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군지 비구의 인연

이군지 비구의 인연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인연설화

• 주제 : 인연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찬집백연경

부처님께서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실 때 그 성중에 어떤 바라문의 부인이 임신하여 아들을 낳으니, 아이의 용모가 추악하고 온 몸에 더러운 냄새가 날 뿐더러, 어머니의 젖을 헐게 하고 그 밖의 다른 것을 먹여도 죄다 헐게 하였으며, 다만 소와 꿀(蘇密)을 손가락에 빨아 주면 그것을 핥아 넘기고서 겨우 목숨을 유지하므로 그 부모들이 아이의 이름을 이군지(梨軍支)라 하였다.
아이가 점점 장대해갈수록 박복하기 짝이 없어 아무리 음식을 구해 먹여도 배가 부르지 않던 차에 마침 걸식하는 사문들이 위의를 갖춰 바루를 들고 성중에 들어가서 바루에 가득한 음식을 얻어 돌아오는 것을 보고는, 곧 환희심을 내어 염언(念言)하기를,
「내가 이제 불세존께 가서 사문이 된다면 혹시 배부르게 음식을 얻어먹을 수 있을까.」
하고, 기원에 나아가서 부처님께 출가하기를 원했다.
이렇게 하여 사문이 된 이군지는 부지런히 닦고 익혀 아라한의 과위까지 얻어서 걸식하러 다녔으나 역시 음식이 얻어지지 않아 스스로 회책한 나머지 그 탑 속에 들어가 약간의 더러운 먼지를 발견하고 깨끗이 청소하였더니 그로부터 걸식할 때마다 풍족한 음식을 얻게 되어 곧 기쁨에 넘쳐서 대중스님들께 요청 하였다.
『이제부터 대중 스님들은 이 탑사에 대한 청소를 저에게 말겨주소서.
왜냐하면 청소하므로 말미암아 음식을 배부르게 얻어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중 스님들도 그렇게 하기를 허락함으로써 그는 청소를 말아오던 중, 어느날 우치한 탓으로 늦잠이 들어서 밝은 아침이 되도록 깨어나지 않아 미처 청소를 못했던 차에 사리푸트라가 다른 나라로부터 5백 제자들을 거느리고 와서 세존께 문안한 뒤 그 불 탑속에 약간의 먼지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곧 청소를 했다.
그 때서 이군지가 일어나서 사리푸트라가이미 청소 마친 것을 보고 매우 원망스러운 마음으로 말하였다.
『제가 도맡은 불방을 당신이 청소했기 때문에 저로 하여금 오늘 하루 또 굶주리게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이제 그대를 데리고 함께 성중에 들어가서 시주들의 초청을 받아 배부르게 하겠으니, 그대는 근심하지 말라.』
그 때에 이군지도 이 말을 듣고는 마음이 좀 태연했으나 급기야 초청 받은 시간이 되어 사리푸트라를 따라 성중에 들어가자 공교롭게도 시주집 부부끼리의 싸움이 벌어져 결국 음식을 얻어먹지 못하고 굶주린 채 돌아왔다.
샤리푸트라는 그 이튿날 다시 말하였다.
『내가 오늘 아침에는 그대를 데리고 함께 장자의 초청을 받아 가서 그대로 하여금 포만하게 하리라.』 마침내 시간이 되어 장자의 초청에 같이 가기는 했으나 그 상·중·하의 스님들이다 음식을 얻어먹는데 이 한 사람만은 음식을 얻지 못해서 음성을 높여 외치기를,
「나는 아직 음식을 받지 못했노라」
고 하여도 그 주인이 도무지 들은 체하지 않으므로 역시 굶주린 그대로 돌아오고야 말았다.
그러던 차 사흘째 만에 아난다가 이 사실을 듣고 매우 가엾이 여겨 이군지에게 말하였다.
『오늘은 내가 부처님을 따라 초청을 되었으니, 그대를 위해 음식을 가져 와서 틀림없이 포만하게 해 주리라.』
그 뒤 아난다는 여래의 8만4천 법장문을 조금도 빠짐없이 다 받아 간직했으나 이제 모처럼 이군지 비구를 위해 음식을 가져올 것을 홀연히 기억하지 못해 빈 바루로 돌아왔는가 하면, 나흘째인 그 이튿날 아난다가 다시 그를 위해 음식을 얻어서 처소로 돌아오는 도중 뜻밖에 사나운 개를 만나 얻은 음식물을 마구 더럽힘으로써 부득이 땅에 버리고 또 빈 바루 그대로 돌아와 음식을 얻어먹을 수 없었으며,
그 다음 닷 새째되는 날에는 마우드갈라나가 역시 그를 위해 음식을 얻어 처소에 돌아오다가 도중에 금시조왕에게 바루까지 빼앗겨 음식을 얻어먹을 수 없었으며, 그 다음 또 엿새째 되는 날에는 사리푸트라가 다시 음식을 구해 저 방문 앞에 이르매 문이 자연 닫혀지므로 신통력을 부려 방 안에 들어가 바로 그 앞에 솟아나온 즉 가졌던 바루가 홀연히 땅 밑에 떨어져서 금강제(金剛祭)까지 이르므로 다시 신통력을 부려 손을 뻗어서 바루를 잡기는 했으나 뜻밖에 또 저 비구의 입이 다물어져 음식을 먹지 못하다가 그 날은 시간이다 지낸 뒤에야 비로소 입이 자연 열리게 되었으며, 이레째 되던 날에도 음식을 얻어먹지 못하고 급도로 부끄러움을 느낀 나머지 사부 대중 앞에서 모래를 입에 넣고 물을 마신 다음 곧 열반에 들어갔는데, 그때 여러 비구들이 이 광경을 보고 나서 이상하게 여겨 부처님께 묻자 다음과 같이 들려주었다.
『한량없는 과거세에 제당이란 부처님이 이바라나시에 출현하사 비구들을 거느리고 여러 곳을 유행하면서 교화하실 때, 구미라고 일컫는 어떤 장자가 부처님을 비롯한 스님들을 보자 깊이 신심과 존경심을 내어 날마다 초청하여 공양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얼마 뒤에 그가 죽음으로써 부인이 이어받아 여전히 보시해 왔는데, 한편 그와는 정반대로 아들이 매우 인색하여 어머니의 보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어머니 몫의 음식을 별도로 제한해 주었는가 하면, 어머니는 그 음식을 역시 분감하여 부처님과 스님들께 보시함으로써 아들이 이 사실을 듣고 진심에 복바쳐서 곧 어머니를 빈방에 가둬 문을 잠그고는 떠나가 버렸다.
그리고 이레를 지나자 어머니가 극도로 기곤(飢困)하여 아들에게 연락을 취해 음식을 부탁하니,
「어머니께선 모래로 밥을 지어 먹고 물만 마시어도 충분히 살아갈 것이어늘 무엇 때문에 이제 저한테 음식을 말씀하십니까.」
하고 밥을 주지 않아 굶어죽었다.
그 뒤 아들은 이 과보로 아비지옥에 떨어져 온갖 고뇌를 다 받고서야 이제 도로 인간으로 태어났으나 아직 그러한 굵주림과 고통을 겪게 된 것이다.
비구들아, 알아 두어라. 그 당시 어머니께 음식을 끊게 한 자가 바로 지금의 이 이군지 비구이다.
그러나 그가 나를 만나 출가 득도하게 된 것은 그때에 그의 부모가 부처님과 스님에게 공양했기 때문이니라.』

<찬집백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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