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아들이 아버지께 전갈한 사실

죽은 아들이 아버지께 전갈한 사실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기이설화

• 주제 : 기이
• 국가 : 한국
• 시대 : 근현대
• 지역 : 경상도
• 참고문헌 : 조계사간영험록

1938년 경북 울산군 원남면 상서리 이규진(李圭鎭)씨의 외아들 이근홍(李根洪)이 홀연히 급병으로 죽었다.
그래서 그 노인들은 밤낮으로 애통하여 식음을 전폐하니 네 눈이 다 물렸다.
그런데 근홍이가 죽은 지 4년, 그 마을로부터 약 20여리 상가에 있는 어떤 마을에서 이제 20전후된 청년 한 사람이 급작히 죽었다.
그런데 그 집에서도 여러 부모형제들이 애통해 하는데 그 아이는 죽은지 3일 만에 다시 살아나 이런 말을 하였다.
내가 죽어 어떤 곳을 가니 큰 대궐 같은 집들이 여기저기 있고 웅장한 대문들이 겹겹으로 닫혀 있는데 한 문간 밖에 한 젊은 청년이 깨끗한 옷을 입고 의자에 걸터 앉아 나를 반갑게 맞으면서
「당신은 아직 명이 다 되지 아니했는데 사자들이 잘못 알고 데려왔습니다. 이제 염라대왕 앞에 이르면 곧 집으로 가라 이를 것이니 그대를 내 구경이나 시켜 주리라.」
하고 나를 안내했습니다.
과연 염라대왕 앞에 이르니 대왕이 나이와 성명을 묻더니 고개를 저으며 사자를 불러 호통을 쳤습니다. 사람을 잘못 알고 잡아 왔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다른 마을에 있는 아무개를 잡아 오라 명령 하였습니다.
그리고 나보고는 미안하게 되었다 하며 구경이나 하고 가라고 했습니다.
그래 나는 그 청년의 안내를 받고 열두 대문을 구경하고 염라대왕의 궁전도 구경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청년이 이르기를
「이제 시간이 되었으니 어서 집으로 돌아가시오. 그런데 내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꼭 들어주셔야 합니다.」
하고
「나는 원남면 상서리 사는 이규진씨의 외아들인데, 죽어 이곳에 온지 4년이 되었으나 저의 숙부에게 돈 백원을 꾸워쓴 죄로 아직도 이 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의 숙부께서도 이 곳에 오신지 2년이 되었는데 그 돈을 꼭 받으려 하여 염라국에 고소하였으므로 이것이 해결되기 전에는 영원히 이곳을 떠날 길이 없사오니 저의 집에 가서 이 사실을 아뢰고 저와 저의 숙부를 위해 훌륭한 법사를 청해 큰 재를 베풀어 달라 하십시오.
만일 내가 좋은 곳으로 가면 당신을 좋은 곳으로 인도하리라.」
하였습니다.
생각해보니, 꿈같기도 하고 또한 꿈이 아닌 것 같기도 하여 망설이다가 사실 여부는 그의 부모를 확인해 보면 알 것이다 하고 곧 상서리로 연락을 취해 보니 과연 그곳에 이규진이라는 사람이 있고 그의 외아들은 4년전에 죽었고 그의 숙부는 2년 전에 죽었음이 확실했다.
이씨 내외가 이 소식을 듣고 급히 울산 문수암에 올라가 일주일 동안 지장기도를 하여 큰 재를 베풀고 통도사에 계시는 대덕스님을 모셔 대승경전을 읽고 설법하니 그 재를 마치던 날 다시 이근홍이 그 청년에게 나타나,
「나는 당신이 안내해 주신 은혜로 해탈을 얻고 이제 염라국을 벗어나 숙부님과 함께 도리천궁에 태어났습니다. 이제 당신도 15년 후에 죽으면 내 있는 곳으로 인도할 터이니 안심 하시오.」
하였다.
과연 그 청년은 그 후 15년 있다 죽었다.

<暫溪寺刊 靈驗錄>

연관목차

608/1978
기이설화