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에바닷다와 아쟈아타사투태자

데에바닷다와 아쟈아타사투태자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인과설화

• 주제 : 인과
• 국가 : 인도

라아쟈그르하성의 빔비사아라왕과 그 왕비 바이데히부인은 부처님의 독실한 외호자였다.
그의 아들 아쟈아타사투가 16세 되던 해 봄 태자의 위에 나아가는 식을 거행하였을 때, 그 전도가 촉망되는 왕자에게 데에바닷다는 좋지 못한 야심을 품게 되었다.
아버지 빔비사아라왕은 늙었다.
그는 저 샤아카무니와 함께 멀지 않아 죽을 것이다.
그러니 나는 태자를 꼬여 저들을 몰아내고 나의 세력을 온 천하에 펴보리라.
이렇게 생각한 데바닷다는 그가 재세시 익혔던 코끼리 타는 법, 말타는 법을 마음껏 누리며 태자의 앞을 지나갔다.
데에바의 말타는 것을 구경하고 있던 태자가 뛰어내려와
「선생님, 저에게 그 기능을 가르쳐 주십시오
「황공하신 말씀, 그러나 왕명이시라면 굳이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원하신다면 예무도(藝武道)와 병법전반과 치국평천하의 도리까지도 남김없이 다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드디어 태자는 그 요망한 술수에 빠져 지극히 돈독한 믿음으로 그에게 정사(精舍)를 지어주고 공양일체를 부담하여 그는 일시에 천하에 명사(名師)가 되는 듯하였다.
「보아라, 세상은 이제 머지않아 나의 손안에 들어올 것이다. 너희들은 정성을 다해 나를 받들어라.
그리하면 그대들에게 장차 적지 않은 명예가 오리라.」
이렇게 호령을 하면서 그는 허리를 쭉 펴고 거리를 행보하였다.
어느 날 부처님이 아만과 함께 거리에 나섰다가 데에바의 무리가 떼를 지어 몰려오는 것을 보고 옆길로 돌아섰다.
「세존이시여, 이 거리는 부처님께서 교화하신 거리가 아닙니까?」
「그렇다.」
「그런데 어찌하여 부처님께서는 데에바의 무리들을 두려워 하십니까?」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악을 피하는 것이다. 어리석은 사람과 만나는 것은 아무런 이득이 없다.
그는 선을 보면 볼수록 더욱 악한 생각을 더해가기 때문이다.」
그 때 데에바는 그의 심복 부하들을 이끌고 그의 앞에 나타나 엎드려 경례하고,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선 이제 연세가 많아 교단을 통솔하시는데 여러 가지 지장이 많으시리라 믿습니다. 부처님은 우리의 큰 스승입니다.
하루라도 더 오래 이 세상에 머물러 진리를 펴시도록 하셔야 할텐데, 과중한 노력으로 몸이 쇠해진다면 우리는 결국 의지를 잃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아무쪼록 편히 쉬시고 그 전도의 중책을 우리 젊은이들에게 넘겨주십시오.」
그러나 부처님은 그의 마음을 아는지라,
「너의 말만은 가상하다. 그러나 나에게는 사리풋타나 목갈라나 같은 훌륭한 제자가 있어도 아직 맡기지 않고 있다. 하물며 명리를 탐해 침을 흘리는 사람에게 어떻게 대중의 통리를 맡기겠느냐?」
이에 데에바는 할 말을 잃고 물러섰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는 나찰보다도 더 무서운 악이 도사리고 있었다.
너 이놈, 두고보자. 다 늙어빠진 인간이 대중 앞에서 내 얼굴에 똥칠을 하다니―이렇게 속을 붉히고 정사에 돌아와 그는 그의 심복부하인 코오카마, 칸다, 데에샤, 삼문닷타 등을 시켜 복수전을 펴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제자들이여, 나는 오늘 고타마(佛)에게 아니꼬운 모욕을 당했다.
어떻게 해서라도 그들에게 복수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 나에게는 저 아쟈아타사투 태자가 있으니 문제없다. 제군들은 그가 왕위에 오를 때를 기약하여 한사람이라도 더 많은 신도를 모으라.」
그리하여 그들은 가진 모략과 풍설로 부처님의 교단을 파괴하였으며 틈만 있으면 부처님의 아직 깨달지 못한 제자들을 유인해 갔다.
이렇게 해서 불교단에서는 500여명의 출가제자가 데에바의 교단으로 옮겨갔고 어리석은 신도들은 구름 모이 듯하며 가야의 해림(海林)에 줄을 이었다.
부처님의 제자 사리풋타와 목갈라나는 의논했다.
「우리가 이렇게 있다가는 아니 되겠다.」
「그러면 어찌하면 좋겠는가?」
「호랑이를 잡기 위해선 호랑이 굴속에 들어가지 않으면 아니된다.」
「그는 우리를 매우 두려워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오랫동안의 교화에 시달려 지쳐 있을 터이니 우리를 반겨 맞아줄 것이다.」
과연 그들의 추측은 들어맞았다.
사리풋타와 목갈라나가 가야의 정사에 이르자 설법을 하고 있던 데에바는
「오오, 잘 오셨습니다. 높은 장로들이여, 전날 그대들은 내 교단의 새로운 규칙을 비판하고 인정하지 않던 사문이었으나, 드디어 오늘은 나를 찾아오셨구려. 참으로 잘한 일이요. 장로다운 행위입니다.
우리 교단에서도 그대들을 장로로 특별히 대접하겠습니다.」
하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는 꼭 석가세존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다.
천천히 법의(法衣)를 네 겹으로 접어 입는 것이라든지 태연히 그러면서도 정중히 말하는 모습아라든지―, 모두가 어느 것 하나 세존의 흉내를 내지 않는 것이 없었다.
그는 한참동안 설법하다가 세존이 하는 것과 같이
「나는 조금 피로해졌다. 그대들이 나대신 설법을 계속해주오.」
하고 제자 삼문닷다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며칠을 계속해 잠을 자지 못했는지 그는 들어가자마자 코고는 소리가 요란했다.
목갈라나는 웃으며
「저이가 부처님의 태도를 흉내내는 것까지도 좋았지만 저 코코는 소리가 무엇이람―
그러나 사리풋타여, 우리는 마땅히 대중을 위해 설법하는 것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
아니 우리는 진리를 위해 싸울 의무가 있다.」
이렇게 말하고 목갈라나가 먼저 신통력으로 이상한 서기 방광을 나타내 보였다.
다음에 사리풋타가 말하였다.
「여러분 나의 말을 들으시오. 몇 사람들이 도를 공문(空門) 속에서 얻었거늘 우리들은 어찌하여 이 산중 깊은 골짜기에서 고취(苦趣)의 근원을 마련하고 있나이까?
우리들이 무시이래(無始以來)로 금생에 이르기까지 깨달음을 등지고 번뇌에 합하여 우치에 떨어져 어리석은 스승을 더욱 존중하고 항상 중악(衆惡)으로 3도(途)의 고륜(苦輪)을 장만하고 사생(四生)의 업해(業海)에 뛰어든 탓입니다.
몸이 6적 (賊)을 따르면 마음이 악취에 떨어져 극신극고(極辛極苦), 마음은 항상 바른 견해를 등지므로 부처님이 세상에 나도 부처님의 교화는 받지 못하게 되니 어찌 사람 몸 받은 것을 다행히 여길 수 있겠습니까?
진리는 죽을 때까지 숲 속에 살고, 탁발하여 초대를 받지 않고, 포식하지 않으며, 누더기를 기워 입고, 시주의 옷을 입지 않고 나무 밑에 살고 지붕 밑에 들어가지 않고 어육(魚肉)을 먹지 않는다고 이루어지는 것만은 아닙니다.
진 것 마른 것을 먹되 지나침이 없고 유행 (遊行)함에 바른 생각을 떠나지 말아야 하며, 초대에 응하되 은혜를 저버리지 말아야 합니다.
숲 속을 즐기는 것은 욕심을 떠나는데 목적이 있고 구걸을 행하는 것은 무상(無相)을 닦기 위한 수단입니다.
나의 잘못을 가르쳐 주고 과실을 꾸짖어주는 지자(智者), 그런 사람을 보면 어디에 보배가 있는가를 가르쳐준 사람처럼 대접할줄 알아야 합니다.
밑이 깊은 못이 맑고 고요함과 같이 마음 있는 자는 도를 듣고 평안함을 얻을 것입니다.
마음이 없는 자(無心,無相者)는 어디에서든지 멍멍하여 근심 걱정하는 것이 없는 것입니다.
행복을 만나건 고통을 만나건 그러한 사람은 어떠한 생각에도 물듦이 없기 때문입니다.
저 넓은 바다, 저 높은 산, 저 뜨거운 태양도 세존의 훌륭한 해탈에는 비할 바 못됩니다.
반야의 완성에 도달한 큰 지자는 어리석은 것 같으나 어리석지 아니하고 항상 깨끗한 원을 행하는 자입니다.
나는 그러한 스승을 모시고 그러한 스승의 가르침을 본받아 성취하고 무거운 짐을 내리고, 미혹의 원인을 제거하는 사람입니다.
만일 내 말에 그름이 없다면, 여러분이 진정한 불제자로서 불도를 구하는 사람이라면, 여러분은 나를 따라 참된 스승에게로 갑시다.」
이렇게 법문이 끝나자 모든 사람들은 전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자리를 일어섰다.
이 때, 멍청이 앉아 있던 데에바의 무리들은 갑자기 꿈속에서 깨어난 사람들처럼 갈팡질팡, 가야의 해림(海林)을 돌아다니면서,
「큰일났다 큰일났다.」
떠들어댔다.
안에서 잠들었던 삼문닷다가 이상하게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나 성급히 데에바를 흔들어 깨웠다.
「스승님, 큰일났습니다. 사리풋타와 목갈라나가 대중을 다 데리고 도망쳐 버렸습니다.」
「이런 죽일놈들, 내 제자를 빼앗아가다니―」
데에바의 눈은 붉게 충혈되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원수놈의 잠이로다.」
이렇게 또 한 번 후회하고 데바닷다는 또 다른 흉계를 꾸몄다.
「뿌리가 있는 나무는 그 가지를 꺾는다고 없어지는게 아니다. 이젠 그 뿌리를 제거하는 작업을 하지 않고는 나의 일은 이루어지지 않으리라.」
「그러시다면 어떻게 해야 그 뿌리가 제거될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물론 고오다마를 죽여 없애버리는 것이다.」
「그는 지금 전 인도의 스승으로서 온 인류의 추앙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몸이 아닙니까?
어떻게 그를 살해할 수 있겠습니까?」
「걱정마라. 그러나 그것은 하루 아침에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고 그는 손수 글을 써 아쟈아타사투 태자에게 보냈다.
「영명하신 태자님, 내일의 촉망을 축복하겠습니다. 우리들 출가 비구는 조국의 장래와 태자님의 앞날을 위해서 깊은 산속에 들어가기도 드리려 합니다.
이제부터 공양물은 그곳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렇게 편지를 써 보내고 그는 그 날로 무리를 데리고 가야산속 깊은 동굴로 들어가 세상의 악인들을 유혹해 들이도록 하였다.
삼문닷타는 거기 모인 많은 악인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앞으로 머지않아 아쟈아타사투태자가 새로 왕이 되면 우리 데에바 부처님은 새 세상의 법주가 될 것이요, 나라 임금의 복된 스승이 될 것입니다.
그 때에는 여러분도 중한 자리에 올라서 편한 생활을 하게 될 터이니 부디 여러분은 데에바 부처님의 목적하시는 바 일을 힘껏 도와주셔야 되겠습니다.」
한편 데에바는 삼문닷타를 참모로 여러 가지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며칠 후 삼문닷다는 다시 그 악인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이제 우리의 할 일이 다가왔다. 3일 아침 여러분은 일찍 일어나서 부처님이 계시는 절 부근 낭떠러지에 숨어 있다가 정한장소에 부처님이 지나가시거든 돌과 몽둥이로 내리친다.
그리고 도망해 오라. 부처님의 죽음은 곧 우리의 승리가 되니 그대들은 명심하여 이 일을 성사 하도록 하라.」
하였다. 이튿날 아침 부처님은 아난다를 데리고 걸식하러 나오셨다.
그 때 뒤에서 비구들이 몽둥이를 들고 달려오면서 말했다.
「세존이시여, 큰일났습니다. 지금 데에바의 부하들이 흉기를 들고 기다리고 있다 하옵니다.」
그러자 부처님은 태연자약,
「너희들은 너희들이 가진 몽둥이를 버리라.
부처님의 몸은 결코 위해를 받지 않나니, 그대들은 조용히 돌아가 오늘 하루의 일과를 다하라.
그리고 스스로 마음을 지키라. 저주하는 자에게는 저주가 있으니 일체의 방해되는 일에 대하여 마음을 쓰지 말고 그저 안심을 지켜라.」
하셨다.
그 때 몽둥이를 가지고 나왔던 부처님의 제자들은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고 몽둥이를 버리고 부처님께 끓어 앉아 합장하였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데에바의 무리들은 참괴심에 못 이겨 그 무서운 흉기들을 내던지고 부처님 앞에 나아가 참회를 구했다.
「부처님이시여, 도와주소서. 실로 우리에겐 악한 마음이 없었나이다.」
「선도 악도 생각하지 말라. 그리하면 스스로 가리웠던 마음이 벗겨져 나타나리라.」
이렇게 타이르고 부처님을 곧 행걸을 나섰다.
그때 이러한 광경을 지켜보고 섰던 데에바닷다와 삼문닷다, 칸나, 데에샤 네 사람은 더욱 눈에 불을 켜고 저 놈을 어찌하면 좋을까 하고 사지를 부르르 떨었다.
이윽고 부처님이 낭떠러지 사이 후미진 길을 나가고 있을 때 위에서 벼락치는 소리가 들렸다.
큰 돌이 굴러온 것이다.
그러나 다행이도 그 돌은 부처님을 피해 깊은 골짜기에 떨어져 산산히 부서져갔다.
부처님은 거기에서 돌 파편에 왼쪽 발가락을 약간 다쳤다.
그러나 부처님은 아무렇지도 않는 듯 태연히 밥을 빌어 정사에 돌아오셨다.
그때 데에바는 자기들의 힘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아쟈아타사투데자에게로 갔다.
「안녕 하십니까? 태자님.」
「오, 잘오셨습니다. 큰 스승이여, 듣건대 데에바님의 제자들이 부처님의 문중으로 다 도망쳐버렸다지요?」
「누가 그러한 말을 하였습니까? 사실은 도망친 게 아니고 보냈습니다.
500명이나 되는 비구가 불타의 교법은 신통치 않다 하고 왔는데
또 사리못타와 목갈라나가 왔기로 늙은 사문(불타)을 생각해서 제가 돌려보냈습니다.
그런데도 그 늙은 사문의 도당들은 저를 헐고 태자를 뜯으니 가만 둘 수없는 일인가 하나이다.」
「저를 헐다니요?」
「나를 스승으로 하고 자기를 맞지 않는다는 뜻이겠지요?」
태자는 심각해졌다.
그 때 또 데에바는 이렇게 말했다.
「태자님, 큰일났습니다.
아버지 대왕께서 그 늙은 사문의 사술(邪術)에 빠져 나라의 재산이 기울 만큼 큰 보시를 행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대로 가다가는 살아 계신 날까지 이 일은 바로 잡히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아바마마를 죽일 수는 없습니다. 존자께서도 말하지 않았습니까.
부모님의 은혜는 수미산보다도 높고 항하강 보다도 깊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죽일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아바마마가 살아계신데 내가 대왕이 된다는 말입니까?」
「그거야 간단합니다. 아바마마의 왕장만 얻어 쓰면 왕은 저절로 되는 것이니 지금 당장 그렇게 하시라는 말이 아닙니다. 오직 아바마마께서 저 석가 늙은 중의 말을 듣고 태자는 데에바 꼭 신자니 가만 두면 아니 된다, 벼르고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드릴 뿐입니다.」
「그게 사실입니까?」
「맹세합니다. 저 신들은 이 일을 증명하리라고, 뿐만 아닙니다. 지금 불타의 교단사람들은 태자께서 지어주신 그 아름다운 가야정사를 사교의 전당이라 하여 불태워버린다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교단원들은 그것이 두려워 그 곳에 있지 않겠다하여 높은 산 동굴 속에서 수련을 하고 있습니다. 이 사실은 당장에라도 가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으흠―」
태자는 이를 악물었다.
「그 요망스러운 것들, 가만두지 않으리라.」
하고 태자는 천천히 아버지가 계신 라아쟈그르하성으로 발을 옮겼다.
성 앞에 이르러 그는 가슴에 찬칼을 보고,
「안돼, 안돼, 나는 그렇게까진 할 수 없어―」
하고 몇 번이나 주저하다가 그만 길거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이 광경을 본 성문지기가 부리나케 뛰어가,
「태자님,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 태자님」
그러나 그는 미친 사람처럼 알 수도 없는 말을 되뇌었다.
「안돼, 나는 안돼, 그렇게까지는 할 수없어, 그러나 내 생명이 위태하다. 빨리 아버지 빔비사아라왕을 체포하라.」
하였다. 신하들은 놀래어 이 사실을 왕에게 알리고 그 지시를 기다렸다.
「아, 이것은 데에바닷다의 흉계다. 그러나 내 자식이 원한다면 나는 기꺼이 이 왕관을 그대에게 벗어줄 용의가 있다.」
하고 곧 관과 왕장을 떼어 아쟈아타사투에게 갔다 주도록 하였다.
태자는 망설이다. 그를 받아 써보았다. 천하는 오직 그 밑에 있는 것 같았다.
금빛 찬란한 관, 아름다운 보석으로 장엄된 장, 이것을 본 사람들은 모두 같이 그의 앞에 엎드려 경배하였다.
권력이란 이런 것이로구나, 네게 이런 맛을 보게 해준 데에바에게 감사한다.
이렇게 그는 속으로 생각하면서 데에바가 있는 절로 찾아갔다.
데에바는 너무나도 뜻밖이라는 듯 맨발로 뛰어나와 그의 손을 잡고,
「참으로 훌륭하신 대왕님이십니다. 4해는 오직 당신의 눈 아래 있습니다.」
하고 칭찬하였다.
「존자여, 나는 당신의 덕분에 이렇게 왕이 되었습니다. 이젠 아바마마께서 불타의 교단에 충분한 보시를 행하듯 나도 당신에게 충분한 공양거리를 마련하여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은 특별히 그대를 왕궁에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하고 그는 태자와 함께 나란히 어깨를 겨루고 길거리에 나섰다.
「아, 저기 고오다마가 오고 있습니다. 아버지 빔 비사라왕도―」
이 말을 들은 데에바는 당장에 얼굴빛이 푸르러지며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왕과 그사문은 그들을 보고 다른 길거리로 돌아가 버렸다.
밉살스린 고오다마야, 내 너를 가만두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그는 태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아바마마가 이 거리를 다 나오셨습니까.」
「내 차마 데에바님의 말씀과 같이 아버지를 죽일 수는 없어서 성문에 이르러서 그런 연극을 꾸몄었더니 대왕은 순순히 왕장과 왕관을 저에게 주시더군요.」
「참으로 다행한 일입니다. 그러나 저 흉악한 고오다마는 그대로 있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당장에라도 무슨 흉계를 꾸미어났는지 아십니까? 어떻든 고오다마를 처치하지 않고는 당신은 편안히 왕좌에 앉아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궁중에는 무서운 코끼리가 한 마리 있다하던데...」
「예, 그 놈은 힘이 장사입니다. 죄인을 한 번 물었다 하면 가루를 내버리고 말지요.」
「그럼 그것을 저에게 보내 주십시오. 당장에라도 그 놈을 처치하여 내 왕자를 편히 쉬게 하오리라.
이렇게 해서 태자는 코끼리 부리는 사람에게 코끼리를 딸려 데에바에게 보냈다.
부처님은 빔비사리왕과 천천히 대화를 나누시며 거리에 나타났다.
이때다 하고 그는 벼락같이 소리를 질렀다. 미친 코끼리는 술에 취해 코를 흔들고 있다가 쏜살같이 쫓아갔다.
「나라기리 (코끼리 이름)야, 물어라 그 놈들을 뼈다귀 하나 남기지 말고 뜯어 먹어라.
그리하면 나는 저 태자와 함께 이 마가다국의 주인이 될 것이다.」
하고 데에바는 달려가는 코끼리를 향해 손뼉을 쳤다.
그런데 이 어찌된 일인가? 불타 앞에 달려간 코끼리는
「너 이 놈 코끼리야, 하늘의 용을 해치지 말라. 큰 용이 이 세상에 나오기는 참으로 어렵다.
큰 용을 해치면 넌 무서운 지옥에 떨어져 다시 헤어날 기약이 없다.」
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그대로 땅에 엎드려 일어나지 못했다.
부처님께서 그 자비스런 손으로 코끼리의 몸을 만지자 코끼리는 이상하게도 그 긴 코를 내두르며 부처님의 발을 안으려 하였다.
부처님은 일찍부터 문무를 겸한 사람이라, 코끼리의 그 마음을 알고 곧 그의 등에 올라 탔다.
코끼리는 한바퀴 데에바가 숨어 있는 길거리를 돌고나서 부처님이 인도하시는 라아자그르하성으로 향하였다.
「오오, 거룩한 성자, 그 무엇에도 비길 수 없는 뛰어난 마음이여.」
하고 뭇사람들은 우뢰 같은 박수를 날이 저물도록 치고 있었다.
이런 일이 있은 뒤로 두려운 마음이 생긴건 데에바뿐이 아니었다.
신통이 자재하시고 변설이 무애하신 부처님께서 아바마마의 말을 듣고 어느 때 어떻게 나를 해칠 것인 가 하는 공포가 더욱 아쟈아타사투의 심중을 괴롭혔다.
며칠 후 데에바가 찾아왔다.
「지금 아버지 빔비사라왕이 태자에게 왕위를 물려준 뒤 부처님의 출가제자가 되어 아자아타사투태자의 복수를 하려고 꾀하고 있다 합니다.」
「누구에게 들었는가?」
「저의 문도들을 통해 비밀리 탐지한 소식입니다. 대왕님, 나는 오늘 또 무서운 말을 들었습니다.」
「무서운 말이라니?」
「옛날 대왕님을 보좌하던 우요라는 대신이 있지 않습니까? 그가 그러는데 대왕님의 새끼손가락이 끊어진 이유는 대왕님이 넘어져서가 아니라 대왕님의 아버지가 대왕님을 죽이려 꾸민 덫에 치여 그렇게 되었다고 합니다.」
「뭐, 아바마마가 나를 죽이려 하였다고」
「예, 원래 빔비사아라왕에게는 코오살라, 베데히, 케에마의 세 부인이 있었는데 똑같이 자식이 없어 걱정을 하고 있을 때 어떤 점쟁이가 와서 이렇게 말을 하였다는 것입니다.
(북쪽 가야산 깊은 골짜기에 한 선인이 수년 전부터 공부를 하고 있는데, 그가 죽으면 이 집에 왕자로 태어날 것이라고―) 이 말을 들은 왕과 왕비 베데히는 (그 선인의 명이 언제쯤 끝날 것인가?)
물었더니,(앞으로 3년만 있으면 됩니다.) 하였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3년까지나 기다릴 수 없으니 사람을 시켜 오늘이라도 그의 목숨을 끊도록 함이 어떻겠는가,
타협한 왕과 부인은 곧 우요와 사요라는 두 선인을 시켜 그를 죽이도록 명령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선인을 죽이면 그의 과보가 7대에 이르고 무서운 병에 걸려 죽는다는 말을 듣고 우요가 사람을 사서 죽이자 하니 사요가 그 돈을 나에게 주면 내가 죽이겠다하여 결국 그는 우요의 보수까지 함께 받고 그 선인을 죽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요는 얼마 되지 않아 무서운 열병에 걸려 죽고오직 우요만이 살아있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선인이 죽은 지 얼마 안되어 베데히 부인은 아기를 갖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베데히 부인의 배가 불러지면 불러질수록 베데히 부인은 빔비사라왕의 사랑을 더욱 받치고 왕을 보면 괜히 물어 뜯고싶은 충동을 일으켜 날 달에 임해서는 등어리에서 피를 빨기도 하였다는 것입니다.
이상히 생각한 왕은 다시 그 점쟁이를 불러 물으니,
「애는 틀림없이 아들이나 자라서는 대왕과 원수가 되어 마침내 대왕을 죽이게 될 것이다.」
하였다는 것입니다. 모처럼 아들을 낳을 생각을 하면 기뻤으나 아버지를 죽일 원수가 된다는 말을 듣고 부인은 높은 다락에 올라가 애를 낳되 아래다가는 대왕께서 날 센 칼날을 놓아 떨어지면 곧 죽게 해놓았다는 것 입니다.
그런데 불행중 다행으로 애는 떨어졌으나 죽지는 않고 오직 왼손 새끼손가락 하나만 끊어지게 되어 그대로 데려다 기른 것이 곧 대왕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있던 아쟈아타사투왕은 눈에다 불을 쓰고
「그 영감이 나를―」
하고 이를 물었다.
「만일 의심스럽거든 우요노인이 있으니 지금이라도 불러다 물어 보십시오.」
「물어 볼 것도 없다. 여기 증거가 있지 않느냐?」
하고 대왕은 그 잘려진 손가락을 내려다보았다.
「여봐라, 거기 아무도 없느냐? 선인을 죽인 제왕은 마땅히 일곱겹의 감옥에 갇혀야 한다.
어서 빨리 가서 빔비사라왕을 잡아다 일곱 겹으로 된 돌집에 가두어라.」
청천벽력과 같은 명령이었다.
대신들이 우물우물 영문을 몰라 하니
「어서 빨리 가두지 않고 무엇들을 보고 있느냐.」
호령하였다.
아무해도 저 대왕이 정신이상이 걸린 게 아닌가 하면서도 그들은 시키는 대로 아니할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곧 빔비사라왕을 잡아다 일곱겹 돌담안에 가두었다.
베데히 부인은 아들 아쟈아타사투왕을 붙들어 잡고 몸부림쳤다.
「오오 사랑하는 아쟈아타사투여, 그대는 어찌하여 그런 무서운 짓을 하는가?
아바마마는 그대를 위해서 얼마만한 고생을 하였는지 아는가?」
「고생을 하였으니 내 손가락을 이 모양이 되게 하셨군요. 어머니도 생각하면 마땅히 벌을 받으셔야 합니다. 선인을 죽인 죄는 무섭습니다.」
하고 호통했다. 부인은 깜짝 놀랐다.
어떻게 저 아들이 저것을 다 알았을까 하고, 그는 그 자리에 엎드려 쓰러졌다.
인과란 너무나도 연한 것이다 20년 전의 그림자 같은 일들이 너무나도 소소역력하게 가슴에 치밀어 오른 것이다.
「아, 잘못이로다.」
베데히 부인은 그날의 희열을 이제 와 새삼스럽게 후회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이런 일이 있은 이후로 태자는 거의 문밖출입을 하지 않았다.
데에바는 미친개 설치듯 모든 국정을 자기 혼자만 아는 것처럼 참견했다.
그는 가만히 옥문 앞에 와,
「선인을 죽인 죄는 7대를 간다. 사사(邪師)를 섬긴 죄는 굶어 죽여야 한다.」
하고 전혀 문지기에게 밥을 넣어주지 못하게 하였다.
그리고 창문을 통해 부처님의 제자 사리풋타를 만나 본다는 말을 듣고 그 창문을 막아버리는가 하면, 발바닥을 깎아 서서 바라보지도 못하게 하였다.
실로 대왕의 옥고는 극히 쓰고 극히 괴로운 것이었다.
베데히 부인은 너무나도 안타까운 나머지 깨끗이 목욕하고 그 몸에 꿀물을 바르고 그 위에 밀가루 칠을 하고 또 쪽도리 밑에 약간의 음식을 넣어가지고 면회하며 슬피 통곡하였다.
그러면 대왕은 그 얼마 안되는 음식을 받아먹으면서,
「슬퍼하지 마시오. 나는 이 옥중에 있으면서 비로소 부처님의 가르침이 얼마만큼 거룩한가를 몸소 느끼고 있습니다. 남을 원망해서는 결코 안 됩니다. (스스로 짓고 스스로 받는다 하셨으니 그 말씀이 꼭 옳지 않소.
내가 첨파 등의 영토를 정복하여 확장하고 국위를 천하에 떨치고 안으로 어진정치를 베풀라 하였으나 다 그것은 나 하나를 위한 선정에 불과했소.
진실로 백성을 위하고 인류를 위해 봉사하였다면 오늘 이런 결과를 가져오지를 않았을 것입니다.
나는 오늘 이 기회를 통해 다생겁래에 지어온 모든 죄업을 진심으로 참회하고 새 세상에 새로운 사람을 창조할 것을 발원할 뿐입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 소망이 있다면, 저 무도한 태자와 데에바가 부처님의 자비 가운데 유욕할 것을 볼 뿐입니다.」
부인은 목 놓아 울었다.
그러나 어느새 나타난 데에바의 호령을 듣고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데에바의 생각으론 이젠 굶어 죽을 때가 되었는데도 아직까지 살아있으니 이상하다 하고
그날부터는 베데히 부인의도 일체 허락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아쟈아타사투왕은 어느 날 아침밥을 먹다가 그의 아들 우다야를 찾았다.
「우다야는 뜰에서 강아지와 함께 놀고 있습니다.」
「데려와 밥을 먹이도록 하라.」
「강아지와 같이 밥을 먹지 않으면 먹지 않겠다고 하옵니다.」
「거참 별놈의 애도 다 보겠군―」
그러나 그는 태자를 사랑한 나머지 강아지를 데리고 와 밥을 먹도록 하였다.
대왕은 태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들을 사랑하다 보니까 개와 함께 밥을 다 먹는군―」하며 웃었다.
그 때 베데히 부인이 말했다.
「개가 무엇이 더럽습니까? 개고기를 먹는 사람도 있는데―
대왕의 아버지는 대왕이 손가락에 부스럼이 나 며칠이고 잠을 못 이루자 그 손가락을 입으로 빨아 잡수셨답니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피고름도 더럽지 않습니다.
만일 빨던 입을 슬며시 떼면 모처럼 잠이 든 애가 깰 것 같고 하니까 할 수 없이 그를 삼키며
대왕을 고히 잠들게 하신 것이지요.」
아쟈아타사투대왕은 이 말을 듣자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그리고 미친 사람처럼 옆에 있던 징을 쳤다.
「부왕을 빨리 구해오너라. 내가 나쁜 귀신에게 흘렸도다. 빨리 뛰어가서 구해오너라.」
그러나 그 때 빔비사라왕은 기진맥진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다가 와하고 달려오는 신하들의 발자국 소리에 놀라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아들의 뉘우침도 부인의 꿈같은 대화도 다 잊어버리고 영영 저 세상으로 떠나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그 때 아버지의 죽음을 통보받은 아쟈아타사투대왕은 그 자리에 쓰러져 까무러쳤다.
몸에서는 땀이 비오듯하고 입에서는 김이 뭉개구름 일듯 하였다.
「아아, 나는 아버지를 죽인 죄인이다. 나를 죽여다오. 나를―」
하고 몸부림쳤다.
엉겁결에 대왕의 시체는 화장되었으나 아쟈아타사투왕의 병은 날로 중해졌다.
며칠을 두고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종종 찌는 듯이 뜨거운 몸을 일으켜
「아버지가 부른다. 아버지가 불러―」
하고 밖으로 뛰어나오려 하였다. 의사 기바가 왔다.
침을 놓고 약을 먹였으나 마음이 뛰는 것은 어찌할 수 없었다.
아쟈아타가 간신히 약의 힘으로 잠이 들었는데 빔비사라왕이 그의 앞에 나타나 외쳤다.
「사랑하는 태자야, 나는 너를 원망하지 않는다. 오직 네가 데에바의 사도에 빠져 무서운 악을 짓고 있는 것을 미워할 뿐이다.
만일 내 말을 바로 알아들었거든, 너는 부처님에게로 가라. 너의 병은 오직 부처님만이 고칠 수 있다.」 하였다. 대왕은 잠에서 깨어나 말했다.
「기바(의사)여, 실로 당신은 나의 병을 고칠 수 있는가?
꿈에 아버지가 나타나 너의 병은 오직 부처님만이 고칠 수 있다 하셨다.」
「맞는 말씀입니다. 왕이여, 대왕의 몸은 기바가 고칠 수 있지만 당신의 마음은 부처님만이 치료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 기바여. 대왕의 마음은 오직 부처님만이 고칠 수 있다.」
베데히 부인도 따라 말했다.
그 때 데에바가 들어왔다.
문지기가 들어가지 못하게 하자 주먹으로 때려죽이고 가만히 뒷문으로 들어와,
「대왕님 옥체 만강하시나이까?」
하고, 문안드렸다. 대왕은 맥이 빠진 말로,
「데에바여, 나는 지금 생지옥의 고통을 받고 있다. 내 몸은 열에 불타고 내 마음은 미쳐 있다.
나는 지금 내 죄를 참회하기 위해서 부처님 곁으로 가고자 한다.」
「대왕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대왕님 아버지를 대왕으로 하여금 죽이게 한 장본인이 곧 고오다마 입니다. 그 고오다마가 없었다면, 대왕님이 오늘 이렇게 고통 하실게 없을 것입니다.
그 거짓 법사를 무엇하러 찾아 가신단 말씀입니까?」
「데에바여, 물러가라. 너는 사마(邪魔)다.」
이 때 데에바는 벌컥 일어서며,
「이 못난 인간이여, 그런 인간을 찾아 참회를 구하려거든 차라리 내 칼에 맞아 죽으라.」
하고 가슴에 품었던 칼을 꺼내 대왕의 가슴을 찔렀다.
그러나 다행히 옆에 있던 시종이 손을 내밀어 그 칼은 그 손을 끼고 말았다.
사세가 이렇게 되자 모든 사람들은 그를 잡으려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그러나 워낙 무술이 뛰어나고 칼 쓰는 재주가 있어 그는 안기는 대로 마구 찔러 죽이고 도망쳤다.
데에바는 생각했다. 어떻게 하든지 저 늙은 중 고오다마를 죽이든지 내가 죽든지 않으면 아니 된다.
그는 미친 듯이 절로 뛰어가 독살이 낀 화살을 들고 나와 키자쿠타산으로 내달았다.
마침 그 때 부처님은 수많은 대중을 모아놓고 아쟈아타사투 태자의 참회에 관한 법문을 하고 있었다. 그는 멀리 고목나무 사이에 몸을 숨기고 활을 끼었다.
그리고 힘껏 당겼다.
이 무서운 독살을 맞고 죽으라, 내 원적의 고오다마여. 이렇게 기원하며 그는 힘껏 살을 쏘았다.
그러나 살은 부처님의 좌복아래 연꽃으로 변하여 떨어졌다.
그는 더욱 미칠 것 같았다.
두발 세발 연거푸 쏘았으나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부처님은 태연히 말씀하셨다.
「이것이 바로 데에바의 독살(毒箭)이다. 아직도 그는 그 마음을 회개하지 못하고 죽을힘을 다하여 죄를 짓고 있다. 왕은 참회하는 마음으로, 데에바는 나를 죽일 마음으로 장차 그들은 나의 앞에 이르러 올 것이다. 나는 그들을 제도하기 위하여 기바의 동산으로 나아가련다.」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을 마치고 곧 암바나무 동산으로 나아가 자비삼매에 드셨다.
그 때 아쟈아타사투왕은 전날의 잘못을 크게 뉘우치고 문무백관을 모아 칠보향화를 수레에 가득 싣고 부처님께 참회를 구하여오고 있었다.
그때 데에바는 화살의 독도 가히 그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되자 더욱 무서운 독칼을 들고 부처님을 향해 뒤따르고 있었다.
부처님이 암바나무 아래 고요히 앉아 정(定)에 들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살금살금 그 나무 뒤로 기어올랐다.
가만히 칼을 꺼내 부처님을 겨냥하고 막 손을 들어 찍으려는 순간 어디에서인지 날쌘 살(箭)이 와서 그 손을 쭉 끼었다.
그 무서운 독칼은 곧 그의 발등에 떨어져 불이 났다.
대왕은 말을 타고 오다가 이 광경을 보고 스스로 말에서 내려 부처님께 엎드려 빌었다.
「부처님이시여, 저는 큰 죄를 범했습니다. 부처님을 해치려고 계획하고, 또 부왕을 감옥에 가두어 굶겨 죽이고, 대마왕(大魔王) 데에바를 섬겨 만백성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였습니다.
저는 뉘우치는 생각에 몸도 마음도 다 타는 것 같습니다.」
「존경하는 대왕이여, 죄도 마음이 짓고 참회도 마음이 행한다. 마음의 근본을 모르는 사람은 제가 친 그물에 제가 걸려 죽기마련이다.
그러나 참마음에는 죄도 선도 악도 복도 없나니 스스로 그 마음을 깨달아 알면 후회도 미련도 없으리라. 아버지를 욕했던 마음으로 이 세상의 모든 아버지를 섬기며, 죄악을 뉘우친 마음으로 모든 선을 받들어 행하라. 스스로 진리에 어긋남이 없음을 깨달으면 마침내 불도를 이루리라.」
아쟈아타사투 대왕과 그의 권속들은 다같이 엎드려 부처님의 자비에 끝없이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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