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다타 범지의 인연

강가다타 범지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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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 : 인연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찬집백연경

부처님께서 녹야원에 계실 때, 그 나라의 재상 한 사람이 큰 부자로 재산은 많으나 아들이 없었는데,
그 때 항하강가에 마니발타 천신의 사당이 있어서 온 국토의 인민들이 다 받들어 존경하므로, 이 재상 역시 그 사당이 가서 이렇게 주언을 하였다.
『제가 자식이 없습니다. 듣건대 천신께서 큰 공덕이 있어 중생들을 구호하사 그 소원을 다 성취시켜 주신다 하기에 저도 이제 정성껏 귀의하오니, 천신께서 이 소원대로 아들 하나를 낳게 해 주신다면 제가 금ㆍ은으로 천신의 몸을 장엄케 함과 동시 유명한 향으로써 사당을 장식할 것이고, 그 반면 영험이 없을 경우엔 사당을 피해함은 물론 당신의 온 몸에 똥을 바르겠습니다.』
천신이 이 주언을 듣고서 생각하기를,
「이 사람은 부호이고 또 세력이 강한 만큼 범상한 아들을 원하지 않을 터이라, 나로선 그 소원을 성취시켜줄 힘이 없고 성취시켜주지 않을 경우엔 이 사당이 헐림과 함께 큰 모욕을 당하게 되리니 어쩌면 좋을까.」
하였다.
그러던 차 재상이 다시 마니발타 천신의 사당에 가서 주언하자, 천신은 자신의 능력이 없기 때문에 곧 비사문왕에게 부탁하였으나 그는 곧 제석천에게 아뢰니 제석천은 친수를 다해 마치려는 한 천자에게 말했다.
『네가 이제 목숨이 곧 끝나겠으니, 내세에는 저 재상의 집에 태어나는 것이 어떠할까』
『저는 출가하여 바른 행을 닦으려 하기 때문에 안 됩니다.』
제석천왕은 다시 타일렀다.
『네가 저 재상의 집에 왕생하더라도 도를 배우려고 한다면 내가 직접 도와주겠노라.』
그래서 그 뒤 천자는 과연 목숨이 끝나는 대로 세간에 내려와 재상의 집에 태어났는데, 그 용모가 뛰어나고 단정하여 이름을 강가다타로 불렀다.
장차 장대해져 출가코자 하였으나 그의 부모가 반대했다.
「우리 집이 현재 사업이 넓으니, 너는 외아들로서 마땅히 문호를 이어받아야 하지 않겠느냐.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 끝내 너의 출가 입도할 것을 허락하지 않으리라.」
그러나 아이는 뜻대로 되지 않자
「내가 이 몸을 버리고서 다시 범상한 다른 곳에 태어난다면 반드시 쉽게 출가할 수 있으리라.」
하고는, 비밀히 집을 나가 산 바위에서 몸을 던져 땅에 떨어졌다.
그러나 아무런 손상이 없고, 다시 강가에 가서 물 속에 몸을 던졌으나 곧 물위로 떠나오게 되어 역시 고통이 없고, 다시 독약을 구해 먹었으나 그 독약도 효험이 없어 죽지 않으므로, 아이는 마지막 생각하기를,
「이제는 국법을 범하여 그 법에 따라 국왕에게 죽음을 당하리라.」
하고서, 때를 기다리던 차에 마침 왕의 부인과 채녀들이 궁성을 나와 원지(園池) 속에 가서 목욕하기 위해 옷을 벗어 둔 것을 보고 가만히 나무숲 사이에 가서 옷과 패물을 훔쳐가다가 일부러 문지기에게 들켜 문감이 곧 이 사실을 아자타사투 왕에게 보고함으로써 왕이 과연 성을 내어 손수 활을 쏘아 죽이려 하였다.
그러나 그 화살이 도로 왕의 몸을 향해 돌아와, 이같이 세 번 되풀이하여도 마침내 화살을 적중시킬 수 없으므로, 이에 국왕도 겁이 나서 활을 던지고 물었다.
『그대가 천신인가, 용인가, 혹은 귀신인가.』
『대왕께서 저의 원을 들어주신다면 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좋아, 들어주겠노라.』
『저는 천신도 아니고 용도 귀신도 아닙니다. 바로 이 슈라바스리 나라 재상의 아들로, 출가하려 했으나 부모께서 허락해 주지 않으시기에 이런 방법을 쓴 것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그대에게 출가할 길을 인도해 주리라.』
하고, 아자타사투루왕은 다타를 부처님께 안내하고 물었다.
『세존이시여, 이 강가다타는 전생에 어떠한 선근을 심었기에 산 바위에서 떨어져도 죽지 않고 물 속에 뛰어들어도 빠지지 않고 독약을 먹어도 고통이 없고 내지 활을 쏘아도 화살에 맞지 않으며, 또 무슨 인연으로 부처님을 만나서 생사를 도탈하게 되었나이까.』
『대왕이여, 한량없는 과거세 이 바라나시에 바라마닷다(梵摩達多) 왕이 여러 궁인을 데리고 숲 속에서 유회를 베풀어 채녀들로 하여금 서로 소리를 높여 노래할 무렵에 바깥에서 어떤 사람이 그 노래에 맞춰 역시 큰 소리로써 화답하므로, 왕이 그 소리를 들음과 동시 곧 성을 내어 사람을 보내 잡아와서 죽이게 하였는데, 때마침 대신이 외부에서 돌아와 이 잡혀 있는 사람을 보고 그 옆사람에게 사실의 경위를 물어 알고는 죽이려는 것을 정지시키는 한편, 대신이 직접 국왕에게 나아가 이렇게 간언하였다.
「저 사람의 죄가 그다지 중대하지 않거늘 무엇 때문에 죽이려 하십니까. 비록 그 노래의 음성에 맞춰 화답하였지만 채녀들의 얼굴을 보지 않았고 간음을 통한 일도 없으니 그 생명을 가엾이 여겨 용서해 주옵소서.」
왕이 마침내 대신의 말을 거역할 수 없어 용서하게 됨으로써, 그 사람이 죽음을 벗어나 그 뒤로부터 대신을 정성껏 받들어 오랫동안 끊임없이 섬긴 나머지 곧 스스로 생각하기를
「음욕이란 날카로운 칼보다도 더 사람을 해치는 것이다. 내가 곤액을 받은 것이 다 음욕 때문이로다.」
하고서, 대신에게 말하였다.
「제가 이제부터 출가하여 도업을 닦겠사오니 허락해 주옵소서.」
「나의 허락이 문제가 아니니, 부디 도업을 성취해 돌아와서 서로 만나 봅시다.」
그러자 그는 곧 산택(山澤)에 들어가 오로지 진리를 닦아서 깨달아 벽지불을 성취한 즉시 성읍에 돌아와 대신을 만나보았던바, 대신이 매우 기뻐하여 그를 청해 공양하되 맛난 음식을 비롯한 네 가지 공양을 다 모자람 없게 하였다.
대신은 벽지불의 여러 가지 신통을 보고 기뻐한 끝에 곧 서원하기를
「나의 은혜로 말미암아 생명이 보전되었으니, 원컨대 저로 하여금 대대로 부귀를 누리고 수명이 장구하며, 또 천만 배나 수승 기특한 지혜와 공덕을 항상 고루 갖출 수 있게 해 주소서.」
대왕이여, 그 당시 대신으로서 한 사람의 생명을 구호해 죽음을 벗어나게 한 이가 바로 지금의 이 강가다타 비구이니, 이 인연으로 말미암아 태어나는 곳마다 중간에 요사(夭死)하지 않고 지금 또 나를 만나서 아라한이 된 것이오.』

부처님께서 이 말씀을 하시고 나자, 그때 모임에 있던 대중들이 다 믿는 마음과 존경하는 마음과 기뻐하는 마음을 내어서 받들어 행하였다.

<찬집백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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