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랑부부 재생기

왕랑부부 재생기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기이설화

• 주제 : 기이
• 국가 : 한국
• 지역 : 함경도
• 참고문헌 : 불심과 수행공덕

옛날 함경남도 길주 땅에 왕랑궤(王郎軌)라 하는 사람이 살았는데, 하루는 11년 전에 죽은 부인 송씨가 창밖에 와서 창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보 주무세요. 내 말을 들으세요.」
왕랑은 자다 말고 깜작 놀라 일어나 창문을 열고 물었다.
「누군데 깊은 밤에 나를 찾습니까?」
「접니다. 저를 모르시겠어요. 11년 전에 죽은 송씨인데 -」
「어인 일로 이 밤중에 찾아왔습니까?」
「당신에게 꼭 부탁할 말이 있어 왔습니다.」
「무슨 부탁인데?」
「다른 것이 아니고 제가 죽은 지 11년이 되었으나 염부에서 아직 심판을 끝내지 많아 오도 가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당신이 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당신의 한명이 내일이라 내일 아침 다섯 귀신이 당신을 잡으러 간다 합니다. 그런데 옛날 당신과 내가 이웃집 안씨 할머니가 염불을 하며 서쪽을 향하여 절하는 것을 비방하며 시끄럽다고 욕설을 퍼붓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죄 가운데는 남의 선행을 방해하는 것같이 큰 죄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당신이 오기만 하면 나와 함께 무간지옥으로 보낸다 하니 지금부터 당신은 목욕재계하고 도량을 청소한 뒤 서쪽 벽에 『나무아미타불』여섯 자를 써 붙이고 정성을 다해 염불하세요.
그렇지 않고는 결코 이 죄를 면치 못하겠사오니 부디 부탁합니다. 그럼 가요.」
하고 어디론지 사라졌다.
왕랑은 너무나도 역력하고 소소한 일이라 정신을 바짝 차리고 목욕재계한 뒤 도량을 청소하고 향불을 피우고 그의 아내가 부탁한 대로 하였다.
이튿날 아침 날이 훤히 밝으려 하는데 과연 다섯 사람의 사자가 오더니, 자기네끼리 하는 말이,
「말 듣기 하고는 다르군.」하고 왕랑에게 절을 한다.
「어디서 오신 분이십니까?」
「예, 우리는 염라대왕의 명령을 받고 당신을 잡으러 왔습니다. 그러나 도량을 정돈하고 염불을 하시고 있으니 함부로 다를 수가 없습니다.」
하고 어서 가기를 재촉했다.
하는 수 없이 일어서서 그들을 따라가니 염왕이 사자를 보고,
「이놈들 꼭꼭 묶어 빨리 오라 하였는데 왜 이리 늦었는가?」
「황공하오나 도량을 청결히 하고 앉아 염불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차마 명령대로 실행 치 못하였습니다.」
하니 염왕의 태도가 급변, 10대왕이 모두 일어서서 목례를 한다.
「그대 부처가 일찍이 노인 안씨의 염불하는 것을 비방하고 욕설하였기로 먼저 송씨를 불러왔으나 고대의 수한을 기다려 함께 보내고자 하였는데 사자의 말을 들으니 개심참회하고 지성으로 염불한다니 모든 것을 용서하고 다시 인간으로 보내어 30년을 더 살게 하리라.」
하였다.
옆에 있던 최판관이,
「왕랑은 지금 돌아가면 시신(尸身)이 있으므로 다시 살아날 수 있지만 송씨는 죽은지가 오래되어 벌써 시체가 썩어 버렸으니 어찌 합니까?」
하니 염왕은 매우 난색한 표정을 하였다.
이 때 왕랑이
「길주 군수의 딸이 지금 21세 이온데, 명이 다하여 2일전에 죽은 것을 보고 왔습니다. 아직 그 시신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니 송씨의 혼령을 그에게 의탁하면 어떻겠습니까?」
「거 참 좋은 의견이다.」
하고 곧 그들을 내 보내면서,
「옆집 안노인은 3년 후에 죽어 바로 극락세계로 갈 것이니 부모님 같이 모시고 사시오.」
하였다.
왕랑이 죽은 후 3일 만에 깨어나서 길주 군수의 딸도 살아나 그동안 염부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군수에게 사뢰며,
「이 몸은 군수님의 소생이 분명하오나 영혼은 왕랑의 전처 송씨의 혼령이오니 그리로 시집보내 주십시오.」
하니 군수와 부인은 말할 수 없이 기뻐하면서,
「혼령이야 누가 됐든 이 몸은 우리 부부가 난 것이니 우리들만 잘 모시면 시집은 그대 원과 같이 하리다.」
하고 곧 결혼식을 올려주니 왕랑은 그 뒤30년을 더 살아 80장수를 하고 부인은 51세가 되도록 아들딸을 낳고 잘 살다가 한날 한 시에 죽었다.
또 그 옆집 안씨 노인도 왕랑이 되살아난 지 3년 만에 죽으니 세상에 이런 기적이 없다 하여 모든 사람들이 칭찬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佛心과 修行功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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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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