비구들은 전생에 무슨 복을 심었기에 다 호족(豪族)에 태어나 큰 힘을 지니게 하고, 또 무슨 인연으로 부처님을 만나서 각각 도과를 얻었나이까.」
『과거 비바시 부처님께서 이 바라나시에 출현하사 여러 비구들을 거느리고 보전국에 도착하셨던 바, 그 때 반두발제란 국왕이 부처님 오신다는 소문을 듣고 기뻐하여 1만 8천 신하들과 함께 성문에 나와 맞이하여 엎드려 예배한 다음 길이 꿇어 앉아 부처님을 비롯한 여러 비구들에게 이렇게 청하였다.
「원컨대 이 공양의 선근 공덕으로 말미암아 저희들로 하여금 미래세 태어나는 곳마다 모두들 같은 날 함께 출생케 하여 주소서.」
이 공덕으로 인하여 그들은 한량없는 세간에 걸쳐 나쁜 갈래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같은 날 천상과 인간으로 태어나 하늘의 온갖 쾌락을 받아왔으며, 이제 또 나를 만나출가 득도하게 된 것이다.』하였다.

<찬집백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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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9/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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